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작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권.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이란 무엇인지, '기능 논증'을 통해 그것이 '덕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임을 논증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권' : 아리스토텔레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모든 기술과 탐구, 모든 행위와 추구는 어떤 좋음(good)을 목표로 하는 듯 보인다."
서양 철학의 거장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가장 위대한 윤리학 저서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이처럼 모든 인간 활동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의술은 건강을, 조선술은 배를 목표로 하듯,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좋음'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좋음'들 중에서, 우리가 우리 삶 전체를 통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 즉 '최고선(the highest good)'은 과연 무엇일까요?
제1권 "인간의 좋음"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한 편의 치밀하고도 장대한 철학적 탐구 과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의 여러 통념들과 스승 플라톤의 이론까지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좋음이란 바로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이며, 그 행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논증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제1권은 총 1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인간의 최고선이 무엇인지 그 주제를 설정하고(1-3장), 여러 통념들을 비판하며(4-6장),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하고(7장), 그 정의를 다시 한번 검증하며(8-13장) 다음 논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합니다.
• 1장~3장 탐구의 시작: 최고선과 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는 먼저 모든 인간 활동이 어떤 목적(좋음)을 추구하며, 이 목적들 사이에는 위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약을 만드는 목적은 건강이라는 더 상위의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목적들의 정점에 있는,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최고선'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는 이 최고선을 탐구하는 학문이야말로 최고의 학문이며, 그것이 바로 '정치학'³이라고 선언합니다. 왜냐하면 정치학이야말로, 국가 공동체 안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길을 탐구하는 '주인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 4장~6장 최고선에 대한 통념 비판
모든 사람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 '행복(에우다이모니아)'¹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의 세 가지 대표적인 통념을 검토하고 비판합니다.
1. 쾌락적인 삶: 쾌락을 최고선으로 여기는 삶은 감각적 즐거움에만 몰두하는 '가축의 삶'과 같다고 일축합니다.
2. 정치적인 삶: 명예를 최고선으로 여기는 삶은, 자신의 가치가 타인의 인정에 달려있으므로 너무 피상적이고 불안정합니다.
3. 부유한 삶: 돈벌이를 최고선으로 여기는 삶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의 '좋음의 이데아' 개념까지 비판합니다. '좋음'이라는 것은 좋은 사람, 좋은 말, 좋은 도구처럼 너무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되므로, 모든 좋음을 포괄하는 단 하나의 초월적인 '좋음의 이데아'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7장~8장 행복의 정의: 인간의 기능과 덕
통념들을 모두 비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정의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 논증(function argument)'²입니다.
ⓐ 기능 논증: 어떤 것의 '좋음'은 그것의 고유한 '기능(ergon)'을 잘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 훌륭한 피리 연주자의 좋음은 피리 연주라는 기능을 잘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살아 숨 쉬는 것(식물과 공유)도, 감각하는 것(동물과 공유)도 아닌, 바로 '이성(logos)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입니다.
ⓑ 행복의 정의: 따라서, 인간의 최고선, 즉 행복이란 "덕(arete)⁴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이며, 만약 덕이 여러 가지라면 "가장 완전하고 궁극적인 덕에 따르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일생 동안" 완전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정의가, 행복이 '덕 있는 삶'이라는 철학자들의 견해와도, 행복에는 '쾌락'이 포함된다는 일반 대중의 통념과도 잘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덕에 따르는 활동 자체가 즐거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 9장~13장 행복에 대한 보충 설명과 다음 논의로의 전환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에 대한 몇 가지 부가적인 질문들을 다룹니다. 행복은 신이 주는 것인가, 아니면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가? (그는 후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가? (그는 어느 정도 행운의 영향도 인정하지만, 덕 있는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덕에 따르는 활동'인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인간의 영혼을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부분'으로 나누고, 이 구분에 따라 이후의 책들에서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것을 예고하며 1권을 마무리합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행복(Eudaimonia, 에우다이모니아):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핵심 개념. 단순히 주관적인 즐거움이나 만족감(happiness)을 넘어, 인간으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하며 '잘 살고 잘 행위하는(living well and doing well)' 객관적인 상태, 즉 '인간적 번영' 또는 '최상의 삶'을 의미한다.
² 기능 논증(Function Argument): 어떤 존재의 '좋음(선)'은 그 존재의 고유한 '기능(ergon)'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데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적인 논증 방식.
³ 정치학(Politike):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윤리학과 정치학은 분리되지 않는다. 개인의 좋은 삶(윤리학)은 좋은 공동체(폴리스) 안에서만 가능하며, 이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실천적 지혜가 바로 '정치학'이다.
⁴ 덕(Arete, 아레테): 어떤 것의 고유한 기능을 탁월하게 수행하게 하는 '훌륭함' 또는 '탁월성'. 피리 연주자의 덕은 피리 연주를 훌륭하게 하는 능력이고, 인간의 덕은 이성에 따르는 활동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성품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구조적 해석
• 윤리학(덕 윤리)적 관점:
제1권은 서양 '덕 윤리(Virtue Ethics)'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어떤 '행위'가 옳은가?"(공리주의)나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의무론)를 묻기 전에,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며,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라는 행위자 중심의 질문을 던집니다. 행복을 '덕에 따르는 활동'으로 정의함으로써, 그는 윤리의 핵심이 규칙 준수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실천을 통해 훌륭한 성품(덕)을 형성하고 발휘하는 데 있음을 보여줍니다.
• 형이상학 및 생물학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그의 목적론적(teleological) 자연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그가 생물학자였듯이, 그는 모든 자연물이 고유한 '목적(텔로스)'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기능 논증'은 바로 이 형이상학적, 생물학적 세계관을 인간의 삶에 적용한 것입니다. 인간의 '좋음'을 탐구하기 위해, 먼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무엇인가'를 묻는 그의 방식은, 윤리학이 자연학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 정치철학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윤리학은 정치학³의 일부입니다. 그는 제1권에서부터 개인의 '최고선'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정치학이라고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폴리스(도시국가)적 동물'로서, 좋은 공동체 안에서 좋은 시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자신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삶은 결코 혼자서 성취할 수 없습니다.
• 심리학적 관점:
제1권은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고대적 원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우다이모니아'¹는 현대 심리학의 '주관적 안녕감'을 넘어, '자아실현'(매슬로)이나 '성장', '몰입'(칙센트미하이)과 같은 '인간의 잠재력 실현' 개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는 인간이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활동' 그 자체에서 깊은 만족과 의미를 찾는 존재임을 통찰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권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그물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텔로스)'이 무엇인지를 묻는 책입니다. 그에게 그저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물의 '좋음'은 그 그물의 고유한 '기능'을 탁월하게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 '거미인간'의 고유한 기능은 바로 '이성'이라는 실을 사용하여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거미인간의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은, 이 이성의 실을 가장 훌륭하고 아름답게 사용하여, 평생에 걸쳐 정교하고 의미 있는 그물(삶)을 짜 나가는 '활동' 그 자체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연결이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하며 '탁월하게' 연결되는 것이며, 그 탁월한 연결의 활동 자체가 바로 행복임을 가르쳐줍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비판과 논쟁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은 서양 사상의 초석이지만, 그의 근본적인 전제들에 대한 중요한 비판들이 존재합니다.
• '기능 논증'의 타당성 문제: "인간에게 과연 단 하나의 고유한 '기능'이 존재하는가?"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비판입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인 동시에 감정적, 사회적, 창조적 존재입니다. '이성'만을 인간의 본질적인 기능으로 규정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다른 중요한 측면들을 부당하게 폄하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 엘리트주의와 배타성: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한 삶'(특히 관조적인 삶)은, 충분한 재산과 여가를 가진 소수의 자유민 남성 엘리트에게만 가능한 삶이라는 비판입니다. 그의 윤리학은 여성, 노예, 그리고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온전한 도덕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배타성을 가집니다.
• 자연주의적 오류: '인간의 기능은 이성이다(사실)'라는 명제에서, '따라서 이성적인 활동이 좋은 삶이다(가치)'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 '해야만 하는 당위'를 도출하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 운명의 역할에 대한 모호성: 그는 행복이 우리의 통제하에 있는 '덕 있는 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좋은 가문, 잘생긴 외모, 친구, 재산과 같은 '외적인 좋음'들이 행복에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이는 덕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과, 운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 사이에서 다소 모호하고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국가』 (플라톤 저, 박종현 역주, 서광사, 2005 아리스토텔레스가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했던 스승 플라톤의 대표작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비판한 '좋음의 이데아'란 무엇인지,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윤리학과 정치학이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비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덕의 상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저, 이진우 옮김, 문예출판사, 2021) 20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현대의 고전입니다. 매킨타이어는 계몽주의 이후 현대 도덕이 왜 파산했는지를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합니다.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임마누엘 칸트 저, 이원봉 옮김, 책세상, 2012)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중심의 목적론적 윤리학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도덕이 '행복'과 무관한 보편적인 '의무'의 문제라고 주장한 칸트의 대표작입니다. 윤리학의 가장 큰 두 산맥을 비교하며 읽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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