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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인문학)

[열등한 성(인페리어)]'앤절라 사이니' - 과학은 어떻게 여성을 오해했는가? 페미니즘 과학, 뇌과학, 진화론의 편견

by 유미 와 비안 2025. 9. 30.

과학 저널리스트 '앤절라 사이니'의 대표작 『열등한 성』

.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최신 연구를 통해 반박하며, '여성은 열등하다'는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한다.

 

'열등한 성(인페리어)' : 앤절라 사이니, 과학은 어떻게 여성을 오해했는가
"여성은 남성보다 변덕스럽고, 비이성적이며, 본능적으로 육아에 더 적합하다. 남성은 태생적으로 더 공격적이고, 지배적이며, 바람을 피우도록 진화했다. 이 모든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과연 그럴까?"
영국 출신의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앤절라 사이니는, 그녀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열등한 성(인페리어, Inferior)』를 통해, 우리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어온 수많은 성별에 대한 통념들이 사실은 남성 중심적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 투영된 '만들어진 신화'였음을 통렬하게 폭로합니다. 이 책은 다윈부터 현대의 뇌과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역사가 어떻게 여성을 '열등한 성'으로 규정하고 정당화해 왔는지 그 어두운 이면을 추적하는 한 편의 지적인 탐사 보도입니다. 사이니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낡은 신화들을 하나씩 격파하며 여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열등한 성(인페리어) / 앤젤라 사이니 - 과학적 사실, 만들어진 신화

 

『열등한 성 (인페리어)』

 

이 책은 여성에 대한 과학적 편견이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주제별로 탐구하며, 각 장이 하나의 거대한 신화를 무너뜨리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들어가며 &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가?: 

사이니는 먼저 찰스 다윈조차도 "여성은 남성의 열등한 형태"라고 믿었던 과학계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전통을 지적하며 문제의식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 오래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 애초에 태어나길 다르게 태어났다 & 여성의 뇌에서 부족한 28그램: 

이 장들에서 그녀는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작고 비논리적'이라는 해부학적 편견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그녀는 뇌의 크기나 특정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지능이나 능력의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최신 뇌과학(신경과학) 연구들을 소개하며,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가 다르다는 주장에 기반한 '신경성차별주의(Neurosexism)'의 허구를 폭로합니다.


• 여성의 일 & 왜 남성이 지배하는가: 

사이니는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남성 사냥꾼(Man the Hunter)' 가설에 도전합니다. 이 가설은 남성이 사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며 문명을 발전시켰고, 여성은 동굴에서 아이를 돌보는 수동적인 존재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최신 인류학 연구들이, 초기 인류 사회에서 여성이 식량 채집을 통해 훨씬 더 안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남성과 평등한 관계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들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가부장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본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그저 상대를 까다롭게 고를 뿐: 

이 장에서는 '성적으로 적극적인 남성'과 '성적으로 수동적이고 까다로운 여성'이라는 다윈주의적 성 선택 이론의 고정관념을 비판합니다. 그녀는 다양한 영장류 연구를 통해, 암컷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짝을 선택하고, 심지어 여러 수컷과 관계를 맺으며 경쟁을 유도하는 등,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 늙어도 죽지 않은 여자: 

전통적인 진화론은 폐경 이후의 여성을 번식에 기여하지 못하는, 진화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사이니는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을 통해, 폐경 이후의 여성들이 자신의 자녀를 돕고 손주를 돌봄으로써, 다음 세대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줍니다. 할머니의 지혜와 돌봄은 인류의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 이 책을 마치며: 

결론적으로 사이니는 여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지난 수백 년간 남성 중심적 편견에 오염되어 있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점점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연구 현장에 진출하고,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던지면서, 과학은 스스로의 오류를 교정하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열등한 성(인페리어)』구조적 해석

이 책은 과학 저널리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페미니즘 과학 비평과 과학기술학(STS)의 핵심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 페미니즘 과학 비평 및 과학기술학(STS) 관점: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분석 틀입니다. 사이니는 과학이 결코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활동이 아니며, 그것이 수행되는 사회의 성별, 인종, 계급적 편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과학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학자 역시 사회의 일원이며, 그들의 무의식적인 편견은 연구 질문의 설정, 실험 설계, 그리고 결과 해석의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 이는 과학 지식의 사회적 구성 과정을 탐구하는 과학기술학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입니다.


• 진화인류학 및 영장류학적 관점: 

사이니는 '남성 사냥꾼 가설'이나 '수줍은 암컷' 이론과 같은 전통적인 진화 인류학의 서사를 비판하기 위해, 사라 카이크리스틴 호크스와 같은 여성 인류학자들과 영장류 학자들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인용합니다. 이는 남성 중심적이었던 학문 분야에 여성 연구자들의 시각이 개입되면서,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뇌과학(신경과학)적 관점: 

그녀는 '여성의 뇌'와 '남성의 뇌'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치기 위해, '신경성차별주의(Neurosexism)'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그녀는 fMRI와 같은 뇌 영상 기술이 종종 남녀의 미세한 뇌 활동 차이를 과장하고, 이를 성별 고정관념을 정당화하는 데 오용되고 있음을 비판합니다.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강조하며, 뇌의 차이는 타고난 것이기보다 사회적 경험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심리학(진화심리학)적 관점: 

이 책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진화심리학의 일부 주장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서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현대의 성별 역할 차이(예: 남성의 바람기, 여성의 양육 본능)를 수백만 년 전의 진화적 적응의 결과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려는 시도가현재의 성차별적 구조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진화심리학은 때때로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 질서에 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친다." 

 

 

『열등한 성(인페리어)』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앤절라 사이니의 『열등한 성』은 세상을 복잡하게 연결된 그물로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지난 수백 년간 인류가 짜 온 '과학 지식'이라는 그물이 사실은 절반의 '실'(남성)만으로 만들어진, 심각하게 편향되고 뒤틀린 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거미인간은 사이니의 눈을 통해, 이 남성 중심의 그물이 어떻게 여성이라는 나머지 절반의 실들을 무시하고, 배제하며, 심지어 '열등한' 것으로 규정해 왔는지 그 폭력의 역사를 봅니다. 사이니가 소개하는 새로운 여성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 낡은 그물에 잊혔던 여성의 '실'들을 다시 연결하여, 인류라는 그물의 진짜 모습이 얼마나 더 다채롭고, 복잡하며, 평등한지를 다시 직조해내는 과정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앎이란 더 많은 것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딛고 있는 지식의 그물 자체가 과연 누구의 시선으로 짜였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배제된 목소리들을 다시 '연결'하는 비판적 성찰에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열등한 성(인페리어)』비판과 논쟁

사이니의 책은 과학 저널리즘의 수작으로 평가받지만, 그녀의 강한 비판적 입장에 대해 몇 가지 논의 지점이 있습니다.


• 반대 증거에 대한 선택적 무시: 

사이니가 과학계의 성차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을 주로 인용하고,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보여주는 반대 연구들은 다소 선택적으로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는 그녀 자신이 비판하는 '편향된 과학'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과학 전체에 대한 불신 조장 가능성: 

그녀의 책은 과학이 얼마나 많은 오류와 편견의 역사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성찰이지만, 자칫 과학적 방법론 자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조장하고, 모든 과학적 주장을 단순히 '사회적 구성물'로만 치부하는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 '생물학적 차이'와 '성차별'의 혼동: 

그녀는 생물학적 성차(sex)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어떻게 사회적 성차별(gender)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는지를 비판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성차 자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저널리스트로서의 한계: 

사이니는 뛰어난 저널리스트로서 복잡한 과학적 논쟁들을 매우 명쾌하게 종합합니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녀가 특정 연구의 미묘한 맥락이나 학문적 논쟁의 깊이를 다소 단순화하여 전달한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 황소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1) 사이니가 '과학 연구' 속의 남성 중심성을 비판했다면, 이 책은 도시 계획, 기술, 의료, 정치 등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남성 기본값(male default)'으로 수집되고 적용되어 여성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지 방대한 사례로 증명합니다. 『열등한 성』의 가장 완벽한 사회과학적 확장판입니다.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샤론 모알렘 저, 이규원 옮김, 지식의날개, 2020) 사이니가 '열등하다'는 신화를 비판했다면, 의사인 샤론 모알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X염색체를 근거로 여성이 유전학적으로, 면역학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과학적으로 펼칩니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흥미로운 대조와 보완이 가능합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저, 이민아 옮김, 디플롯, 2021) 사이니가 비판한 '공격적인 남성 사냥꾼'이라는 진화의 신화 대신, 인류가 살아남은 비결이 공격성이 아닌 '다정함'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더 긍정적이고 평등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저,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2020) 사이니가 과학의 역사 속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려 했다면,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정신을 이어받아, 과학의 역사 속에서 잊혀진 수많은 영웅들(남성과 여성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가진 가장 인간적이고 숭고한 정신을 그려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