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의 제3부.
성경 전체를 급진적으로 재해석하여, 교회의 영적 권위가 세속의 정치권력(주권자)에 완전히 복종해야 함을 논증하며, 종교 갈등을 끝내기 위한 강력한 국가 교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리바이어던 제3부: 홉스, 누가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면, 지상의 어떤 권력과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회다. … 그리하여 이제 코먼웰스는 마치 두 날개를 가진 한 마리의 새와 같고, 그 날개는 서로를 찢어발기며 결국 몸뚱이를 파괴하고 만다."
제1부와 제2부에서 '만인의 투쟁'을 끝내기 위한 절대 주권 국가 '리바이어던'의 필요성을 논증했던 토머스 홉스. 하지만 그가 살았던 17세기 유럽, 특히 영국 내전의 진짜 전쟁터는 인간의 욕망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신의 뜻'을 둘러싼 종교적 갈등이었습니다. 제3부 "기독교 코먼웰스에 대하여"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홉스의 대답입니다.
이 방대한 부분은 현대 독자들에게는 지루한 성경 주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리바이어던』 전체에서 가장 교활하고도 강력한 정치적 논증입니다. 홉스는 성경 전체를 자신의 물질주의적, 정치적 관점으로 '해독'하고 재해석함으로써, 교황이나 성직자들이 가진 '교권(Ecclesiastical Power)'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립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즉 지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종교적 권위를 세속의 주권자² 아래에 완전히 복종시키는 것입니다.

『리바이어던』 3부
제3부는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독교 정치의 원리를 세우고(32장), 성경의 모든 핵심 개념들을 주권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해석하며(33-41장), 마침내 교회의 권력을 국가 아래에 복속시키는(42-43장) 논리적 과정을 따릅니다.
• 32장~39장 성경 해독하기:
기적, 영혼, 그리고 지옥의 재해석
홉스는 먼저 기독교 정치의 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우리가 신의 뜻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성경'뿐이라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그 성경을 해석할 최종적인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것이 바로 제3부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입니다.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경의 핵심적인 초자연적 개념들을 자신의 물질주의적 철학으로 '탈신비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 영, 천사, 성령감응 (34장): '영(spirit)'은 비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체'일 뿐이다.
ⓑ 하느님의 나라 (35장): 성경이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는 지금 이 지상에 교회를 통해 임하는 영적인 왕국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최후의 심판 이후에 도래할, 미래의 물리적인 왕국이다. 따라서 지금 현재, 교황이나 교회가 지상의 왕국을 다스릴 권리는 전혀 없다.
ⓒ 기적 (37장): '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며, 무엇이 진짜 기적인지를 판단할 권한은 오직 주권자에게만 있다.
ⓓ 영생, 지옥 (38장): '영생'은 영혼의 불멸이 아니라, 최후의 심판 이후 선택받은 자들이 지상에서 부활하여 영원히 사는 것이다. '지옥' 역시 영원한 고통의 장소가 아니라, 단지 '두 번째 죽음', 즉 소멸을 의미할 뿐이다.
• 40장~43장 교권의 해체와 주권의 승리:
성경의 핵심 개념들을 모두 재해석하여 교회의 신비로운 권위를 무너뜨린 홉스는, 마침내 정치권력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o 교권에 대하여 (42장): 이 장은 제3부의 결론입니다. 홉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온 목적은 우리를 '통치'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직 우리를 '가르치고'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예수의 제자들(성직자, 교회)이 물려받은 권한 역시, 사람들에게 복종을 '명령'할 수 있는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단지 '가르치고', '조언'하며, '용서'할 수 있는 영적인 권한일 뿐입니다.
o 교회의 본질: 그렇다면 '교회'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권자의 허락 아래 모인 기독교 신자들의 '합법적인 집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한 코먼웰스 안에는 오직 단 하나의 교회, 즉 주권자가 그 수장인 '국가 교회'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o 구원에 필요한 것 (43장): 마지막으로 홉스는 이 모든 논의를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즉 '구원'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두 가지뿐이다. 첫째,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믿는 것"과 둘째, "법에 복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이란, 바로 지상의 주권자²가 제정한 법입니다. 따라서 신의 법과 주권자의 법이 충돌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사라집니다. 시민은 마음속으로는 무엇을 믿든 자유지만, 공개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오직 주권자의 명령에만 복종하면 됩니다.
주석 (용어 해설)
• 교권(Ecclesiastical Power): 교회 또는 성직자 계급이 가진 종교적, 정치적 권위. 특히 중세 유럽에서 교황이 가졌던 막강한 권력을 의미한다.
『리바이어던』 3부 - 구조적 해석
• 정치신학적 관점:
제3부는 '정치신학(Political Theology)'의 가장 중요한 고전 텍스트 중 하나입니다. 홉스는 신학적 개념(하느님의 나라, 구원 등)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그 방법론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종교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그것을 세속 국가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길들이려' 했습니다. 국가의 주권자가 교회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에라스투스주의(Erastianism)'의 가장 강력한 철학적 옹호입니다.
• 성서 해석학(Hermeneutics)적 관점:
홉스의 성경 해석 방식은 매우 급진적입니다. 그는 성경을 신비로운 계시의 책이 아니라, 다른 모든 텍스트와 마찬가지로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계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합니다. 그는 단어의 문자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중시하며,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을 물질주의적, 자연주의적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이는 19세기 '성서 비평학'의 등장을 예견한, 매우 근대적인 해석 방식입니다.
• 역사학적 관점:
제3부는 영국 내전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없이는 결코 이해될 수 없습니다. 당시 영국은 국교회(왕당파)와 청교도(의회파) 사이의 치열한 종교 전쟁터였습니다. 누가 성경을 해석할 최종적인 권위를 갖는가, 그리고 교회의 권위와 국가의 권위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라는 질문이 곧 내전의 핵심이었습니다. 홉스의 제3부는, 바로 이 종교적 '내전 상태'를 끝내기 위해, 모든 해석의 권한을 단 하나의 절대적인 주권자에게 몰아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적 처방전이었습니다.
『리바이어던』 3부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제3부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제2부에서 창조된 거대한 인공 그물(코먼웰스)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 즉 또 다른 '거미줄'을 치려는 자(교회)에 대한 경고입니다. 교회는 지상의 그물(세속 국가)과는 다른, 하늘과 연결된 더 높은 차원의 그물(신의 나라)이 있다고 주장하며, 지상의 주권자 거미와는 다른 '진동'(신의 계시)을 전파하려 합니다. 이 두 개의 다른 그물과 다른 진동은, 그물 안의 작은 거미들(백성)에게 누구의 명령에 따라야 할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 그물 전체를 찢어버리는 '내전'을 일으킵니다. 홉스의 해결책은 단호합니다. 그물은 오직 하나여야만 합니다. 그는 성경이라는 텍스트를 해부하여, 교회가 치는 그물이 사실은 '미래'에나 유효한 허상임을 폭로하고, 그 모든 '신의 진동'을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오직 중앙의 주권자 거미에게만 있다고 선언합니다.
『리바이어던』 3부 - 비판과 논쟁
홉스의 제3부는 그의 정치철학의 논리적 귀결이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심각한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부정: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홉스의 이론이 양심과 신앙의 자유라는 근대적 가치를 완전히 부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개인이 '내면적으로' 무엇을 믿든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공개적인' 예배나 종교적 실천은 전적으로 주권자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는 존 로크가 『관용에 대한 편지』에서 주장했던, 국가가 결코 개인의 영혼 구원의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정교분리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 무신론 혐의와 신학적 왜곡: 홉스의 동시대인들은 물론, 후대의 많은 사상가들은 제3부가 사실상 기독교 신앙을 파괴하려는 '위장된 무신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성경의 모든 신비와 초자연적 요소를 제거하고, 종교를 오직 국가 통치를 위한 도덕적 도구로만 취급합니다. 그의 성경 해석은 수많은 구절을 자의적으로 선택하고 왜곡하여, 자신의 정치적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신학적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됩니다.
• '기독교 코먼웰스'의 배타성: 그의 이론은 제목 그대로 '기독교 코먼웰스'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그의 국가 모델이 유대인, 무슬림, 혹은 다른 비기독교인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남깁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은 주권자가 정한 국가 교회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인 불복종자이며, 따라서 시민의 완전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2등 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관용에 대한 편지』 (존 로크 저, 공진성 옮김, 책세상, 2008) 홉스의 '국가 교회' 모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영향력 있는 반론입니다. 홉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로크는, 국가(정부)의 영역과 교회(개인의 신앙)의 영역은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하며, 국가는 결코 개인의 양심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 정교분리 원칙의 가장 중요한 고전입니다.
『사회계약론』 (장자크 루소 저, 김영욱 옮김, 후마니타스, 2022) 홉스와 마찬가지로, 루소 역시 국가 통합을 위한 '정치종교'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루소의 '정치종교'는 기독교 교리에 기반하지 않는, 더 보편적인 '시민적 신앙'이었습니다. 두 사상가가 종교와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다르게 사유했는지 비교하며 읽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정치신학』 (카를 슈미트 저, 김항 역주, 그린비, 2010) 20세기 정치철학자 카를 슈미트는 "모든 근대 국가 이론의 중요한 개념은 세속화된 신학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홉스의 '리바이어던'이야말로 전능한 신의 개념을 세속화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합니다. 홉스의 사상에 숨겨진 신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