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전체주의의 기원 - 2부] '한나 아렌트' 제국주의는 어떻게 전체주의의 괴물을 낳았는가?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6.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의 제2부. 

19세기 '제국주의'가 어떻게 '권력을 위한 권력'이라는 새로운 정치 논리를 낳고, '인종주의'와 '관료정치'라는 전체주의의 도구를 발명했으며, '인권의 종말'을 초래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전체주의의 기원 제2부: 한나 아렌트, 권력은 어떻게 스스로를 잡아먹는 괴물이 되었는가


"팽창은 정치체의 영구적인 기본 원리가 될 수 없다. … 팽창을 위한 팽창이라는 정치적 이념을 따르는 정치체는 결국 스스로 파괴되거나, 아니면 팽창을 계속하다가 더 강력한 힘에 의해 산산조각 날 것이다."
제1부 '반유대주의'에서 19세기 유럽 국민국가의 내부적 모순과 붕괴 조짐을 분석했던 한나 아렌트. 그녀는 제2부 "제국주의(Imperialism)"에서, 이 내부의 위기가 어떻게 국경 밖으로 폭발하여, 20세기 전체주의가 사용하게 될 두 가지 치명적인 무기, 즉 '인종주의'와 '관료정치'를 발명해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합니다.
제2부는 19세기 말 유럽 열강 아프리카와 아시아 식민지 쟁탈전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위한 탐욕을 넘어, '권력을 위한 권력', '팽창을 위한 팽창'이라는 무한 운동의 논리가 정치를 지배하게 된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음을 논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초인'과 '열등인'이라는 인종주의적 사고방식과, 법이 아닌 명령으로 통치하는 관료주의적 통치 방식, 그리고 '인간의 권리'라는 위선적인 개념의 파산은, 히틀러와 스탈린이 유럽의 심장부에서 벌일 끔찍한 실험의 예행연습이었습니다.

 

 

전체주의의 기원 / 한나 아렌트 - 2부 : 권력

 

전체주의의 기원』 2부

 

제2부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제국주의의 경제적 동력(5장)에서 시작하여, 그것의 핵심 이데올로기(6-7장)와 새로운 정치 운동(8장)을 분석하고, 마침내 그 비극적인 결과(9장)를 고발합니다.


• 5장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해방: 

제국주의의 동력은 어디에서 왔는가? 아렌트는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 계급'의 정치적 해방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전까지 경제 활동에만 만족하던 부르주아 계급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과잉 생산)으로 인해 더 이상 국민국가의 영토 안에서는 이윤을 창출할 수 없게 되자,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해외로 '팽창'하려 했습니다. 이 순간, '이윤의 무한한 축적'이라는 경제 논리가 '권력의 무한한 팽창'이라는 정치 논리로 전환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르주아 계급은 기존의 정당 정치를 경멸하던 사회의 잉여 인간들, 즉 '폭민(mob)'과 손을 잡고,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움직이는 위험한 동맹을 형성합니다.


• 6장~7장 인종주의¹와 관료정치²: 제국주의의 두 가지 무기

ⓐ 인종사상에서 인종주의로: 아렌트는 '인종사상'(인종 간의 차이에 대한 사유)과, 그것이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 '인종주의'를 구분합니다. 인종주의는 바로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발명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과 너무나 다른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마주하면서, 그들을 인간이 아닌 동물처럼 취급하고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들은 '초인'이고 그들은 '열등 인종'이라는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습니다.


ⓑ 관료정치: 법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식민지에서, 통치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 익명의 행정관들이 자의적으로 내리는 '명령'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료정치'입니다. 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통치'는 식민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량 학살을 가능하게 하는 효율적인 지배 도구가 되었습니다. 아렌트바로 이 인종주의와 관료정치가 결합하여, 훗날 나치가 유대인을 '열등 인종'으로 규정하고 '관료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학살하는 시스템의 원형이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 8장 대륙의 제국주의: 범민족 운동³

해외 식민지를 갖지 못했던 독일과 러시아에서는, 제국주의가 국경 안에서 폭발하여 '범게르만주의''범슬라브주의'와 같은 '범민족 운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운동들은 기존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국경을 넘어 흩어져 있는 모든 '민족' 또는 '인종'이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신비주의적이고 반(反)국가적인 이데올로기였습니다. 그들은 정당이 아니라 '운동(movement)'의 형태로 조직되었으며, 법과 제도를 경멸하고 오직 '민족의 영혼'에만 충성했습니다. 이는 전체주의 '운동'의 직접적인 선구자였습니다.


• 9장 국민국가의 몰락과 인권의 종말:

제2부의 결론이자,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장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다민족 제국들이 붕괴하면서 수백만 명의 '국적이 없는 사람들'(무국적자)과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프랑스 혁명이 선포했던,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는다는 '인권(Rights of Man)'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 권리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아렌트는 이 비극을 통해, '인권'이란 사실상 '시민권(Rights of Citizens)'에 불과했음을 폭로합니다. 즉, 권리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을 보장해 줄 '정치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 공동체에서 추방되어 '국적 없는' 존재가 되는 순간, 인간은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나,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잉여 인간(superfluous human beings)'으로 전락합니다. 아렌트는 바로 이 '권리를 가질 권리' 자체를 박탈당한 잉여 인간의 출현이야말로, 전체주의가 작동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었다고 결론 내립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인종주의(Racism): 아렌트에게는 단순히 인종적 편견을 넘어, 인류를 '초인'과 '열등 인종'으로 나누고, 역사가 이들 사이의 투쟁이라고 보는 정치 이데올로기.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² 관료정치(Bureaucracy): 법의 지배가 아닌, 익명의 관료들이 내리는 자의적인 '명령'과 '행정'에 의한 통치. 아렌트는 이를 '아무도 아닌 자의 지배(rule by nobody)'라고 불렀다.
³ 범민족 운동(Pan-Movements): 19세기 말 동유럽과 중앙유럽에서 나타난 정치 운동. 기존의 국가 경계를 넘어, '게르만 민족' 또는 '슬라브 민족'이라는 혈연적, 언어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려 했다. (예: 범게르만주의, 범슬라브주의)
⁴ 인권(Rights of Man): 18세기 프랑스 혁명과 미국 혁명에서 선포된,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적으로 갖는다고 여겨지는 보편적인 권리(생명, 자유, 재산 등). 아렌트는 이것이 국민국가 체제의 붕괴와 함께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한다.

 

 

전체주의의 기원』 2부 - 구조적 해석


• 정치철학적 관점: 

 

제9장의 '인권'⁴ 비판은 아렌트의 가장 독창적이고도 논쟁적인 기여입니다. 그는 인권이 추상적인 '자연'이나 '인간성'에 기반할 수 없으며, 오직 구체적인 정치 공동체에 참여할 '권리를 가질 권리(the right to have rights)'만이 모든 권리의 근본임을 논증합니다. 이는 인권에 대한 전통적인 자연권 사상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며, 현대의 난민 문제와 시민권 논의에 여전히 강력한 함의를 던집니다.


• 역사학적 관점: 

 

아렌트는 19세기 유럽사를 진보의 역사가 아닌, '붕괴의 역사'로 재해석합니다. 그는 반유대주의, 제국주의, 그리고 전체주의를 각각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국민국가 체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연결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식민지(제국주의의 외부)에서 벌어진 야만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부(전체주의)로 역수입되었다는 그녀의 통찰은, 유럽 중심주의적 역사 서술에 대한 강력한 비판입니다.


• 사회학적 관점: 

 

아렌트는 '폭민(mob)'과 '잉여 인간(superfluous human beings)'이라는 독창적인 사회학적 개념을 제시합니다. 폭민이 부르주아 사회의 '쓰레기'였다면, 잉여 인간은 국민국가 체제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간 쓰레기'입니다. 이들은 어떤 사회에도 소속되지 않고, 어떤 유용한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바로 이 '인간의 잉여성'이라는 근대적 조건을 기반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합니다.

 

 

전체주의의 기원』 2부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제2부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안정적이었던 그물(국민국가)이 어떻게 자신의 경계를 넘어 무한히 확장하려는 '제국주의'적 욕망에 사로잡혀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팽창하는 그물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다른 거미들(식민지 원주민)을 동등한 '연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종주의'라는 독을 사용하여 그들을 잡아먹어야 할 '먹이'로 규정합니다. 또한, 이 거대한 그물을 관리하기 위해, '관료정치'라는, 어떤 거미도 책임지지 않는 차가운 자동 기계 장치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의 가장 끔찍한 비극은, 그물과 그물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어떤 그물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실 잃은 거미'(무국적자)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들은 '연결'될 권리 자체를 박탈당했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됩니다. 아렌트는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연결이란 단순히 실이 이어진 상태가 아니라, 그 실이 속할 '그물'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음을, 그리고 그물을 잃어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고립임을 가르쳐줍니다.

 

 

전체주의의 기원』 2부 - 비판과 논쟁


아렌트의 제국주의 분석은 매우 독창적이지만, 그녀의 역사 해석과 개념에 대한 중요한 비판들이 존재합니다.


• 식민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직접적 연결에 대한 비판: 많은 역사학자들은 아렌트가 아프리카에서의 식민 통치 방식(인종주의, 관료정치)과 유럽에서의 나치즘/스탈린주의를 너무 직접적으로, 그리고 인과적으로 연결한다고 비판합니다. 두 현상 사이에는 유사점이 있지만, 독일과 러시아의 전체주의는 식민주의 경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 사회의 고유하고 복잡한 국내적 원인들이 더 결정적이었다는 것입니다.


• 경제적 요인의 과소평가: 아렌트는 제국주의의 원인을 레닌주의자들처럼 단순한 경제적 필연성으로 설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권력을 위한 권력'이라는 정치적 동기를 강조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통찰이지만, 거꾸로 자본 축적, 원료 확보, 시장 개척과 같은 제국주의의 강력한 '경제적 동기'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국민국가에 대한 암묵적인 이상화: 아렌트는 제국주의가 '국민국가'의 원리를 파괴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그녀가 제국주의 이전의 국민국가를 법의 지배가 작동하는 안정적인 공동체로 다소 '이상화'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현실의 국민국가 역시 그 자체로 수많은 내부적 폭력과 억압(계급, 젠더, 지역 갈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 '폭민' 개념의 엘리트주의: 그녀가 사용하는 '폭민(mob)'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사회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대중 전체를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집단으로 낙인찍는, 다소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제국주의』 (V. I. 레닌 저, 남상일 옮김, 돌베개, 2017) 아렌트가 비판적으로 대결했던, 제국주의에 대한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입니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이 낳은 필연적인 최종 단계라고 보았습니다. 아렌트의 정치적 분석과 레닌의 경제적 분석을 비교하며 읽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암흑의 핵심』 (조지프 콘래드 저, 이석구 옮김, 민음사, 2012) 아렌트가 철학적으로 분석했던,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도덕적 타락을 가장 생생하고 충격적으로 그려낸 문학의 고전입니다. 문명인이었던 커츠 대령이 아프리카 콩고의 심장부에서 어떻게 야만의 화신으로 변해가는지를 통해, 제국주의의 실체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저, 박홍규 옮김, 교보문고, 2016) 아렌트의 제국주의 분석을 문화적, 담론적 차원으로 확장시킨 탈식민주의 이론의 고전입니다. 서양이 어떻게 '동양(Orient)'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생산하고 지배를 정당화했는지, 그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폭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