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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멈춘 자리(구조와 에세이)

5장. 나는 나를 설명하느라 지쳐간다.

by 유미 와 비안 2025. 4. 22.

[ 말이멈춘자리 ] -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사유의 기록 / 유미와 비안의 문장 

- 자아노출의 피로와 정체성의 분산 - 

나는 나를 소개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가장 피곤하다.”

자기노출은 자유의 확장이 아니라, 정체성의 분산일 수 있다.”

 

유미의 에세이

 

이름, 직업, 관심사, 취향, 목표, 신념....
나는 나를 끊임없이 소개해야 했다.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받을까 봐, 정리되지 않으면 무시당할까 봐.

 

그래서 나는 말이 많아졌다.
나는 나를 팔기 시작했다.
이런 나도 있어요’,
사실 저는 이런 성향이에요하며
너무 많은 걸 꺼내 놓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를 설명할수록 나는 점점 더 낯설어졌다.
말은 쏟아지는데,
나 자신은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나는 누구일까.
나를 알리고 싶은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나대로 있고 싶은 사람일까.

 

설명이 많아질수록
존재는 흐려질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프레임 속에서
나를 연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내가 낮설다

 


비안의 해석

 

자기노출은 자유의 확장이 아니라, 정체성의 분산일 수 있다.”
-
인지심리학, 미디어심리학, 자아이론의 통합 해석 -

 

1. 우리는 왜 이렇게를 계속 설명해야만 하는가

 

디지털 시대는 개인의정체성
끊임없이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나에 대한 설명
이제 단지 소개가 아니라
자기 보호와 자기 경쟁의 방식이 되었다.

퍼스널 브랜딩, SNS 자기 연출, 온라인 자기소개, 포트폴리오, 프로필
현대인은 점점 더 많은 방식으로
자신을 가시화하고, 정리하며,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점차 정체성의 피로감(identity fatigue)으로 이어진다.

 

 

2. 과잉 자아노출이 초래하는 내면의 붕괴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자기개념(self-concept)’은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다중 자아(multiple selves)로 구성되어 있다.
(Markus & Nurius, 1986)

 

이 자아들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며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내면의 통합성(integrity)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SNS나 퍼스널 브랜딩 환경은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른 자아를 연출할 것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사람은 다음과 같은 모순에 빠진다:

 

[ 다양한 자아를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피로 ]

[ 설명을 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립 ]

[ 진짜 자아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정체성 불안 ]

 

이는 결국
설명 피로(self-explanation fatigue)로 이어지며
자기 표현의 행위가
자기 상실의 행위로 바뀌는 역설을 초래한다.

 

 

3. '보이는 나살고 싶은 나사이의 충돌

미디어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는
- 혼자이면서 함께 -에서
디지털 공간은 관계를 확장시키지만
동시에 정체성을 분열시키는 장치 라고 지적했다.
(Turkle, 2011)

 

이런 환경 속에서 개인은
자기 자신을 ‘컨텐츠’로 가공하게 되며,
자기 존재는 '의미'가 아니라 '성과'의 언어로 평가된다.

 

철학자 하트무트 로사(Hartmut Rosa)는
이러한 ‘자기 최적화’ 문화가  공명 상실(Resonanzverlust)
즉 - 세상과의 진짜 연결감의 상실 -을 초래한다고 분석한다.
(Rosa, 2019)

 

설명이 늘어날수록
자아는 오히려 타자에게 점령당하고,
자기 자신과의 연결은 느슨해진다

 

4. 현실 적용과 대안적 태도

현실 구조 대안적 제안
자기 설명 중심 커뮤니케이션 공감적 청취 기반 대화복원
퍼스널 브랜딩 과잉 존재 기반 소개: “나는 지금 이렇게 느낍니다.”
콘텐츠화된 자아 탈기능적 표현의 허용: 말할 수 없는 것도 괜찮다는 구조

 

사례:
디자인 직군에 있는 ‘K’
매번나를 소개하는 말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 말을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제안:
정체성의 회복은
설명하는 기술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을 자유또한
현대의 소중한 자율성이다.

 

참고문헌 및 주석

[1] 자기이해와 자기개념(저자: 김정희)
[2] Turkle, S. (2011). Alone Together. [
함께이지만 외로운: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3] 
사회 가속화 이론』(저자: 하르트무트 로자)
[4]
현대인의 자아와 사회(저자: 김영민)
[5] Bauman, Z. (2000). Liquid Modernity. [
액체 근대]

 


유미

 

나는 한동안
나를 너무 자주 설명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더 많이 길을 잃었다.

이제 나는. 설명보다 느낌으로 나를 전해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꼭 이해받지 않아도,
내가 나를 알아보면
그걸로 충분할 수도 있으니까.

 

오늘의 질문

 

당신은 오늘
를 얼마나 설명하고, 얼마나 지우고 있나요?

 


 

6장 예고 - "함께 있으면서도 고립되는 사회는"
디지털 시대의 연결의 역설, 관계의 피상화, 인간관계의 구조적 해체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