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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 최대 행복 원리, 쾌락의 질, 그리고 정의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9.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대표작 『공리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며, 쾌락의 '질'적 차이를 도입하여 공리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정의와 공리의 관계를 논증한 현대 윤리학의 필독 고전.

 

'공리주의' : 존 스튜어트 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돼라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자유주의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짧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통해 이처럼 유명한 선언을 합니다. 이 책은 그의 스승인 제러미 벤담이 주창했던 공리주의¹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이 '돼지에게나 어울리는 철학'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맞서 싸운 한 편의 정교한 변론서입니다. 은 도덕의 유일한 기준이 '결과', 즉 행복(쾌락)을 증진시키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쾌락이 동등하지 않으며, 질적으로 더 높고 고상한 '정신적 쾌락'이 더 가치 있다고 논증합니다. 이 책은 개인의 권리와 사회 전체의 행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정의란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탐색하는, 현대 윤리학과 정치철학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입니다.

 

공리주의 / 존 스튜어트 밀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 공리주의 』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공리주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2장), 사람들이 왜 이 원리를 따라야 하는지 그 동기를 설명하며(3장), 이 원리가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지(4장), 그리고 공리주의의 가장 큰 난적인 '정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5장) 그 논증 과정을 따라갑니다.


• 1장 총론: 

밀은 먼저 도덕의 제1원리, 즉 '옳고 그름의 기준'을 찾는 것이 철학의 가장 오래된 과제였음을 상기시키며, 자신은 '공리(Utility)', 즉 '최대 행복 원리'²가 바로 그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 2장 공리주의란 무엇인가: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은 공리주의가 '행위의 옳고 그름은, 그것이 행복을 증진시키는 경향에 비례한다'는 원리에 기반한다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행복이란 '쾌락의 추구와 고통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공리주의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즉 이것이 인간을 단순히 쾌락만 좇는 동물적 존재로 격하시킨다는 비판에 맞섭니다. 그는 쾌락에는 '양'뿐만 아니라 '질'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벤담의 이론을 수정합니다. 지성, 감정, 상상력과 같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사용하는 '고급 쾌락'³은, 단순히 감각적인 '저급 쾌락'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고 가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쾌락이 더 고급인지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본 '유능한 심판관'이 만장일치로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설령 더 많은 불만족을 겪더라도, 결코 지성이 없는 존재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3장 공리의 원리의 궁극적 제재에 대하여: 

"왜 내가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밀은 도덕적 의무감을 부여하는 힘, 즉 '제재(sanction)'⁴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답합니다. '외부적 제재'는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 혹은 신의 상벌과 같은 외부적인 보상과 처벌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양심, 즉 '내부적 제재'입니다. 밀은 이 양심의 본질이 바로 타인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인류애' 또는 '사회적 감정'이라고 봅니다. 교육과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타인의 행복을 나의 행복과 동일시하게 되고,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곧 나의 의무라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 4장 공리의 원리는 어떤 증명을 내놓을 수 있는가?: 

공리주의의 제1원리가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밀은 다음과 같은 심리학적 논증을 펼칩니다. "어떤 대상이 보인다는 유일한 증거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을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desirable)는 유일한 증거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을 욕망한다(desire)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의 행복을 욕망하므로, 각 개인의 행복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행복의 총합인 '일반 행복' 역시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 5장 정의와 공리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밀은 공리주의의 가장 큰 약점, 즉 '정의(Justice)'의 문제를 다룹니다.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 한 명의 무고한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밀은 '정의'라는 감정이 침해당했을 때 보복하려는 우리의 강력한 본능적 욕구와, 권리 침해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 감정 자체가 도덕적인 것은 아닙니다. 정의가 신성한 도덕적 힘을 갖는 이유는, 개인의 권리(안전, 재산, 자유)를 보호하는 '정의의 규칙'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행복(공리)을 극대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의는 공리의 일부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공리주의(Utilitarianism): '유용성(Utility)'을 의미하는 라틴어 'utilis'에서 유래.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을, 그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쾌락)을 가져다주는지, 즉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윤리 이론.
² 최대 행복 원리(Greatest Happiness Principle):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가능한 한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곧 옳은 행위"라는 공리주의의 제1원리.
³ 고급/저급 쾌락(Higher/Lower Pleasures): 밀이 제시한 중요한 구분. 저급 쾌락이 먹고 자는 것과 같은 육체적, 감각적 쾌락이라면, 고급 쾌락은 지성, 감정, 상상력, 도덕 감정과 같은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 능력을 사용하여 얻는 쾌락(예: 시를 읽는 즐거움, 타인을 돕는 기쁨)을 의미한다.
⁴ 제재(Sanction): 사람들이 도덕 규칙을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힘의 원천. 외부적 제재(상벌)와 내부적 제재(양심)가 있다.

 

 

『 공리주의 』구조적 해석


• 윤리학(결과주의 윤리)적 관점: 

이 책은 결과주의(Consequentialism) 윤리 이론의 가장 정교하고 영향력 있는 형태입니다. 행위의 동기나 규칙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행복의 총량)를 도덕적 판단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밀은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킴으로써, 공리주의가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발전을 추구하는 윤리 이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 정치철학적 관점: 

밀의 공리주의는 그의 자유주의 정치철학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자유론』에서 개인의 자유(특히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옹호한 이유는, 자유로운 토론과 다양한 삶의 방식의 실험이야말로 인류 전체가 '고급 쾌락'을 발견하고 사회 전체의 공리를 장기적으로 증진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즉, 자유는 공리를 위한 최상의 도구입니다.


• 심리학적 관점: 

밀의 이론은 심리학적 통찰에 깊이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고급/저급 쾌락'의 구분은 인간의 동기 부여에 대한 심리학적 가설입니다. 또한, 4장의 '증명'은 행복이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이라는 심리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강조하는 '사회적 감정'은, 우리가 어떻게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이기적인 존재에서 타인과 연대하는 도덕적 존재로 발전해 나가는지에 대한 연합주의 심리학(Associationist Psychology) 설명을 보여줍니다.


• 법철학적 관점: 

5장 '정의와 공리의 상관관계'는 법철학의 중요한 논의입니다. 밀은 '정의'나 '권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신성한 원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랜 경험을 통해, 사회 전체의 안녕과 행복(공리)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가장 핵심적인 규칙들임을 깨닫고 만들어낸 사회적 발명품이라는 것입니다. 즉, 법과 권리는 궁극적으로 공리에 봉사할 때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 공리주의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가장 건강하고 이상적인 그물(사회)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 원칙을 제시합니다. '최대 행복 원리'는, 그물의 건강을 그물 전체의 '진동의 총합'(행복)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거시적인 관점입니다. 밀의 위대한 통찰은, 이 진동에 '질'의 차이가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그저 먹고 생존하는 '저급한 진동'만 가득한 그물보다, 예술, 학문, 그리고 타인과의 깊은 교감과 같은 복잡하고 '고급스러운 진동'이 풍부한 그물이 더 좋은 그물입니다. '정의'는, 그물 전체의 진동을 높이기 위해 특정 '실'(개인)을 함부로 끊거나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그물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안정성에 관한 규칙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으로 위대한 그물이란 모든 '점'(개인)들이 각자의 '고급 쾌락'을 자유롭게 추구하며 다채로운 진동을 만들어내고, 그 진동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물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임을 가르쳐줍니다.

 

 

『 공리주의 』비판과 논쟁

밀의 공리주의는 매우 설득력 있지만, 200년 가까이 수많은 철학적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 '자연주의적 오류' 문제: 4장의 '증명' 부분은 논리학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했다는 가장 유명한 비판을 받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행복을 욕망한다(사실 명제)"는 것에서, "따라서 행복은 욕망할 만한 가치가 있다(가치 명제)"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is'에서 'ought'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고급 쾌락'의 엘리트주의: '고급 쾌락'과 '저급 쾌락'의 구분은 매우 설득력 있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하며 결국 밀과 같은 지식인 계층의 문화적 편견(엘리트주의)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축구를 즐기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더 낫다'라고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 '정의' 문제의 불완전한 해결: 밀은 정의가 '장기적인 공리'에 기여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공리주의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만약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켜 사회 전체를 구원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 닥친다면, 공리주의는 원칙적으로 그 희생을 용납해야만 합니다. 이는 개인의 권리가 절대적이라고 보는 칸트나 롤스의 의무론적 정의관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 계산 불가능성의 문제: 현실 세계에서 어떤 행동이 가져올 모든 결과를 예측하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행복과 고통의 총합을 계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공리주의가 실제적인 도덕적 지침이 되기 어렵다는 '실천적 문제'가 제기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저,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05) 밀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짝꿍 책입니다. 『공리주의』가 윤리학적 원리를 제시했다면, 『자유론』은 그 원리가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 어떻게 '개인의 자유'라는 원칙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논증합니다.

『정의론』 (존 롤스 저, 황경식 옮김, 이학사, 2003) 20세기 정치철학의 거장 존 롤스가 바로 이 '공리주의'를 비판하며 자신의 이론을 구축했습니다. '최대 다수의 행복'이 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정교한 비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임마누엘 칸트 저, 이원봉 옮김, 책세상, 2012) 밀의 결과주의 윤리학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도덕이 '결과'가 아닌 보편적인 '의무'와 '이성'의 법칙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한 칸트의 대표작입니다. 윤리학의 가장 큰 두 산맥을 비교하며 읽는 경험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