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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리바이어던 - 1부] '토머스 홉스' 인간은 왜 서로에게 늑대가 되는가? 자연상태, 만인의 투쟁, 그리고 괴물 국가의 탄생!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7.

근대 정치철학의 창시자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제1부.

인간을 이기적인 기계로 분석하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통해, 왜 우리에게 절대 권력이 필요한지를 논증한다.

 

리바이어던 제1부: 홉스, 인간은 왜 서로에게 늑대가 되는가


"자연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비참하고, 야만적이며, 짧다."
17세기 영국 내전의 참혹한 혼란 속에서,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을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논쟁적인 국가론을 펼칩니다. 그 거대한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제1부 "인간에 대하여"는, 국가라는 거대한 인공 인간(리바이어던)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 부품인 '인간'을 철저히 해부하는 한 편의 냉철한 인간 분석 보고서입니다.
홉스는 이 책에서 인간을 신의 형상이 아닌, 욕망과 혐오라는 감정(정념)에 의해 움직이는 한 마리의 복잡한 '기계'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 이기적인 기계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롭게 내버려졌을 때, 필연적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논증합니다. 제1부는 바로 이 끔찍한 자연상태¹의 공포를 통해, 왜 우리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국가(리바이어던)가 필요한지를 증명하는, 그의 정치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입니다.

 

리바이어던 / 토머스 홉스 - 제1부 : 인간이라는 기계

 

리바이어던』 1부

 

제1부는 총 1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인간이라는 기계의 작동 원리(1-9장)를 분석하고, 이 기계들이 모였을 때 어떤 상호작용(10-13장)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파국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그 논리적 경로(14-16장)를 제시합니다.


• 1장~9장 인간이라는 기계: 

홉스는 먼저 인간의 정신 활동을 철저히 물질주의적으로 분석합니다.
ⓐ 감각, 상상, 언어, 추론: 모든 생각의 기원은 외부 사물이 우리의 감각 기관을 누르는 압력, 즉 '감각'입니다. 감각이 사라진 후 남는 희미한 잔상이 '상상' 또는 '기억'입니다. '언어'는 생각을 기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유용한 도구이며, '추론'이란 단어들의 의미를 더하고 빼는 '계산'에 불과합니다.


ⓑ 정념(감정): 인간 행동의 진짜 엔진은 바로 '정념(passions)'입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두 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운동(욕구, Appetite)과, 우리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운동(혐오, Aversion)입니다. '선(Good)'이란 우리가 욕구하는 대상이고, '악(Evil)'이란 우리가 혐오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 10장~13장 자연상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이면 어떻게 될까요?
ⓒ 힘을 향한 영원한 욕망: 홉스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힘(power)에 대한 영원하고도 끊임없는 욕망'을 꼽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더 많은 힘을 추구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자연상태¹: 홉스는 정부나 법률이 없는 가상적인 '자연상태'를 상상합니다. 이곳에서 인간은

① 능력 면에서 대체로 평등하고(가장 약한 자도 가장 강한 자를 죽일 수 있음),

② 동일한 것을 욕망하며,

③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쟁, 불신, 그리고 공명심이라는 세 가지 투쟁의 원인에 휩싸입니다.


ⓔ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그 결과, 자연상태는 "모든 인간이 다른 모든 인간에 대해 전쟁 상태", 즉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war of every man against every man)'이 됩니다. 이곳에는 옳고 그름도, 정의도 없으며, 오직 폭력적인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만이 존재합니다.


• 14장~16장 자연상태에서의 탈출구, 자연법과 계약: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날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정념과, 평화로운 삶의 방법을 알려주는 '이성'입니다. 이성은 우리에게 '자연법'²을 발견하게 합니다.
ⓕ 자연권 vs. 자연법: 홉스는 두 개념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자연권(Right of Nature)³은 자연상태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반면, 자연법(Law of Nature)³은 평화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나의 권리 일부를 포기하라는 '이성의 명령'입니다.


ⓖ 계약의 형성: 제2자연법은 "평화를 위해, 다른 모든 사람도 동의한다면, 모든 것에 대한 너의 권리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허용하는 만큼의 자유에 만족하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상호 간에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Contract)'⁴의 기초입니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는 계약을 강제할 힘이 없으므로, 모든 계약은 무효입니다. 이 딜레마는 제2부에서 '리바이어던'의 필요성으로 이어집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자연상태(State of Nature): 정부, 법, 경찰과 같은 사회적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적인 상태. 홉스는 이 상태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묘사했다.
² 자연법(Law of Nature):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성의 규칙' 또는 '명령'. 제1자연법은 "평화를 추구하라"이다.
³ 자연권(Right of Nature): 자연상태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자유'.
⁴ 계약(Contract/Covenant):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이 상호 간에 자신들의 자연권을 포기(양도)하기로 맺는 합의. 홉스에게는 이 계약을 강제할 절대 권력이 있을 때만 유효하다.

 

 

리바이어던』 1부 - 구조적 해석


• 정치철학적 관점: 

 

제1부는 사회계약론의 가장 강력하고 비관적인 버전을 제시합니다. 홉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인간이 본성적으로 사회적·정치적 동물이라는 고전적 전통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그에게 인간은 철저히 반(反)사회적인 존재이며, 국가는 숭고한 목적을 위한 자연스러운 공동체가 아니라, 오직 '죽음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필요악입니다. 이는 국가의 목적을 '좋은 삶의 실현'이 아닌, '생존 보장'으로 축소시킨 근대 정치철학의 혁명적인 출발점입니다.


• 과학철학 및 방법론적 관점: 

 

홉스의 방법론은 그의 시대에 일어난 과학혁명, 특히 갈릴레이의 기계론적 물리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는 복잡한 사회 현상(국가)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개인)로 분해하고('분석적 방법'), 그 개별 요소들의 운동 법칙(심리)을 파악한 뒤, 다시 그것들을 종합하여 전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 했습니다('종합적 방법'). 즉, 그는 정치학을 기하학과 물리학처럼 엄밀한 '과학'으로 만들고자 했던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 심리학적 관점: 

 

홉스는 '심리적 이기주의(psychological egoism)'의 시조로 불립니다. 그는 인간의 모든 자발적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이익(생존, 쾌락)을 위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심지어 동정심조차도, 타인의 불행이 미래에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상상에서 비롯된 자기 보존의 한 형태라고 분석합니다. 이는 인간의 이타적 행동이나 공감 능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후 합리적 선택 이론 등 인간 행동을 이기적 동기로 설명하려는 모든 이론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리바이어던』 1부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제1부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모든 '연결'이 끊어진 세상, 즉 그물이 존재하지 않는 공포의 상태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시뮬레이션입니다. '자연상태'란, 각 거미(개인)가 고립된 채 오직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움직이는, 어떤 안정적인 실도, 신뢰할 수 있는 진동도 없는 완전한 혼돈입니다. 이곳에서 다른 거미의 존재는 잠재적인 먹이가 아니라, 언제 나를 덮칠지 모르는 포식자일 뿐입니다. 홉스가 말하는 '자연법'은, 이 끔찍한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거미들이 동시에 자신의 실 잣는 자유('자연권')를 포기하고, 하나의 거대한 인공 그물(국가)을 함께 만들기로 '계약'해야 한다는 이성의 목소리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연결'의 안정성이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끔찍한 무질서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위태로운 인공물임을,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서로를 잡아먹는 고독한 존재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리바이어던』 1부 - 비판과 논쟁


홉스의 제1부는 그의 이론의 토대이지만, 그 근본적인 가정들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 인간 본성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과 단순화: 가장 핵심적인 비판은, 홉스가 인간 본성을 오직 이기심과 권력욕, 그리고 공포라는 극도로 부정적이고 단순한 측면으로만 환원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 협력의 본능, 그리고 이타심과 같은 사회적 측면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이는 그의 이론 전체를 매우 편향되고 비현실적인 토대 위에 세우게 만들었다는 비판입니다.


• '자연상태'의 비역사성: 홉스가 묘사하는 고립된 개인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은 어떤 역사적, 인류학적 증거도 없는 철학적 허구라는 비판입니다. 인류학 연구는 초기 인류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혈연과 협력에 기반한 소규모 집단(band)을 이루어 살아왔음을 보여줍니다.


• 내적 모순 - 이성의 역할: 홉스의 이론에는 미묘한 내적 모순이 존재합니다. 만약 자연상태의 인간이 그토록 정념에 지배당하고, 단기적인 생존에만 급급한 존재라면, 어떻게 그들이 갑자기 '이성'을 사용하여 장기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자연법'을 발견하고, 복잡한 '사회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가? 그의 인간 심리학과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 사이에 논리적 간극이 있다는 비판입니다.


• 여성 및 가족의 부재: 홉스의 '자연상태'는 성인 남성들의 투쟁만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임신, 출산, 양육과 같은 인간 재생산의 과정과,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가 그의 분석에서 거의 완벽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의 이론이 보편적인 인간의 조건이 아니라, 특정 성별의 관점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줍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통치론』 (존 로크 저, 강정인, 이현규 옮김, 까치, 2018) 홉스의 비관적인 자연상태론과 절대주권론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반론입니다. 로크는 자연상태가 이성이 지배하는 평화로운 상태이며,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를 구성하지만, 정부가 이 권리를 침해할 경우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계약론』 (장자크 루소 저, 김영욱 옮김, 후마니타스, 2022) 홉스와 마찬가지로 사회계약론자이지만, 그는 자연상태를 선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타락시켰다고 보았습니다. '일반의지'라는 독특한 개념을 통해, 홉스의 절대주권과는 전혀 다른 '인민주권'의 이상을 제시합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저,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4)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통해 주장했던, 강력한 국가(리바이어던)가 폭력을 감소시킨다는 가설을, 현대의 방대한 데이터와 진화심리학을 통해 증명하려는 시도입니다. 홉스의 통찰이 현대 과학을 통해 어떻게 재조명되는지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