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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니코마코스 윤리학 - 4권] '아리스토텔레스' 돈, 명예, 분노를 다스리는 훌륭한 시민의 품격을 말하다!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4.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4권. 

후함, 통 큼, 긍지, 온화함, 재치 등, 훌륭한 시민이 사회생활 속에서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사회적 미덕'들을 '중용'의 원리를 통해 심층 분석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4권' : 아리스토텔레스, 돈, 명예, 분노를 다스리는 훌륭한 시민의 품격을 말하다
"훌륭한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할 때, 마땅히 그래야 할 일에, 마땅히 그래야 할 사람들을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할 목적을 위해, 마땅히 그래야 할 방식으로 돈을 쓴다."
제2권과 제3권에서 '미덕'의 일반 원리(습관과 중용)와 핵심적인 미덕(용기, 절제)을 탐구했다면, 제4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제 우리의 시선을 고대 아테네의 공적인 삶, 즉 폴리스(polis)의 광장으로 이끕니다. 제4권 "다른 미덕들"은, 한 명의 훌륭한 시민이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미덕'의 카탈로그입니다.
이 책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후함, 통 큼)명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긍지)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온화함),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친절, 진실성, 재치)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훌륭한 시민을 위한 일종의 '에티켓' 교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기저에는 각 개인의 성품이 어떻게 공동체 전체의 건강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 제4권 : 다른 미덕들

 

니코마코스 윤리학』 4권

 

제4권은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용(the mean)'¹이라는 렌즈를 통해, 사회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여러 구체적인 미덕들을 하나씩 분석합니다.


• 1장~2장 돈에 관련된 미덕들 (후함과 통 큼):


ⓐ 1장 후함(Liberality): 후함은 재물에 관한 중용입니다. 이는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돈을 '올바르게' 주고받는 성품입니다. '낭비'(지나침)와 '인색함'(모자람) 사이의 중용이며, 훌륭한 사람은 자신의 재산에 맞게, 마땅히 주어야 할 사람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때, 고매한 목적을 위해 돈을 쓰며 기쁨을 느낍니다.
ⓑ 2장 통 큼(Magnificence): 통 큼은 후함의 '스케일이 큰' 버전으로, 오직 부자만이 가질 수 있는 미덕입니다. 이는 개인적인 선물이 아니라, 신전 건축이나 축제 후원과 같은 공적인 일에 막대한 돈을 '멋지게' 쓰는 능력입니다. '속물적인 과시'(지나침)와 '좀스러움'(모자람) 사이의 중용이며, 상황과 목적에 맞게 품위 있게 돈을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 3장~4장 명예에 관련된 미덕들 (긍지와 이름 없는 미덕):


ⓒ 3장 긍지(Greatness of Soul, Megalopsychia)²: 긍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모든 도덕적 미덕의 '왕관'과도 같은 것입니다. '긍지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위대한 것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허영심'(가치 없으면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지나침)과 '비굴함'(가치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모자람) 사이의 중용에 있습니다. 그는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고, 명예를 중시하지만 타인의 칭찬에 목매지 않으며, 위엄 있고 고요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 4장 작은 명예에 관련된 미덕: 큰 명예가 아닌, 일상적인 작은 명예를 대하는 태도에도 올바른 중용이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에 해당하는 특별한 이름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명예욕이 강함'과 '명예욕이 없음' 사이의 적절한 상태입니다.


• 5장~9장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련된 미덕들:


ⓔ 5장 온화함(Gentleness): 온화함은 '분노'에 관련된 중용입니다. 이는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분노해야 할 일에, 마땅한 방식으로, 마땅한 기간 동안만 분노하는 성품입니다. '성마름'(지나침)과 '무기력함'(모자람) 사이의 중용입니다.
ⓕ 6장 친절(Friendliness): 친절은 사교 생활에서 타인을 즐겁게 하는 태도에 관한 중용입니다. 이는 무조건 비위를 맞추려는 '아첨'이나 '익살꾼'과,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심술쟁이' 사이의 올바른 상태입니다. 훌륭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한에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 7장 진실성(Truthfulness): 진실성은 말과 행동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태도에 관한 중용입니다. 이는 자신을 실제보다 부풀려 말하는 '허풍'(지나침)과, 자신을 실제보다 깎아내리는 '자기 비하'(모자람) 사이의 중용입니다.
ⓗ 8장 재치(Wittiness): 재치는 대화에서 농담을 주고받는 방식에 관한 중용입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저속한 농담을 던지는 '익살꾼'과, 농담을 전혀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무뚝뚝한 사람' 사이에서, 상황에 맞게 세련되고 적절한 농담을 할 줄 아는 성품입니다.
ⓘ 9장 수치심(Shame):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치심을 진정한 미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감정'으로 봅니다. 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으로, 특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에게는 칭찬할 만한 감정이지만, 이미 훌륭한 성품을 갖춘 어른은 애초에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중용(The Mean, to mesotes):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핵심. 두 개의 악덕, 즉 '지나침(excess)'과 '모자람(deficiency)' 사이의 올바른 중간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산술적인 중간이 아니라, 각 상황과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적절함'의 지점이다.
² 긍지(Megalopsychia, 메갈로퓌키아): '위대한 영혼'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자신의 위대한 가치를 알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도덕적 인격의 정점. 'magnanimity'로 번역되기도 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4권 - 구조적 해석


• 사회학 및 인류학적 관점: 

제4권은 고대 아테네 상류층 시민 사회에 대한 탁월한 '민족지(ethnography)'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묘사하는 '후함', '통 큼', '긍지'와 같은 미덕들은 추상적인 도덕 원리가 아니라, 당시 명예를 중시하던 특정 사회 계급의 구체적인 '문화적 가치'와 '행동 규범'입니다. '통 큼'이 공공 기부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행위와 연결되는 것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이나 피에르 부르디외의 '상징 자본' 개념을 연상시킵니다. 즉, 제4권은 덕이 어떻게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기제로 작동했는지 보여주는 사회학적 텍스트입니다.


• 성격 심리학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 카탈로그는 현대 성격 심리학의 '특질 이론(Trait Theory)'의 고대적 원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각각의 미덕(후함, 온화함, 재치 등)은,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실성', '우호성', '외향성'과 같은 안정적인 성격 특질에 해당합니다. 그는 단순히 특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 특질이 '지나침'과 '모자람'이라는 양극단 사이의 '중용'에 있을 때 가장 적응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심리학적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 정치학적 관점: 

제4권의 미덕들은 사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폴리스라는 정치 공동체의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시민적 덕성(civic virtues)'입니다. 예를 들어, '통 큼'은 국가의 공공사업에 기여하는 행위이며, '긍지'는 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품격입니다. '온화함'이나 '친절'은 시민들 간의 연대를 유지하고, 공동의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토론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즉, 훌륭한 성품을 가진 시민 없이는 훌륭한 정치 공동체도 불가능하다는 공화주의적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4권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4권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그물이 단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그 그물(폴리스) 안에서 우아하고 품격 있게 '진동'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제4권의 미덕들은 바로 이 사회적 그물 안에서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연결의 에티켓'입니다. 후함과 통 큼은 자신이 가진 영양분(돈)을 그물 전체의 건강을 위해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입니다. 긍지는 그물의 중심부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고 안정적으로 존재하며, 그물 전체에 위엄 있는 진동을 보내는 능력입니다. 온화함, 친절, 진실성, 재치는, 다른 거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즐겁고 신뢰할 수 있는 진동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소통의 기술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연결이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자신의 진동을 조율하는 '중용'의 지혜를 통해 완성됨을 보여줍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4권 - 비판과 근거

제4권에서 제시된 사회적 미덕들은 그 구체성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한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와 계급적 편향 : 제4권의 미덕들은 명백히 소수의 부유한 남성 시민만을 위한 것입니다. 특히 '통 큼(Magnificence)'은 오직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이 명시합니다. '긍지(Megalopsychia)' 역시, 노예나 여성이 아닌, 폴리스를 이끌어갈 귀족 계급의 품격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는 그의 윤리학이 보편적인 인간의 윤리가 아니라, 특정 시대의 특정 계급을 위한 '신사 윤리'에 불과하다는 강력한 비판의 근거가 됩니다.


• 덕(미덕)과 사회적 평판의 혼동: '긍지 있는 사람'의 묘사를 보면, 그는 자신의 내면적 가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명예, 평판)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이는 진정한 미덕이 내면의 상태에 있다는 주장과, 미덕이 사회적 인정을 통해 확인된다는 주장 사이에서 혼란을 야기합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이 진정한 도덕성인지, 아니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자기 과시'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입니다.


• '중용' 원리의 기계적 적용: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실성'을 '허풍'과 '자기 비하' 사이의 중용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과연 양 극단 사이의 '중간'에 있는 것일까요? 이는 '중용'이라는 틀을 모든 미덕에 다소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다 보니, '진실성'과 같은 절대적인 가치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덕의 상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저, 이진우 옮김, 문예출판사, 2021)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를 20세기에 가장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현대의 고전입니다. 매킨타이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묘사한, 덕이 공동체의 '실천'과 '전통' 속에 뿌리내리고 있던 세계가 어떻게 붕괴했는지를 분석하며, 그의 윤리학의 현대적 의미를 되새깁니다.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저, 우병훈 옮김, 문예출판사, 2018) 아리스토텔레스가 '미덕'으로 칭송했던 '통 큼'(공공 기부)이나 '긍지'(명예로운 태도)와 같은 상류층의 행동을, 사회학자 베블런은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여가'라는 개념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대한 가장 강력한 사회학적 반론을 제공합니다.

『선물』 (마르셀 모스 저, 이기우 옮김, 한길사, 2011) 아리스토텔레스의 '후함'과 '통 큼'이 다루는 '선물 주기'라는 행위가, 고대 사회에서 어떤 복잡한 사회적, 종교적 의미를 가졌는지 분석한 인류학의 고전입니다. 증여가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고 명예를 겨루는 '총체적 사회 사실'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