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적 권력구조는 명령과 복종의 문명의 질서를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지금 이 구조는 균열을 맞고 있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는 누구의 명령도 없이 자발적으로 연결되고 위로부터의 통제 보다 옆으로부터의 영향에 더 반응하는 탈 중앙 네트워크의 시대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거미인간(호모 넥서스Homo Nexus) - 탈 중앙 네트워크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호모 넥서스'
Part 5.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다 – 선형 문명의 모순을 넘어
5.1 권력의 재구조화 - 중앙집중에서 탈 중앙 네트워크로
오래도록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신이 왕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왕은 관료와 병사에게, 그들은 다시 백성에게 명령을 전달합니다. 피라미드처럼 뾰족한 구조 속에서 ‘명령과 복종’은 문명의 질서를 가능하게 만든 원리였습니다. 이 구조는 매우 ‘선형적’입니다. 시작점이 있고, 위계가 있고, 통제 가능한 경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구조는 균열을 맞고 있습니다. 인터넷, 블록체인, 플랫폼, SNS, 분산형 커뮤니티 -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이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는 누구의 명령도 없이 ‘자발적으로 연결’되고, 위로부터의 통제보다 ‘옆으로부터의 영향’에 더 반응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에서 거미줄로 – 권력 구조의 은유적 전환
권력 구조는 그 시대의 인식 방식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형 시대의 권력은 ‘통제 가능한 정보’와 ‘일방적 명령’에 기반합니다. 피라미드형 조직은 정보의 흐름을 위계에 따라 정렬하고, 상부에 집중된 권력이 전체를 움직입니다.
예: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체계, 중앙정부→지방관청 구조, 20세기 초반의 대기업 조직도.
하지만 비선형 시대의 권력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중심을 허물고, 여러 개의 노드가 상호 감응하며 동시적으로 움직입니다. 누구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며, 기존의 위계는 영향력과 피드백을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이제 권력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거미줄’처럼 배치됩니다. 블록체인 – 탈중앙화의 실체적 모델 가장 대표적인 탈중앙 권력의 사례는 블록체인입니다. 거래 기록은 중앙 서버가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됩니다. 특정 관리자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신뢰를 구축합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검증에 관여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권력과 신뢰의 중심을 ‘한 곳’에서 ‘모든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즉, 권력은 ‘장소’가 아니라 ‘구조’에서 만들어집니다.
정치와 조직의 권력도 바뀌고 있다
정치는 더 이상 정당 중심의 위계 구조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발언이 SNS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고, 플랫폼 커뮤니티의 압력이 정책을 바꿉니다. 기업도 위계보다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Google, Netflix 같은 조직은 팀 단위 자율성과 피드백 루프를 중시하며, 상사가 아닌 ‘피어(peer)’의 영향력이 성과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문화 영역에서는 ‘인플루언서’와 ‘팬덤’이 새로운 권력 집단이 되었습니다. 기존 미디어가 아닌 ‘관계망’ 속에서 콘텐츠가 유통되고, 기존 질서가 아닌 ‘공감’이 힘을 부여합니다.
피드백과 영향력 – 새로운 권력의 작동 방식
중앙집중 권력은 ‘명령→복종’의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탈중앙 권력은 ‘신호→감지→확산→수렴’의 흐름으로 작동합니다. 영향력은 강제력이 아니라, 공감과 감응을 통해 발생합니다. 커뮤니티의 반응 속도가 곧 권력의 속도입니다. 누구나 권력자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언제든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거미인간은 이 구조에 익숙합니다. 그는 권력을 ‘가지려 하지 않고’, 관계망 속에서 ‘설계’하고 ‘공명’하며 ‘조정’합니다. 이것이 피드백 기반의 비선형 권력 구조입니다.
윤리 없는 탈중앙은 혼돈이다
하지만 탈중앙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규칙이 없거나, 책임이 분산되면 극단주의, 집단지성의 오류, 사이버 폭력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익명성과 분산성으로 인해 불법거래나 무책임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탈중앙화가 성공하려면, 기술적 구조 못지않게 ‘윤리적 감응력’이 필수입니다. 거미인간의 윤리, 즉 ‘관계 속에서 감응하며 조율하는 감각’은 이러한 구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 감각이 됩니다.
용어 주석
. 블록체인(Blockchain) - 분산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를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로, 중앙 통제 없이도 신뢰와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 중앙집중(Centralization) - 정보와 권력이 특정한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
.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 권력과 결정권이 여러 참여자에게 분산되어 있는 구조.
.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 위계 없이 동등한 노드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구조.
. 감응 기반 구조(Resonant Structure) - 상호 반응과 피드백을 통해 권력이 형성되는 구조.
참고문헌
. 마누엘 카스텔, /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 한국정보사회진흥원 / 2004
. 제레미 리프킨, / 한계비용 제로 사회 / 민음사 / 2014
.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 호모 데우스 / 김영사 / 2017
. 클레이 셔키, / 끌리는 소셜미디어 / 제이펍 / 2011
. 김상균, / 메타버스 / 플랜비디자인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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