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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니코마코스 윤리학 - 3권] '아리스토텔레스' 우리는 우리 행동의 주인인가? 도덕적 책임, 자유의지, 그리고 용기와 절제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4.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3권. 

'자발성', '선택', '숙고'의 개념을 통해 도덕적 책임의 근거를 밝히고, 대표적인 미덕인 '용기'와 '절제'가 '중용'으로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심층 분석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3권' : 아리스토텔레스,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책임지게 하는가
"미덕과 악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제2권에서 '덕(미덕)'이 올바른 행동의 '습관'을 통해 형성되는 '성품 상태'라고 정의했다면, 제3권 "도덕적 책임"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파고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에 대해 칭찬이나 비난을 받을 수 있는가? 즉, 도덕적 책임의 조건은 무엇인가?"
제3권은 법철학과 도덕 심리학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어떻게 '숙고'하고 '선택'하는지 그 과정을 해부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성품(미덕과 악덕)이 결국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논증합니다. 그리고 이 이론적 토대 위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도덕적 미덕인 '용기'와 '절제'의 본질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 제3권 : 도덕적 책임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제3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1-5장)는 도덕적 책임의 일반 이론을 다루고, 후반부(6-12장)는 용기와 절제라는 두 가지 구체적인 미덕을 분석합니다.


• 1부 도덕적 책임의 조건 (1장~5장)


ⓐ 1장 행위의 자발성과 비자발성: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오직 '자발적인(voluntary)' 행위에 대해서만 칭찬이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자발적이지 않은, 즉 '비자발적인(involuntary)' 행위란 무엇일까요? 그는 두 가지 경우를 제시합니다. 

① 외부적인 힘에 의해 '강제'된 행위(예: 폭풍에 배가 떠밀려 가는 것)와 

② 알아야 할 구체적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무지'로 인한 행위(예: 아들인 줄 모르고 비밀을 말해버린 것)입니다.


ⓑ 2장~4장 합리적 선택, 숙고, 그리고 소망: 

그는 '자발성'보다 더 좁고 정확한 개념인 '합리적 선택(prohairesis)'¹을 소개합니다. 아이나 동물도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는 있지만, 오직 성인 인간만이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항상 '숙고(deliberation)'²를 거칩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요한 구분을 합니다. 우리는 결코 '목적' 자체에 대해서는 숙고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목적을 단지 '소망(wish)'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건강해지는 것'(목적)을 소망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해서만 숙고하고 선택합니다.


ⓒ 5장 미덕과 악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논의의 강력한 결론입니다. 우리의 '성품 상태'(미덕과 악덕) 결국 우리의 '행동'이 반복되어 만들어진 결과(습관)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성품을 가질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up to us)" 것입니다. 그는 병에 걸린 사람이 처음에는 병에 걸리지 않을 선택권이 있었지만,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여 한번 병에 걸리고 나면 더 이상 건강해지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나쁜 성품을 가진 사람도 처음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반복된 나쁜 선택의 결과 이제는 쉽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 2부 구체적인 미덕 분석: 용기와 절제 (6장~12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제 자신의 이론을 구체적인 미덕에 적용합니다.
ⓓ 6장~9장 용기(Courage)³: 

용기란 '두려움'과 '대담함'에 관련된 감정의 '중용'입니다. 하지만 모든 두려움에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불명예나 가난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진정한 용기는 가장 끔찍한 것, 즉 '전쟁터에서의 고귀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고매함(the noble)'을 위해 그것을 견뎌내는 성품 상태입니다. 그는 이 진정한 용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짜인 다섯 가지 마음가짐(예: 처벌이 두려워 싸우는 시민의 용기, 경험이 많아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직업 군인의 용기 등)을 구분하며, 진정한 용기의 동기는 오직 '고매함 그 자체'임을 강조합니다.


ⓔ 10장~12장 절제(Temperance)⁴: 

절제란 '쾌락'에 관련된 '중용'입니다. 하지만 모든 쾌락이 아니라, 가장 동물적인 쾌락, 즉 '촉각(음식과 성)'과 '미각'에 관련된 쾌락에만 해당됩니다. '방종한 사람'은 이러한 쾌락을 지나치게 추구하고 그것을 얻지 못할 때 고통스러워합니다. 반면 '무감각한 사람'은 쾌락을 너무 느끼지 못하는데, 이는 인간에게 드문 경우입니다. 그는 '방종'이 일시적인 감정에 휩쓸리는 '비겁함'보다 더 자발적이고 습관적인 선택의 결과이므로, 더 비난받을 만하다고 주장합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합리적 선택(Prohairesis): 단순한 충동이나 욕망과 구분되는, 이성적인 '숙고' 끝에 내려지는 선택.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도덕적 책임의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² 숙고(Deliberation): 우리가 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능력 안에 있는 '수단'들 중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이성적으로 따져보는 과정.
³ 용기(Andreia): 두려워해야 할 것과 대담해야 할 것을 구분하고, '고매함(to kalon)'이라는 올바른 목적을 위해 두려움을 견뎌내는 성품 상태.
⁴ 절제(Sōphrosynē): 육체적 쾌락(특히 촉각과 미각)에 대해, 이성이 명하는 바에 따라 올바른 양과 방식으로 즐기는 성품 상태.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 구조적 해석


• 법철학 및 형법이론적 관점: 

제3권의 전반부(1-5장)는 서양 법철학, 특히 형법의 책임론의 가장 중요한 원천입니다. '자발성'과 '비자발성'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 특히 '강제'와 '무지'를 책임 조각 사유로 제시한 분석은, 현대 형법에서 범죄의 성립 요건으로 '책임성'을 따지고, '강요된 행위'나 '법률의 착오'를 면책 사유로 고려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는 '행위 없이는 범죄 없다'는 원칙의 철학적 기반입니다.


• 철학(행위철학/자유의지론)적 관점: 

1장부터 5장까지는 '인간의 행위란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행위철학(philosophy of action)'의 고전입니다. 특히 '소망-숙고-선택-행동'으로 이어지는 그의 모델은, 인간의 합리적 행위 과정을 설명하는 정교한 틀을 제공합니다. 또한 "미덕과 악덕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5장의 선언은, 우리의 성품이 유전이나 환경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반복된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는 강력한 '자유의지론'의 입장입니다.


• 심리학적 관점: 

제3권은 도덕 심리학의 여러 주제를 선구적으로 다룹니다.
ⓐ 의사결정 과정: '숙고'에 대한 분석은 현대 심리학의 '의사결정 이론'의 원형입니다. 목적을 설정하고, 여러 대안(수단)을 탐색하며,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매우 현대적입니다.
ⓑ 감정 조절: '용기'(두려움 조절)와 '절제'(욕망 조절)에 대한 분석은 '감정 조절(emotion regulation)'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미덕이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따라 적절한 수준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 성격 형성: 미덕과 악덕이 반복된 행동의 결과로 형성된다는 그의 주장은, 성격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선택을 통해 형성되고 변화할 수 있다는 현대 성격 심리학의 관점과도 일치합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3권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그물이 단지 저절로 짜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거미 자신의 '자발적 선택'과 책임 있는 '행위'의 결과임을 가르쳐줍니다. '숙고'는 거미가 어떤 실을 어디로 뻗을지, 그 수많은 가능성의 '연결'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선택'은 그중 최선의 연결을 결정하여 실제로 실을 잣는 행위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그가 짠 그물의 패턴(성품)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일깨웁니다. '용기'는 포식자의 위협이라는 무서운 '진동' 앞에서도, 그물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능력입니다. '절제'는 눈앞의 달콤한 먹이(쾌락)라는 '진동'에 현혹되어, 그물을 짜는 중요한 일을 멈추지 않는 능력입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 비판과 근거

제3권의 책임론과 미덕 분석은 매우 강력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철학적 비판에 직면합니다.


• '자유의지' 문제에 대한 불충분한 논증: 5장에서 그는 "미덕과 악덕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강력하게 선언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철학적 논증은 다소 부족합니다. 만약 우리의 선택 자체가 우리의 타고난 기질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면(결정론), 과연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는 이 '결정론'의 도전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우리의 책임 능력을 전제하고 넘어간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용기'에 대한 협소하고 남성적인 정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용기의 최고 모델은 전쟁터에서 '고귀한 죽음'을 맞는 '남성 시민 전사'입니다. 이는 질병과 싸우는 환자의 용기, 불의에 맞서는 내부고발자의 용기, 혹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의 용기와 같은, 다른 수많은 형태의 용기를 간과하는 매우 협소하고 젠더 편향적인 정의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 '절제'의 범위 문제: 그가 절제를 '촉각'과 '미각'이라는 가장 동물적인 쾌락에만 국한시킨 것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욕망의 문제(예: 부와 명예에 대한 탐욕, 소셜미디어 중독 등)를 다루기에는 너무 좁다는 비판입니다.


• 무지의 문제: 그는 '무지'로 인한 행위는 비자발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무지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한 사람이 나쁜 환경에서 자라나 무엇이 진정으로 좋은 행동인지 배울 기회 자체가 없었다면, 그에게 온전한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이처럼 '도덕적 운(moral luck)'의 문제를 그의 이론이 충분히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자유의지는 없다』 (샘 해리스 저, 강주헌 옮김, 시공사, 2013) 아리스토텔레스가 전제했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의 개념을, 현대 뇌과학의 입장에서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입니다. 우리의 모든 선택이 뇌의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미리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정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합니다.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저, 김미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2019)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용기'나 '절제'와 같은 미덕이, 현대 심리학에서는 '그릿(끈기)'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연구되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훌륭한 성품이 어떻게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는지 그 관계를 실증적으로 탐구합니다.

『정의론』 (존 롤스 저, 황경식 옮김, 이학사, 2003)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온전히 책임질 수 없다고 보는 중요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롤스는 우리가 가진 재능이나 기질이 '자연적 복권'의 우연한 결과이므로, 그것으로 얻은 모든 성과가 전적으로 '나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