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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플라톤 - 국가 1권] 정의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 당대의 모든 정의관을 논파하다!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3.

플라톤의 『국가』 제1권 

소크라테스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 그리고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의 주장을 차례로 논파하는 과정을 그린다.

 

'플라톤의 국가 제1권' : 소크라테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다
"그래서 결국 이 대화에서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세. 나는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정의가 미덕의 일종인지, 그리고 정의로운 사람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알 수 있겠는가?"
서양 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은, 그의 가장 위대하고도 방대한 저서 『국가(政體, Politeia)』를 이처럼 소크라테스의 당혹스러운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국가』 제1권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편의 숨 막히는 지적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스승 소크라테스이며, 그는 아테네의 항구 피레우스에 있는 노인 케팔로스의 집에서 세 명의 인물과 차례로 논쟁을 벌입니다.
제1권은 어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당대의 모든 통념적인 정의관들을 논파하며, 우리가 '정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폭로합니다. 이처럼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아포리아(aporia, 막다른 골목)' 상태는, 제2권부터 시작될 진정한 정의, 즉 '정의로운 국가'와 '정의로운 영혼'에 대한 거대한 탐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플라톤의 가장 극적인 서문입니다.

 

국가 / 플라톤 - 제1권 :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 『국가』 1권

 

제1권의 서사는 소크라테스가 세 명의 대화 상대(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 트라시마코스)가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차례로 논파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 1라운드: 케팔로스와의 대화 (전통적 정의)

소크라테스는 부유한 노인 케팔로스에게, 노년의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인지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케팔로스는 "남을 속이거나 빚을 진 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답하며, 정의란 "정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빌린 것을 갚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정의를 제시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즉시 반론을 제기합니다. "만약 친구에게서 빌린 무기를, 그가 미친 상태에서 돌려달라고 한다면, 그것을 돌려주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 케팔로스는 그렇지 않다고 동의하고, 그의 정의는 무너집니다.


• 2라운드: 폴레마르코스와의 대화 (상식적 정의)

아버지의 논증을 이어받은 아들 폴레마르코스는 시인 시모니데스의 말을 인용하여, 정의란 "친구에게는 이로움을, 적에게는 해로움을 주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정의를 제시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집요한 질문을 통해 이 정의를 해체합니다. 

① 우리는 누가 진짜 친구이고 누가 진짜 적인지 착각할 수 있다. 

② 정의로운 사람이 가진 기술(techne)은 과연 무엇인가? 의술이 병을 치료하듯, 정의는 무엇을 하는 기술인가? 

③ 가장 중요한 반론으로, 누군가에게 '해로움'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을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말이 해를 입으면 더 나쁜 말이 되듯이, 사람이 해를 입으면 더 부정한 사람이 된다. 결코 '정의'라는 미덕이 다른 사람을 '부정의'하게 만들 수는 없다. 폴레마르코스는 결국 혼란에 빠집니다.


• 3라운드: 트라시마코스와의 대화 (급진적 정의)

지금까지의 온화한 대화에 만족하지 못한 소피스트¹ 트라시마코스가 맹수처럼 격렬하게 논쟁에 끼어듭니다. 그는 정의 따위는 위선에 불과하다며, 두 가지 충격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1. 정의란 '강자의 이익'이다: 모든 정권(민주정, 참주정 등)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든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이 법을 따르는 것을 피지배자에게 '정의'라고 부른다. 따라서 정의란 결국 강자(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2. 부정의한 삶이 정의로운 삶보다 더 이익이다: 완벽하게 부정의한 사람(예: 대중을 완벽하게 속이는 참주)은 완벽하게 정의로운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이익을 얻는다.

 

소크라테스는 이제 이 강력한 도전에 맞서 세 가지 논증을 펼칩니다. 

① 기술(craft)의 비유: 진정한 의사가 환자의 이익을 위하듯, 진정한 통치자 역시 피지배자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 

② 지혜와 미덕으로서의 정의: 정의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처럼 어떤 한계를 인정하지만, 부정의한 사람은 무지한 사람처럼 끝없이 남을 이기려 하므로, 결국 부정의는 무지와 같다. 

③ 기능 논증: 든 것에는 고유한 기능(ergon)이 있고, 그 기능을 잘 수행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 사물의 '미덕(아레테)'이다영혼의 기능 '훌륭하게 사는 것'이고, 정의는 영혼 미덕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영혼은 훌륭하게, 즉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트라시마코스를 논리적으로 제압한 것처럼 보이지만, 트라시마코스는 진심으로 승복하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 자신도 '정의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한 채 논쟁이 끝났음을 인정하며, 제1권은 완전한 미궁(아포리아) 속에서 막을 내립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소피스트(Sophist): 고대 그리스에서 돈을 받고 지혜와 변론술을 가르쳤던 지식인 집단. 플라톤은 그들이 진리 탐구보다 말싸움에서의 승리나 개인의 출세에만 관심이 있다고 보아 비판했다. 트라시마코스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² 아포리아(Aporia): '길이 없음', '막다른 골목'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에서, 대화자들이 자신들이 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고 논리적 난관에 봉착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새로운 탐구의 출발점이 된다.
³ 소크라테스식 방법(Socratic Method) / 논박(Elenchus):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대화법. 스스로는 무지를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그가 가진 신념의 모순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

 

 

플라톤 『국가』 1권 - 구조적 해석


• 정치철학적 관점: 

제1권은 서양 정치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대립 구도를 제시합니다. 소크라테스가 대변하는, 정의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좋은 삶에 필수적이라는 '이상주의' 또는 '도덕주의'와, 트라시마코스가 대변하는, 정의란 결국 권력의 문제이며 강자의 이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현실주의' 또는 '권력 정치'가 그것입니다. 이후 2500년의 서양 정치철학사는 이 두 관점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와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윤리학적 관점: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에 제시하는 '기능 논증'은, '미덕(덕)'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고대 그리스 윤리학의 핵심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정의로운 삶은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인가, 아니면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 제1권은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을 주지 않지만, '정의는 영혼의 미덕이며, 따라서 정의로운 영혼이 더 잘 기능하고 더 행복할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이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의 기초를 놓습니다.


• 수사학(레토릭) 및 교육학적 관점: 

 

이 대화편은 철학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 '형식' 자체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자신의 철학적 라이벌이었던 소피스트¹(트라시마코스)를 등장시켜, 그들의 현란한 변론술이 어떻게 진리를 왜곡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하는지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플라톤의 고민을 담고 있으며,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진리의 길로 이끄는 것이 철학의 역할임을 강조합니다.


• 심리학적 관점: 

대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정의에 대한 세 가지 다른 심리적 태도를 상징합니다. 케팔로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내세의 처벌을 피하려는 '안전 추구'의 심리에서 정의를 찾습니다. 폴레마르코스는 '우리 편'과 '적'을 구분하고 소속 집단에 충성하려는 '집단주의적' 심리를 보여줍니다. 트라시마코스는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명예욕'과 '권력욕'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모든 외적인 동기를 넘어, 정의가 영혼 '내면의 조화'와 건강의 문제임을 암시하며, 정의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의 문을 엽니다

 

 

플라톤 『국가』 1권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플라톤의 『국가』 제1권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라는 그물의 가장 중요한 실, 즉 '정의'라는 실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여정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물을 짜는 세 명의 다른 거미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라는 실의 정체를 묻습니다. 케팔로스는 '빚을 갚는' 것과 같은 단순한 직선 연결이 정의라고 말합니다. 폴레마르코스는 그물을 '친구의 영역'과 '적의 영역'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연결이 정의라고 주장합니다. 가장 강력한 도전자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라는 실 자체가 허상이며, 그물 전체가 사실은 가장 힘센 거미(강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쳐놓은 '덫'에 불과하다고 폭로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모든 단순한 해석들을 논파하며, '정의'가 그렇게 간단한 연결의 규칙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는 정의가 아마도 그물 전체의 '조화'와 '건강'에 관련된, 더 깊은 차원의 원리일 것이라고 암시하며, 진짜 탐구를 위한 서막을 엽니다.

 

 

플라톤 『국가』 1권 - 비판과 논쟁

제1권은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지만, 그 논증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됩니다.


• 소크라테스의 논증은 정말 성공적인가?: 많은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가 트라시마코스를 진정으로 논파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의 비유'(통치자는 피지배자의 이익을 위한다)는, 양치기가 양을 돌보는 것이 결국 양을 잡아먹기 위함이라는 트라시마코스의 반론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논증이 다소 교묘한 말장난처럼 보일 때가 많다는 비판입니다.


• '정의' 개념의 혼동: 대화 내내 '정의'라는 단어가 여러 다른 의미, 즉 '개인의 도덕성', '법률 준수', '사회적 올바름' 등으로 혼용되면서 논의에 혼란을 야기합니다. 소크라테스가 트라시마코스의 정치적인 정의 개념(강자의 이익)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영혼의 조화)로 교묘하게 바꾸어 논의한다는 비판입니다.


•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플라톤이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화 상대자들, 특히 트라시마코스를 실제보다 더 어리석고 성마른 인물로 묘사하여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실제 소피스트들의 주장은 훨씬 더 정교했을 수 있습니다.


• 결론의 부재: 제1권이 '아포리아'² 상태에서 끝나는 것은 극적인 효과를 주지만, 독자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어떤 적극적인 답변도 주지 못하고 혼란 속에 남겨둔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플라톤 저, 박종현 역주, 서광사, 1999)『국가』의 주인공인 소크라테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그가 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알 수 있는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들입니다. 특히 『변명』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저, 천병희 옮김, 숲, 2013)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 1권의 마지막에서 제기된 '정의와 행복의 관계'라는 질문에 대해, 스승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체계적인 답변을 내놓았는지 비교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김경희, 강정인 옮김, 까치, 2018) 트라시마코스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주장을, 1500년 뒤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냉혹하고 현실적인 정치 기술로 완성시킨 책입니다. 플라톤의 이상주의와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를 비교하면 정치철학의 두 극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