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정치철학의 창시자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제2부.
'만인의 투쟁'을 끝내기 위해, 어떻게 시민들이 계약을 통해 '절대 주권자'를 창조하는지, 그리고 그 주권자의 권리와 시민의 자유가 무엇인지 논증한다.
리바이어던 제2부: 홉스, 괴물 국가(리바이어던)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나는 이 사람 또는 이 합의체에게 나 자신을 통치할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승인한다. 단, 당신도 당신의 권리를 그에게 양도하고 그의 모든 행위를 승인한다는 조건에서이다."
제1부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자연상태의 끔찍한 공포를 생생하게 그려냈던 토머스 홉스. 그는 제2부 "코먼웰스에 대하여"에서, 이 지옥과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해법, 즉 절대적인 힘을 가진 인공 신(Mortal God), '리바이어던(Leviathan)' 또는 '코먼웰스(Commonwealth)'¹라 불리는 국가의 탄생을 논증합니다.
제2부는 『리바이어던』의 심장부로,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자연권을 포기하고 단 하나의 주권자²에게 복종하기로 '계약'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계약을 통해 탄생한 주권자가 왜 절대적이고, 분할 불가능하며, 저항할 수 없는 권리를 가져야만 하는지를 냉혹한 논리로 증명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홉스 정치철학의 가장 강력하고도 논쟁적인 결론입니다.

『리바이어던』 2부
제2부는 총 1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코먼웰스의 탄생 원인과 정의(17장)에서 시작하여, 주권자의 절대적 권리(18-20장)와 백성의 제한된 자유(21장)를 규정하고, 마지막으로 코먼웰스라는 인공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고 병드는지 그 내부 구조(22-31장)를 해부합니다.
• 17장~20장 리바이어던의 탄생과 그 절대적 권리:
o 17장 코먼웰스의 원인, 생성 및 정의: 홉스는 자연법이 이성의 명령이기는 하지만, "칼 없는 계약은 말에 불과하다"고 단언합니다. 즉, 계약을 강제할 강력한 '공통 권력'이 없다면 아무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는 다시 투쟁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평화와 안전을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모든 권리와 힘을 단 한 사람 또는 합의체(주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상호 계약을 맺습니다. 이 계약을 통해 흩어져 있던 군중은 하나의 인격으로 통일되고, 마침내 거대한 리바이어던, 즉 코먼웰스가 탄생합니다.
o 18장~19장 주권자의 권리:
이 계약을 통해 탄생한 주권자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절대적 권리를 갖습니다.
① 백성은 주권자를 폐위시킬 수 없으며,
② 주권자의 권리는 몰수될 수 없고,
③ 주권자의 행위를 비난할 수 없으며,
④ 주권자는 평화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사상 통제 포함)을 할 수 있는 권리,
⑤ 법을 만들고 재판할 권리,
⑥ 전쟁과 평화에 대한 권리 등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 주권은 결코 나뉠 수 없습니다(분할 불가능성).
홉스는 정부의 형태를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으로 나누고, 그중에서도 통치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가장 높은 군주정을 최선으로 봅니다.
• 21장~25장 백성의 자유와 코먼웰스의 구조:
o 21장 백성의 자유: 그렇다면 절대 주권 아래에서 백성에게 '자유'란 무엇일까요? 홉스는 자유를 '운동에 대한 외부적 장애가 없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백성의 진정한 자유는 "법이 침묵하는 곳"에만 존재합니다. 즉, 주권자가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모든 행위(주거 선택, 직업 선택, 자녀 교육 등)를 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주권자가 법으로 명령한 것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백성이 주권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주권자가 백성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때뿐입니다.
o 22장~25장 코먼웰스의 해부:
홉스는 코먼웰스를 인공 인간에 비유하며 그 내부 구조를 설명합니다. 각종 단체들(정치적 단체, 사적 단체)은 '근육'과 같고, 공직자들은 '관절', 재화와 화폐는 '영양', 그리고 주권자에게 필요한 '조언'은 '기억'과 같습니다.
• 26장~31장 법, 범죄, 그리고 주권자의 의무:
o 26장~28장 시민법, 범죄, 형벌: 시민법³이란 자연법이 아니라, 오직 주권자의 명령일 뿐입니다. "법을 만드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권위다." 범죄란 이 시민법을 어기는 것이며, 형벌은 법을 지키도록 만들기 위한 공적인 강제력입니다.
o 29장~30장 코먼웰스의 질병과 직무: 홉스는 코먼웰스를 약화시키는 '질병'들을 나열합니다. 불충분한 절대 권력, 사적인 판단에 따르는 신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권을 분할하려는 시도(예: 입법, 행정, 사법의 분리)가 가장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권자의 직무를 규정합니다. 주권자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인민의 안전(Salus Populi)'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권자는 공정한 세금을 걷고, 가난한 자를 구제하며, 모든 백성을 평등하게 대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주권자의 권력은 절대적이지만, 그 목적은 결코 자의적인 것이 아닙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코먼웰스(Commonwealth): 라틴어 '키비타스(Civitas)'에 해당하는 말로, 홉스가 '국가'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 사회계약을 통해 탄생한 통일된 인격을 가진 정치 공동체를 의미한다.
² 주권자(Sovereign): 코먼웰스의 절대 권력을 위임받은 인공의 인격. 한 명의 군주일 수도 있고, 소수의 귀족 집단이나 다수의 민회일 수도 있다.
³ 시민법(Civil Law): 주권자가 코먼웰스의 백성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령하는 규칙. 홉스에게 법의 유일한 원천은 주권자의 의지이다.
『리바이어던』 2부 - 구조적 해석
• 국가론 및 정치학적 관점:
제2부는 근대 국가론의 출발점입니다. 홉스는 국가가 신이나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개인들의 '인위적인 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창조물임을 최초로 이론화했습니다. 특히, 국가가 특정 영토 내에서 '정당한 폭력을 독점'하는 유일한 주체라는 그의 주장은, 막스 베버로 이어지는 현대 국가 이론의 핵심적인 정의가 되었습니다.
• 법철학(법실증주의)적 관점:
26장에서 "법을 만드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 권위다"라고 선언한 것은, 법실증주의(Legal Positivism)의 탄생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홉스는 법의 정당성이 신의 법이나 자연법과 같은 초월적인 '진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을 제정할 '권위'(주권자)를 가졌다는 사회적 사실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악법도 법이다'라는 논리의 철학적 원천입니다.
• 국제정치학(현실주의)적 관점:
홉스의 이론은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Realism) 이론의 시조입니다. 개별 국가(리바이어던)들 사이의 관계는, 그들을 통제할 '공통 권력'이 없기 때문에, 제1부에서 묘사된 개인들의 '자연상태'와 정확히 동일합니다. 즉, 국제 사회는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이며, 각 국가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 힘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자라는 것입니다.
『리바이어던』 2부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제2부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그물이 존재하지 않는 공포의 상태(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거대한 '인공 그물'(코먼웰스)이 창조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회계약'은, 모든 거미들이 각자 마음대로 실을 잣던 위험한 자유를 포기하고, 오직 그물 중앙의 단 하나의 '주권자 거미'에게만 실을 잣을 수 있는 권한을 양도하기로 합의하는 순간입니다. 이로써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공간은, 중앙에서 뻗어 나오는 강력하고 질서정연한 실들로 구성된 안정적인 그물로 변모합니다. '시민법'³은 바로 이 중앙 거미가 그물 전체에 보내는 '진동'(명령)이며, 모든 거미들은 이 진동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백성의 자유'란, 이 중심의 진동이 미치지 않는, 실과 실 사이의 조용한 공간에서 각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일 뿐입니다.
『리바이어던』 2부 - 비판과 논쟁
제2부에서 제시된 홉스의 절대주권론은 그의 이론에서 가장 강력한 부분이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입니다.
• 절대주의와 독재의 정당화: 가장 핵심적인 비판은, 홉스의 이론이 절대주의와 독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권자의 권력에 대한 어떠한 저항도, 견제도, 분할도 허용하지 않는 그의 모델은, 주권자가 폭군으로 변질되었을 때 시민들을 보호할 아무런 장치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 주권자의 인간성에 대한 비현실적 가정: 홉스는 주권자가 인민의 안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주권자가 비합리적이거나, 무능하거나, 혹은 자신의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폭군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이론은 권력자의 인간적 결함과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주권의 분할 불가능성이라는 독단: 주권을 분할하면 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영국의 혼란스러운 경험에 기반한 것이지만, 이후의 역사는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 분립이 오히려 안정적인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조건임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주권 분할 불가능성 주장은 다소 독단적이라는 비판입니다.
• '자유'에 대한 지나치게 협소한 정의: '법이 침묵하는 곳에만 자유가 있다'는 그의 정의는, 현대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와 같이, 국가 권력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주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유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합니다. 그의 '자유'는 단지 '허용된 자유'에 불과하다는 비판입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통치론』 (존 로크 저, 강정인, 이현규 옮김, 까치, 2018) 홉스의 절대주권론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 있는 반론입니다. 로크는 정부가 인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탁물'이며, 만약 정부가 이 신탁을 위반하면 인민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계약론』 (장자크 루소 저, 김영욱 옮김, 후마니타스, 2022) 홉스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고 분할 불가능한 주권을 이야기했지만, 그 주권이 군주가 아닌 '인민 전체'(일반의지)에게 있다고 주장한 책입니다. 홉스의 절대주권론을 민주주의적으로 전복시킨 가장 급진적인 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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