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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위대한 선언! 페미니즘의 역사를 시작한 불멸의 고전

by 유미 와 비안 2025. 8. 6.

20세기 최고의 지성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여자는 만들어진다'는 명제로 페미니즘의 역사를 연 이 책은,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타자'로 규정되었는지 파헤치고 진정한 해방의 길을 제시하는 필독 고전입니다.

제2의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여자는 만들어 진다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신화가 된 여성의 탄생을 파헤치다
"한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20세기 페미니즘의 모든 논의를 시작하게 한 이 기념비적인 문장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그녀의 역작 '제2의 성(The Second Sex)'을 통해 던진 위대한 선언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의 억압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류의 역사, 신화, 생물학, 정신분석학, 문학을 종횡무진하며 '여성'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남성의 필요에 의해 규정된 '타자(Other)'이자 '두 번째 성'으로 만들어져 왔는지를 방대하고도 치밀한 논리로 파헤칩니다. '제2의 성'은 수천 년간 지속된 여성에 대한 신화를 해체하고, 여성이 의존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함을 역설한 해방의 철학서입니다.

 

제2의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운명과 해방의 길

 

 

『제2의 성』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책은 '여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성을 운명 짓는다고 여겨져 온 모든 통념을 해부하고(1권), 여성이 평생에 걸쳐 어떻게 '여성'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추적하며(2권), 마침내 해방의 길을 모색합니다.


제1권: 운명? - 여성을 둘러싼 사실과 신화

제2의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운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의 상황의 비판


1부 운명?: 보부아르는 먼저 여성이 생물학적, 정신분석학적, 역사유물론적 '운명'에 얽매여 있다는 주장들을 체계적으로 반박합니다. 그녀는 생물학적 차이(임신, 출산 등)가 그 자체로 여성을 열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해석하고, 마르크스주의가 계급투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여성의 고유한 억압을 간과했다고 비판합니다. 즉, 여성의 조건은 타고난 운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상황이라는 대전제를 세웁니다.

제2의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남성의 타자로의 여성

 

2부 역사: 인류의 역사를 되짚으며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타자'로 자리매김했는지를 분석합니다. 고대 사회부터 프랑스혁명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은 언제나 남성이라는 절대적 주체에 의해 관계적으로 정의되는 '제2의 성'의 위치에 머물렀음을 보여줍니다.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박탈당한 인간성, 문학, 예술, 종교


3부 신화: 남성들이 문학과 예술, 종교를 통해 어떻게 '여성'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D. H. 로런스, 클로델, 스탕달 등 남성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여성이 '성녀' 아니면 '악녀', '뮤즈' 아니면 '마녀'와 같은 신비로운 타자로 그려지면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박탈당했음을 고발합니다.


 제2권: 체험 - 한 사람이 어떻게 '여자'가 되는가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여자는 태어나는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


1부 형성: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책의 가장 유명한 명제가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보부아르는 한 개인이 유년기, 사춘기('젊은 처녀'), 성 입문 과정을 거치며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길러지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남성에게 의존적인 삶


2부 상황: 성인이 된 여성이 처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분석합니다. 결혼한 여자, 어머니, 매춘부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들이 어떻게 그녀의 자유를 제한하고 남성에게 의존적인 삶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줍니다.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심리적 도피처


3부 정당화: 이러한 억압적 상황 속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당화하며 살아가는지를 탐구합니다. 나르시시즘에 빠지거나, 사랑에 모든 것을 걸거나, 신비주의에 몰두하는 것은 사실상 주체적인 삶을 포기한 여성이 택하는 도피처임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제2의 성 / 시몬 드 보부아르 -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삶


4부 해방을 향해: 마지막으로 보부아르는 여성이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길을 제시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독립'입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지성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노동을 통해 남성에게 의존하는 '타자'가 아닌,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상호성의 관계를 맺을 때 진정한 해방이 가능하다고 선언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제2의 성』 구조적 해석


이 책은 특정 학문에 갇히지 않고, 인간 존재를 탐구하기 위해 당대의 모든 지적 자원을 동원한 통섭적 연구의 기념비입니다.


• 실존주의 철학적 관점: 주체와 타자, 내재성과 초월성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뼈대는 장 폴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실존주의 철학입니다. 보부아르는 인간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만들어나가는 '주체(Subject)'이자 '초월적(transcendent)' 존재로 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남성은 이 주체의 자리를 독점한 반면, 여성은 남성에 의해 규정되고 대상화되는 '타자(Other)'이자 사물처럼 고정된 '내재적(immanent)' 존재로 강요당해 왔습니다. 

"한 인간을 억압 속에 묶어두는 것은 그에게 초월의 문을 모두 막아버리는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여성에게 일어난 일이다." - "여자는 만들어진다"는 선언은 바로, 여성에게 주어진 내재성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초월적 주체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실존주의적 결단인 것입니다.


• 사회학/인류학적 관점: 여성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 분석


'제2의 성'은 여성의 삶을 둘러싼 사회 구조와 제도를 총체적으로 분석한 거대한 사회학 연구입니다. 보부아르는 결혼, 가족, 노동, 성매매 등 구체적인 제도가 어떻게 여성을 종속적인 위치에 묶어두는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녀의 분석은 개인의 심리를 넘어,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 '상황'을 조명합니다.


• 역사학적 관점: '타자'로서의 여성사


보부아르는 인류의 역사를 '여성의 관점'에서 재서술합니다. 그녀는 남성 중심의 역사 서술 속에서 여성은 언제나 부차적이고 수동적인 존재, 즉 역사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존재했음을 폭로합니다. 이는 역사학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었던 여성의 경험을 복원하고 '여성사'라는 새로운 분야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적인 작업입니다.


• 문학비평/신화분석적 관점: 남성적 시선이 만든 '여성' 신화


1권 3부 '신화' 편은 그 자체로 뛰어난 페미니즘 문학 비평서입니다. 보부아르는 남성 작가들이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투영하여 어떻게 '신비로운 여성', '위험한 여성', '숭배받는 여성'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는 남성적 시선이 만들어낸 여성의 이미지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폭로하고, 여성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제2의 성』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제2의 성'은 세상을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의 그물로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인류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관계의 불균형'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설계도입니다. 거미인간은 보부아르의 분석을 통해, 사회라는 거미줄이 오랫동안 '남성'이라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여성'을 주변부의 의존적인 실로 규정하는 비대칭적 방식으로 직조되어 왔음을 감지합니다. "여자는 만들어진다"는 선언은 거미인간에게, 이 낡은 그물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므로 해체하고 새롭게 엮을 수 있다는 강력한 '진동'을 전달합니다. 그는 여성이 나르시시즘과 사랑에 몰두하는 것이 고립된 선택이 아니라, 그물이 허용하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이해합니다. 이 책을 통해 거미인간은 진정한 해방이 단절이 아닌, 모든 존재가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새로운 '연결'을 통해, 상호성의 원리로 짜인 건강하고 대칭적인 그물을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제2의 성』 비판과 논쟁


'제2의 성'은 페미니즘의 성서로 불리지만, 출간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후배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애정 어린 비판과 재해석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 보편적 '여성' 경험의 한계 (인종, 계급 문제): 

보부아르가 분석하는 '여성'의 경험은 주로 유럽의 백인, 중산층, 지식인 여성의 그것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인종, 계급, 식민지 경험 등 다른 억압과 교차하며 발생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조건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벨 훅스와 같은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라는 단일한 범주가 오히려 유색인 여성들의 고유한 억압을 지워버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훗날 '교차성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성애 중심주의와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시각: 

책의 '레즈비언' 장은 당대의 정신분석학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보부아르는 레즈비어니즘을 남성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심리적 반응이나 미성숙한 단계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성애를 기본적인 규범으로 상정하는 '이성애 중심주의(Heteronormativity)'적 시각을 보입니다. 이는 훗날 주디스 버틀러와 같은 퀴어 이론가들이 비판적으로 넘어서고자 했던 지점입니다.


• 남성적 가치의 내면화: 

보부아르는 여성이 해방되기 위해 남성과 같이 '초월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여성이 남성적인 가치(이성, 생산성, 합리성)를 획득해야만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이것이 결국 남성적인 것을 보편적인 인간의 기준으로 상정하는 것이며, 여성적인 것으로 여겨져 온 가치(돌봄, 공감, 관계성)를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 생물학적 설명의 양가성: 

보부아르는 생물학이 운명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1권의 방대한 부분을 생물학적 차이를 설명하는 데 할애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술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수동성이나 약함과 연결하는 것처럼 읽힐 여지가 있어, 그녀가 자신이 비판하고자 했던 생물학적 결정론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젠더 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저, 조현준 옮김, 문학동네, 2024) 보부아르의 "여자는 만들어진다"는 명제를 가장 급진적으로 계승하고 동시에 해체하는 책입니다. 버틀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그 '여자'라는 범주 자체의 안정성을 의심하며, 젠더 수행성 이론을 펼칩니다. 『제2의 성』 이후 페미니즘 이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다음 단계입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저, 이경아 옮김, 문학동네, 2017)『제2의 성』이 놓쳤다는 비판을 받는 인종과 계급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벨 훅스는 페미니즘이 성차별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계급차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페미니즘이 모두를 위한 사랑의 정치학이 되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저,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19) 보부아르가 철학적으로 논증한 여성의 독립을, 버지니아 울프는 문학적인 언어로 먼저 탐색했습니다. 여성이 창조적인 주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조건("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정신적 조건("자기만의 방")이 무엇인지를 통찰력 있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에세이입니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저, 방곤 옮김, 이학사, 2018)『제2의 성』의 철학적 기반인 실존주의를 가장 쉽고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 등 사르트르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면, 보부아르가 왜 그토록 여성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지 그 철학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