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자본의 성별] '셀린 베시에르' -가족의 부는 왜 항상 남편과 아들에게 가는가?

by 유미 와 비안 2025. 8. 8.

프랑스 사회학자들의 20년 추적 연구! 『자본의 성별』

은 가족 재산이 어떻게 상속과 이혼 과정에서 성차별적으로 분배되는지, 그 보이지 않는 경제 논리를 폭로한다. 페미니즘 경제학의 필독서.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가족과 부의 분배

 

'자본의 성별' :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부는 어떻게 남성에게 흘러가는가
"가족의 재산은 정말 '우리'의 것일까?"
우리는 흔히 가족을 사랑과 헌신으로 뭉친 공동체, 경제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안식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두 사회학자 셀린 베시에르와 시빌 고라크는 그들의 저서 '자본의 성별(Le genre du capital)'을 통해 이 순수한 믿음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댑니다. 20년간의 방대한 연구와 수많은 법정 기록,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은 가족이 사실상 부와 불평등이 생산되고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제도'임을 폭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본'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아들이나 남편, 즉 언제나 '남성'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증명합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드 외 - 가족이라는 경제 시스템

 

『자본의 성별』

이 책은 가족 내부에서 자산이 형성되고, 상속되고, 분할되는 전 과정을 추적하며, 그 모든 단계에 어떻게 성차별적 논리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 낱낱이 보여주는 한 편의 냉철한 사회 보고서입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가문의 재산과 상속


• 1부: 가족이라는 경제 시스템 (1~3장)
저자들은 먼저 '가족은 경제 제도'라는 대전제를 제시합니다. 사랑이라는 장막 뒤에서 가족은 끊임없이 재산을 증식하고 다음 세대로 이전하기 위한 '재생산 전략'을 구사합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에는 '가문의 재산을 지킨다'는 목표가 있으며, 이는 곧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아들은 가업을 잇고 부모를 부양할 '강력한 남자'로 키워지는 반면, 딸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떠날 존재, 즉 '비참한 여자'로 여겨지며 상속에서 교묘하게 배제되거나 훨씬 적은 몫을 받게 됩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성별의 노동의 가치, 상속계획


• 2부: 평등이라는 이름의 불평등 (4~5장)
현대 법은 '남녀평등'을 보장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저자들은 바로 법의 허점과 '성차별적 회계'라는 보이지 않는 도구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부모들은 아들이 가업에 기여한 무급 노동의 가치는 부풀려 계산하고, 딸이나 아내가 평생을 바친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가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삭제해 버립니다.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가들조차 이러한 성차별적 관행에 동조하며, 세금을 피하고 '가족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여성의 몫을 희생시키는 상속 계획을 설계합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이혼, 이혼법정


• 3부: 이혼,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6~7장)
이렇게 숨겨져 있던 '자본의 성별'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바로 이혼입니다. 결혼 생활 동안 '우리'의 것이라고 믿었던 재산은 이혼 법정에 서는 순간 명확히 '남편의 것'으로 규정됩니다. 남편의 경력과 소득은 '그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반면, 아내가 경력을 포기하고 헌신한 가사 노동과 육아는 경제적 가치로 거의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국 수많은 여성들이 이혼 후 극심한 경제적 곤란에 빠지게 됩니다. 저자들은 "모든 사람의 노예는 프롤레타리아의 전처"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통해, 여성이 가족 제도 안에서 어떻게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지를 고발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이혼 후 극심한 경제적 곤란에 빠지는 여성들

『자본의 성별』 구조적 해석

이 책은 사회학 연구서이지만, 경제학, 법학, 여성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중요한 함의를 던집니다.


• 경제사회학적 관점: 경제 행위의 사회적 구성

이 책은 상속이나 재산 분할과 같은 경제 행위가 결코 합리적이고 개인적인 계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제사회학의 정수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결정은 '가문의 영속성', '성 역할 규범', '가족의 평화'와 같은 사회적 가치와 젠더 규범에 깊이 뿌리박고 있습니다.- "자본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은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계와 성별이라는 문화적 각본에 따라 그 흐름과 방향이 결정된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


• 페미니스트 경제학적 관점: 무급 가사 노동의 가치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이 오랫동안 무시해 온 무급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저자들은 이 노동이 없다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유지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체계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착취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여성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사 노동에 대한 정당한 경제적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자본의 성별 / 셀린 베시에르 외 - 법과 현실, 가부장적 관행


• 법사회학적 관점: 법과 현실의 괴리

저자들은 법적으로는 남녀의 평등한 상속권과 재산분할권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 법정이나 공증 사무소에서는 가부장적 관행이 어떻게 법의 정신을 무력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변호사, 판사, 공증인 등 법률 전문가들조차 성차별적 통념에 사로잡혀 여성에게 불리한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법은 서류 위에 평등을 기록하지만, 현실의 법정에서는 가부장적 관습이 판결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법과 현실의 비극적 괴리다."-  이는 법이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법사회학의 중요한 통찰입니다.


• 가족사회학적 관점: 가족 신화의 해체


이 책은 사랑과 조화의 공간이라는 '가족 신화'를 해체하고, 가족이 실제로는 자원을 둘러싼 미묘하고 치열한 권력 투쟁의 장(場) 임을 보여줍니다. 저자들은 가족 구성원 간의 애정이 성차별적 자원 배분을 정당화하고 갈등을 은폐하는 기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며, 가족에 대한 비판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자본의 성별』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자본의 성별'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연결된 '그물'로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가족'이라는 가장 내밀하고 끈끈해 보이는 그물이 사실은 얼마나 비대칭적이고 불공정하게 짜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미경입니다. 거미인간은 이 책을 통해 '가족 자본'이라는 굵은 실이 어떻게 '아들'과 '남편'이라는 특정 교차점(노드)으로만 교묘하게 흘러 들어가는지, 그리고 아내와 딸이 제공하는 '돌봄 노동'이라는 수많은 가느다란 실들이 어떻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끊어지거나 무시되는지를 감지합니다. 이혼이라는 거대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이 불균형한 그물이 어떻게 한쪽(여성)의 생존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지 그 '흐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으로 건강한 관계의 그물을 직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애정의 실뿐만 아니라, 그 아래를 흐르는 보이지 않는 '자본의 실'과 '노동의 실'을 공정하게 연결해야 한다는 강력한 깨달음을 줍니다.

 

『자본의 성별』 비판과 논쟁

이 책은 매우 중요한 현실을 폭로한 역작이지만, 그 분석의 틀과 관련하여 몇 가지 비판적 논의가 가능합니다.


• 프랑스 사회라는 특수성: 

이 책의 연구는 전적으로 프랑스의 법률, 사회, 문화적 맥락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상속법이나 가족 제도는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책에서 밝혀진 구체적인 메커니즘(예: 특정 세금 제도나 법정 관행)이 한국이나 다른 문화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물론 가부장제 하에서 부가 남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은 보편적일 수 있으나, 그 방식의 특수성을 일반화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 계급 문제의 상대적 소홀: 이 책은 주로 농장, 가업, 부동산 등 유의미한 '자본'을 소유한 중산층 이상의 가족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자산이 없는 노동계급이나 빈곤층 가족의 경우, '자본의 성별'이 어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들에게는 자본의 '상속'보다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이나 부채의 '대물림'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 여성의 저항과 전략에 대한 분석 부족: 

저자들은 여성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지를 탁월하게 분석하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협상하며,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하는지에 대한 '행위성(agency)'의 측면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됩니다. 여성이 단지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그려지는 경향이 있으며,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성들의 다양한 노력과 실천에 대한 분석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복잡한 가족 관계의 단순화 가능성: 이 책은 가족을 '경제적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랑, 죄책감, 애정, 책임감 등 가족 내에서 작동하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의 역할이 다소 단순화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가족 관계의 중요한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수 있습니다.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요인들이 어떻게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더해졌다면 논의가 더 풍부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저, 장경덕 외 옮김, 글항아리, 2014) 베시에르와 고라크가 가족 단위의 '성별' 불평등을 분석했다면, 피케티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 불평등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자본의 성별』을 '젠더화된 피케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두 책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부의 불평등이 계급과 젠더 축을 따라 어떻게 심화되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 황가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9)『자본의 성별』이 가족 내에서 여성의 노동과 가치가 어떻게 보이지 않게 되는지를 보여준다면, 이 책은 도시 계획, 의료, 기술, 재난 구조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이 어떻게 여성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방대한 데이터로 증명합니다.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저, 이정순 옮김, 을유문화사, 2021)『자본의 성별』이 보여주는 경제적 현실의 철학적,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입니다. 보부아르가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타자'로 규정되어 왔는지를 총체적으로 분석했다면, 『자본의 성별』은 그 '타자화'가 경제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저, 봄알람, 2016)『자본의 성별』이 다루는 불편한 진실을 가족이나 파트너와 이야기할 때, 우리에게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성차별적 상황에 지혜롭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구체적인 대화법을 알려주는 최고의 실용서입니다. 이론적 분석을 현실의 대화로 연결해 주는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