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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의 치명적 데이터 편향을 고발하다!

by 유미 와 비안 2025. 8. 6.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의 『보이지 않는 여자들』

'성별 데이터 격차'가 어떻게 여성의 삶을 불편하게 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지 방대한 데이터로 증명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 필독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남성기준 세상의 치명적 결과

 

 

'보이지 않는 여자들':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 그 치명적 결과에 대한 고발
"스마트폰은 왜 여성의 손에는 너무 클까? 자동차 충돌 시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심장마비의 전조 증상을 겪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진율이 높은 까닭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그녀의 역작 '보이지 않는 여자들(Invisible Women)'에서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 즉 '성별 데이터 격차(gender data gap)'에 있다고 폭로합니다. 이 책은 악의적인 차별이 아니라, '남성'을 인류의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하고 여성의 데이터를 수집조차 하지 않는 세상의 뿌리 깊은 무관심이 어떻게 여성의 일상, 직장, 건강, 그리고 생명까지 위협하는지를 방대한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생생한 사례로 증명하는 한 편의 강력한 고발장입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남성기준 세상의 치명적 결과

 

『보이지 않는 여자들』

 

이 책은 '남성이 디폴트'인 세상이 우리의 일상부터 재난 상황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광범위하게 여성에게 불리하고 위험하게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탐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작은 차이가 사회적 효용성이 증가했다


1부 일상: 매일의 불편함 속에 숨은 위험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풍경에서 시작됩니다. 스웨덴의 한 도시에서 제설작업 방식을 바꾼 사례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존에는 자동차가 주로 다니는 도로(주로 남성 운전자 이용)부터 눈을 치웠지만, 보행로(여성, 노인, 아이 이용률이 높음)부터 치우도록 순서를 바꾸자 낙상사고 환자가 급감하며 오히려 더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효용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도시 계획, 대중교통 노선, 공중화장실 설계 등 모든 것이 '평균적인 남성'의 생활 패턴에 맞춰져 있어 여성이 겪는 불편과 위험을 체계적으로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남성신체 기준으로 제작된 안전장비


2부 직장: 능력주의라는 신화
직장은 어떨까요? 페레스는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입는 안전 장비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되어 여성의 몸에 맞지 않아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또한, 기업과 사회가 '능력주의'를 외치지만, 여성이 전담하다시피 하는 무급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허울뿐인 신화라고 비판합니다. 여성은 보이지 않는 노동의 무게를 짊어진 채 불리한 경주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남성표준으로 설계된 사회 시스템


3부 설계: '원 사이즈는 남성 사이즈'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은 '남성 표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충돌 실험에 사용되는 더미는 수십 년간 남성 신체 기준이었기 때문에, 여성은 안전벨트를 매도 심각한 부상을 입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스마트폰의 크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의 인식률, 심지어 사무실의 표준 온도까지 모두 남성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여성을 '특수한 경우'로 취급하는 설계 철학의 치명적인 결과입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비정형 환자가 되는 여성들


4부 의료: 여성이 '비정형' 환자가 되는 이유
성별 데이터 격차가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곳은 바로 의료 분야입니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의학 연구는 남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심장마비의 전형적인 증상은 '남성의 증상'으로 알려졌고, 다른 양상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들은 '비정형적'이라는 이유로 오진받거나 히스테리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약물 임상시험 또한 남성 위주로 진행되어, 여성이 약물 부작용을 겪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


• 5부 & 6부 공공 생활과 재난: 위기 상황에서 더욱 투명해지는 존재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은 국가의 GDP에 포함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세금 제도는 종종 맞벌이 부부의 2차 소득자(주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됩니다. 더 나아가,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남성 중심의 재해복구 계획은 여성과 아이들의 특수한 필요(위생, 안전 등)를 간과하여 2차 피해를 유발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여성은 가장 먼저 희생되지만, 가장 늦게 고려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남성기준 세상의 치명적 결과

『보이지 않는 여자들』 구조적 해석


이 책은 저널리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깊이 있는 분석과 함의를 제공합니다.


• 데이터 과학 및 통계학적 관점: 표본 편향의 재앙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과학적 근거는 '표본 편향(sampling bias)'입니다. 데이터 과학에서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할 때 분석 결과는 왜곡됩니다. 페레스는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사회의 거의 모든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남성'이 인류 전체를 대표하는 기본 표본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보여줍니다. 

"데이터는 객관적이지 않다. 무엇을 측정하고 무엇을 측정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순간,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이미 편향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여성을 측정하지 않았다." - 이 책은 성별 분리 데이터(gender-disaggregated data) 수집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데이터 과학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 공공정책 및 도시계획학적 관점: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제설작업, 대중교통, 공중화장실, 재난 구호 등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례는 공공정책과 도시계획이 어떻게 '남성 디폴트' 사고에 기반하여 실패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악의적이라서가 아니라, 여성의 삶과 경험에 대한 데이터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을 수립할 때, 그 '증거'가 누구의 삶을 반영하는지 비판적으로 질문해야 함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STS) 관점: 기술은 중립적인가?


페레스는 스마트폰, 음성인식, 자동차 안전 설계 등의 사례를 통해 기술이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기술과 제품은 그것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의 편향을 반영합니다. 남성 중심적인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의 필요와 신체 데이터가 고려되지 않은 기술이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기술은 진공 속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의 사회 구조와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때로는 강화한다. 남성 중심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AI는 남성 중심의 미래를 제안할 뿐이다." 


• 페미니스트 경제학적 관점: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이 GDP에서 제외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페레스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합니다. 가사, 육아, 간병 등 사회 재생산에 필수적인 노동이 경제적 가치로 인정받지 못할 때, 여성은 경제적으로 영원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게 됩니다. 이는 여성의 빈곤 문제와 직결되며, 경제 시스템 자체의 정의로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세상의 보이지 않는 연결과 구조를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그물이 얼마나 심각하게 반쪽짜리로 짜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보고서입니다. 거미인간은 이 책을 통해 도시, 직장, 병원 등 모든 시스템의 설계도에 '여성'이라는 핵심적인 실이 빠져 있음을, 그리고 그로 인해 그물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감지합니다. 그는 제설작업 순서의 작은 변화가 여성의 안전이라는 다른 실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학 데이터의 편향이 여성의 생명이라는 실을 어떻게 끊어버리는지 그 치명적인 '연결'을 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단순히 현상을 판단하는 것을 넘어, 빠진 데이터를 채워 넣고 '보이지 않던' 존재들을 보이게 함으로써, 사회라는 그물을 더 촘촘하고, 안전하며, 모두를 위한 것으로 다시 직조해야 한다는 강력한 사명감을 부여합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비판과 논쟁

 

이 책은 압도적인 데이터와 사례로 무장하고 있어 내용 자체에 대한 반박은 어렵지만, 그 관점과 방법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 논의가 가능합니다.


• 교차성에 대한 분석 부족: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합니다. 이는 성별 데이터 격차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같은 여성이라도 인종, 계급, 장애, 성적 지향 등에 따라 겪는 차별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교차성(intersectionality)'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여성'이라는 단일한 범주로 묶어 설명함으로써,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와 복합적인 억압의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 '악의 없는 무지'라는 전제의 한계: 

페레스는 대부분의 성별 데이터 격차가 악의적인 여성혐오가 아닌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불필요한 성별 갈등을 피하고 문제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적인 전략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무지'를 가능하게 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권력 구조와 남성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소 무디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즉, 그것이 과연 순수한 '무지'이기만 한지에 대해 더 깊이 질문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문제 제기에 비해 단순화된 해결책: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명쾌합니다. 바로 '성별 분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이지만, 책이 폭로한 문제의 거대함에 비해서는 다소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을 넘어, 데이터를 해석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권력 구조 자체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자본의 성별』 (셀린 베시에르, 시빌 고라크 저, 이민경 옮김, 아르테, 2024)『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이 어떻게 배제되는지를 보여준다면, 이 책은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자본'이 어떻게 성차별적으로 상속되고 분배되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합니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공적, 사적 영역을 막론하고 여성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저, 김명남 옮김, 창비, 2015) 여성의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리베카 솔닛의 이 책은 '맨스플레인' 현상을 통해 여성의 말이 어떻게 묵살되는지, 그 '신뢰도의 격차'가 어떻게 여성혐오와 연결되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데이터 격차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저, 김명남 옮김, 창비, 2016) 페레스가 제시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통계가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면, 아디치에의 이 책은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개인의 이야기로 왜 성 평등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지를 설득합니다. 데이터의 이성과 이야기의 감성이 만날 때, 변화를 위한 더 큰 힘이 생깁니다.

『다운 걸: 여성혐오의 논리』 (케이트 맨 저,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 2023) 페레스가 '무지'에 의한 차별을 주로 다룬다면, 케이트 맨은 '의도'를 가진 여성혐오의 작동 논리를 철학적으로 분석합니다. 가부장적 규범을 어긴 여성을 처벌하고 통제하려는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여성혐오를 이해하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겪는 문제의 이면에 숨겨진 더 깊은 권력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