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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책 해석과 이해 - 장량, 상앙, 조고 (사기열전/사마천)

by 유미 와 비안 2025. 5. 2.

[사마천 - 사기열전 ] -  장량(張良), 상앙(商鞅), 조고(趙高)

사기열전 속 인물의 유미와 비안의 감성, 구조적 비교 해석

 

•  장량: 유후열전(留侯列傳) 
•  상앙: 상군열전(商君列傳) 
•  조고: 이사열전(李斯列傳)
"세 사람이 남긴 세 가지 시대의 문법"

 

사기열전 / 사마천 (김원중 역)

 

[장량]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전략은 말보다 앞섰고,
그의 승리는 권력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는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하의 운명은 그가 설계한 방식으로 흘렀다.

 

[상앙]은 반대였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불합리를 제도로 고치려 했다.
기존의 관습과 정서, 인간적인 흐름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법과 질서, 규율과 형벌을 세웠다.
그는 이상주의자였고 동시에 냉혹한 개혁가였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만든 법에 의해 죽었다.

 

[조고]는 또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법을 바꾸지도 않았고, 철학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말의 힘’을 빼앗았다.
사슴을 끌고 와 말이라 불렀고,
그 말을 믿지 않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그가 무너뜨린 것은 권력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그 자체였다.

 

사기열전 / 사마천 (김원중 역)

 

역사적 의의 _ 세 방식의 정치, 세 방식의 몰락과 생존


[장량]은 한나라의 기틀을 다진 지략가였다.
그는 제왕의 그림자에 숨어 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방향을 제시했고,
승리의 조건을 만들었다.
역사에서 그는 살아남은 승리자로 남는다.

 

[상앙]은 진나라의 골격을 만든 인물이다.
그가 없었다면 진시황의 통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남긴 것은 법치, 세금, 병농일치, 행정 구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만든 질서 안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이 만든 법률 구조 안에서 사지(四肢)가 찢겨 죽었다.

 

[조고]는 진나라의 말기를 상징한다.
그는 실권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명분도 정의도 없었다.
그는 말의 의미를 왜곡해 현실을 통제했고,
그 언어의 조작이 진나라의 몰락을 앞당겼다.
그는 권력의 그림자가 사람을 어떻게 지워버리는지를 보여주는 존재였다.

 

 

현대 트렌드와의 연결 _ 말, 권력, 시스템을 어떻게 다루는가


[장량]은 슬로우 리더십과 감성 전략의 선구자였다.
요즘 조직이나 개인이 선호하는 비직선적 영향력,
보다는 관계기획보다는 맥락에 가까운 감각이
바로 장량의 방식이었다.

 

[상앙]은 오늘날의 능력주의, 성과주의 시스템과 닮아 있다.
모든 것을 계량화하고,
인간의 행동을 규칙으로 바꾸려 했던 그의 개혁은
오늘의 KPI, 공정 담론, 기술 기반 행정 시스템을 떠올리게 한다.

 

[조고]는 언어와 정보의 조작,
SNS 상의 여론 조작, 가짜 뉴스, 말의 재편을 통해 통제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그는 진실을 왜곡함으로써 권력을 얻고,
그 왜곡된 질서 속에서 시스템을 마비시킨 대표적 인물이다.

 

사마천 / 사기열전 (김원중 역)

 

심리학적 해석 _ 인간의 선택과 자기 보존의 심리


[장량]은 높은 자기조절력과 낮은 공격성, 높은 정서적 통찰을 지녔다.
그는 감정과 판단을 분리할 줄 알았고, 모든 순간마다 자신을 다잡았다.
그는 외부 세계에 반응하기보다
내면의 질서에 따라 살아간 사람이다.

 

[상앙]은 완벽주의자적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설계한 체계 외의 모든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 안에는 통제 욕구와 불안, 그리고 결과 지향적 사고가 있었다.

 

[조고]는 불신에 기초한 권력본능형 성격을 지녔다.
그는 타인의 판단보다 자신의 공포를 우선시했고,
누구도 믿지 않았으며,
모든 말을 통제해야만 안심했다.
그의 심리는 극단적 통제, 조작, 과대망상적 생존 구조를 보여준다.

 

 

철학적 해석 ― 존재에 대한 방식과 인간관의 차이

 

[장량]은 노자와 공자를 함께 품은 인물이다.
공공의 자리에 있을 때는 유가적 도리를 지켰고,
자신을 비우고 떠날 때는 도가의 무위자연을 따랐다.
그는 권력은 ‘갖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게 두는 것’이라는 철학을 실천했다.

 

[상앙]은 인간을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윤리가 아닌 규율, 정의가 아닌 체계를 통해
사회를 운영하려 했다.
그의 철학은 철저히 이성주의적 전체주의였다.

 

[조고]는 철학이 없는 자였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없었고,
오직 현실을 다루는 기술만 남았다.
그의 세계에는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
오직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만이 있었다.

 

사마천 / 사기열전 (김원중 역)

사회 /경제적 해석 _ 시스템 설계자, 균형자, 조작자

 

[장량]은 제도 바깥의 균형자였다.
그는 체계에 속하지 않되, 그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율했다.
그는 한 나라의 비공식적 안정 장치였다.

 

[상앙]은 시스템 그 자체였다.
세금, 병역, 법률, 신분제…
오늘날 국가 운영의 모든 틀을 2000년 전 상앙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체계는 인간성을 초과했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했다.

 

[조고]는 시스템을 해킹한 자였다.
그는 말을 조작하고, 현실을 왜곡하며 권력을 유지했다.
현대의 정보 권력, 여론조작, 정치적 담론의 언어 왜곡
그의 잔상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슬로우 리더십 – 케빈 캐시
장량처럼 말보다 조율, 통제보다 균형을 실천하는 리더십을 위한 철학서
.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상앙이 만든 제도화된 질서와 감시 시스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전
. 1984 – 조지 오웰
조고가 했던 ‘언어의 조작’이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미래의 경고서
. 도덕경 – 노자
장량이 인생 말년에 경전으로 삼았던 책, 무위와 자연에 대한 가장 고요한 철학

 

오늘의 질문

당신은 오늘,
권력 앞에서 어떤 방식을 택하고 있나요?
말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는 장량의 길인가요?
질서를 만들기 위해 감정을 포기한 상앙의 길인가요?
아니면, 진실보다 효과를 앞세우는 조고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어떤 힘을 믿고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