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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젠더 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여자는 없다는 가장 도발적인 선언! 성별, 젠더, 욕망의 질서를 전복하는 페미니즘

by 유미 와 비안 2025. 8. 6.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젠더는 수행된다'는 수행성 개념.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의 지형을 바꾼 책으로, 성별과 정체성에 대한 모든 상식을 뒤흔드는 필독서!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여자는 만들어진다

 

'젠더 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여자’는 만들어진다는 폭탄선언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 유명한 명제에,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훨씬 더 근본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여자'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이라는 범주는 과연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실체인가?"
현대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중 하나로 꼽히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 그리고 '성적 욕망(desire)'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상식을 뒤흔드는 지적 폭탄과도 같습니다. 버틀러는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에 의해 강제되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연기(performance)'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젠더라는 견고한 성벽에 균열을 냅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여성을 규정하는 또다른 억압

 

『젠더 트러블』

 

'젠더 트러블'은 페미니즘의 주체인 '여성'이라는 범주 자체를 해체하고, 성별과 젠더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파헤치며, 이를 전복할 수 있는 정치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책입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여성이라는 주체, 생물학적, 사회적, 이성애적 욕망의 흐름


1부: 성별/젠더/욕망의 주체
버틀러는 먼저 페미니즘 운동이 전제해 온 '여성'이라는 주체가 과연 누구를 대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여성'을 단일하고 보편적인 범주로 상정하는 순간, 특정 인종, 계급, 성적 지향을 가진 여성들의 경험은 배제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녀는 우리가 '생물학적 성(sex) → 사회적 젠더(gender) → 이성애적 욕망(desire)'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자연스럽다고 믿지만, 사실 이는 사회가 강제하는 이성애 중심적 질서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젠더는 타고난 성별의 표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규범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사회적 금지와 억압속 형성된 결과물 젠더


2부: 금지, 정신분석학, 이성애적 기반의 생산
그렇다면 이 '강제적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될까요? 버틀러는 프로이트와 라캉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며 그 원리를 파헤칩니다. 사회는 근친상간 금기와 같은 강력한 '금지(prohibition)'를 통해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규정합니다. 이러한 금기는 단순히 특정 행동을 막는 것을 넘어, '이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동성애를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결국 우리의 젠더 정체성은 내면의 본질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금지와 억압 속에서 우울(melancholy)과 동일시의 과정을 거쳐 복잡하게 형성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수행성, 실재 없는 환상


3부: 전복적 몸짓
이러한 억압적 구조를 전복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버틀러는 여기서 그녀의 가장 유명한 개념인 '수행성(performativity)'을 제시합니다. 젠더는 우리가 가진 내면의 본질을 밖으로 표현하는 '연기(performance)'가 아닙니다. 오히려 젠더는 실체가 없으며,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말, 행동, 몸짓, 스타일과 같은 '수행(performing)'을 통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만들어지는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드랙퀸(여장 남자)의 공연을 예로 들어봅시다. 드랙은 단순히 '여자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드랙은 '여성성'이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흉내 내고 반복되어 온 '원본 없는 모방'임을 폭로하는 패러디입니다. 이러한 '전복적 몸짓'들은 젠더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임을 드러내고, 견고해 보이는 젠더 규범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여성의 단어, 정체성 해체와 끝없는 질문


결론: 패러디에서 정치로
버틀러는 젠더를 패러디하고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실천이 단순히 문화적 유희를 넘어 중요한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젠더 규범을 교란하고 '트러블'을 일으킴으로써,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넘어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의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젠더트러블 / 주디스 버틀러 - 모든 정체성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만드는 것, 퀴어의 목표

『젠더 트러블』 구조적 해석


이 책은 철학, 정신분석학, 페미니즘, 문학 비평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 후기구조주의 철학적 관점: 주체의 해체

이 책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미셸 푸코와 자크 데리다로 대표되는 후기구조주의 철학입니다. 버틀러는 권력이 억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정체성, 즉 '주체'를 만들어낸다는 푸코의 통찰을 받아들입니다.

"권력은 단순히 우리를 억압하는 외부의 힘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나'라고 믿는 주체를 생산하고, 무엇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지를 규정하는 담론 그 자체이다." - 그녀는 '여성'이라는 안정된 주체를 가정하는 대신, 그 주체가 어떻게 특정 담론과 권력관계 속에서 구성되었는지를 해체적으로 분석합니다.


• 퀴어 이론적 관점: 정체성 정치의 비판


'젠더 트러블'은 퀴어 이론의 탄생을 알린 가장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이 책은 '여성'이나 '레즈비언', '게이'와 같은 정체성 범주에 기반한 기존의 정체성 정치를 비판합니다. 버틀러는 이러한 범주들이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에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존재들을 배제하고 억압한다고 주장합니다. 퀴어 이론의 목표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상/비정상'을 나누는 규범 자체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모든 정체성의 경계를 유동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페미니즘 이론적 관점: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한 내부 비판


버틀러는 페미니즘 내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해방을 목표로 할 때, 그 '여성'은 과연 누구인가? 그녀는 이 범주가 종종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여성을 기준으로 설정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페미니즘이 더 포용적인 정치학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이라는 주어 자체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수행성 이론/연극학적 관점: 젠더는 연기인가?


버틀러의 '수행성(performativity)' 개념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기여입니다. 이는 젠더를 연극 무대에서의 '연기(performance)'와 구분합니다. 연기는 이미 존재하는 배우가 특정 역할을 맡아 행하는 것이지만, 수행성은 그 행위 이전에 '젠더화된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젠더화된 주체는 행위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젠더를 수행하는 담론적 실천을 통해 비로소 구성된다. 젠더의 실체는 없으며, 오직 반복되는 수행을 통해 실체처럼 보일 뿐이다." - 즉, 우리는 젠더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수행'이 우리를 젠더화된 존재로 만들어냅니다.

 

『젠더 트러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젠더 트러블'은 세상을 고정된 선이 아닌 유동적인 그물로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정체성'이야말로 가장 교묘하고 강력하게 짜인 사회적 거미줄임을 폭로합니다. 거미인간은 이 책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견고해 보이는 두 개의 기둥이 사실은 원본 없는 반복적인 '수행'의 실들로 엮인 환상임을 감지합니다. 버틀러의 논리는 거미인간에게 'Sex → Gender → Desire'라는 사회의 선형적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진동'을 따라 새로운 정체성의 실을 직조할 용기를 줍니다. 그는 드랙과 같은 '패러디'가 단순히 다른 그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물이 '만들어진 것'임을 드러내는 전복적인 행위임을 깨닫습니다. 결국 거미인간은 이 책을 통해, 정해진 그물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 그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예측 불가능한 연결 속에서 새로운 존재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진정한 '호모 넥서스'로 거듭나게 됩니다.

 

 

『젠더 트러블』 비판과 논쟁


'젠더 트러블'은 현대 사상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 급진성과 난해함으로 인해 출간 이후 끊임없는 비판과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 지나치게 난해하고 추상적인 언어:

이 책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강력한 비판은 바로 그 언어의 난해함입니다. 버틀러는 후기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의 전문 용어를 복잡하게 엮어 사용하는데, 이는 전문가들조차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비판가들은 이러한 글쓰기 스타일이 엘리트주의적이며, 정작 젠더 억압으로 고통받는 대중들이 그녀의 이론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 정치적 효용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합니다.


• 물질적 현실과 신체의 과소평가:

버틀러가 젠더를 '담론'과 '수행'의 문제로 집중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경제적 착취, 물리적 폭력, 임신과 출산 같은 생물학적이고 물질적인 현실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일부 유물론적 페미니스트들은 젠더가 단순히 언어적 구성물이나 '패러디'를 통해 전복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며, 자본주의 가부장제라는 견고한 물질적 토대 위에 세워져 있음을 강조합니다. "젠더를 단지 '수행'으로만 본다면, 전 세계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불평등과 폭력의 무게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 정치적 주체와 행위성의 부재:

만약 우리의 젠더가 사회적 규범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라면, 그 규범을 전복할 수 있는 저항의 주체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버틀러의 이론이 구조의 힘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개인이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행위성(agency)'의 공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모든 것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면, 그 구성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버틀러 자신도 이 비판을 수용하여 후속작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등에서 이 문제를 더 깊이 다룹니다.)


• '패러디' 전략의 정치적 한계:

드랙과 같은 패러디적 수행이 과연 실질적인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전복적 몸짓이 주류 문화에 의해 쉽게 상업화되거나 단순한 유흥으로 소비될 수 있으며, 견고한 법적, 제도적 차별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문화적 저항만으로는 현실 정치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비판입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저, 조현준 외 옮김, 을유문화사, 2021)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명제로 페미니즘의 역사를 바꾼 고전입니다. 버틀러가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넘어서려는 대상이 바로 보부아르의 사상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젠더 트러블』이 어떤 지적 전통 위에서 탄생했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의 역사 1』 (미셸 푸코 저, 이규현 옮김, 나남출판, 2013) 버틀러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셸 푸코의 대표작입니다. 권력이 어떻게 '성(sexuality)'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고 통제하며, 이를 통해 근대적 주체를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버틀러가 말하는 '권력'과 '구성'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의미를 체현하는 육체』 (주디스 버틀러 저, 양효실 옮김, 문학동네, 2024)『젠더 트러블』 이후 쏟아진 비판, 특히 '물질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에 대해 버틀러가 직접 응답하며 자신의 이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책입니다. 생물학적 성(sex) 역시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논하며, '수행성' 개념을 심화시킵니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저,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19)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즉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돈), 공간적('자기만의 방') 조건이 무엇인지를 문학적인 언어로 탐색한 에세이입니다. 버틀러의 철학적 논의와는 다른 결이지만, 젠더가 어떻게 사회적, 물질적 조건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