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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멈춘 자리(구조와 에세이)/거미인간 - 연결과 확산 언어의 시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Homo Nexus) Part 4-4, 감지와 흐름의 결-인지적 공명

by 유미 와 비안 2025. 6. 3.

거미인간은 단일한 기준이나 고정된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상황의 변화, 관계의 미묘한 신호, 정보의 조합과 연쇄 반응을 통해 맥락을 ‘감지’합니다. 

이 감각은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다중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의 결을 읽는 일종의 ‘인지적 공명(共鳴, cognitive resonance)’입니다.

 

거미인간(호모 넥서스Homo Nexus) - 감지, 흐름, 인지적 공명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호모 넥서스'

 

거미인간 (호모 넥서스) 감지와 흐름의 결- 인지적 공명

 

Part 4. 호모 넥서스 – 거미인간의 출현


4.4 판단이 아닌 감지, 지식이 아닌 흐름 읽기

 

오랫동안 우리는 ‘판단하는 인간(Homo Judicans)’으로 살아왔습니다. 

A인가, B인가. 옳은가, 그른 가. 맞는가, 틀린가. 사고란 마치 재판정처럼 작동했습니다. 논증, 근거, 비교, 결론 이런 구조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사고의 기본 틀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그렇게 흑백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정답이 사라졌고, 기준이 유동적이며, 정보는 넘치는데 의미는 모호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거미인간(Homo Nexus)은 다르게 사고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먼저 감지하고, 정답을 찾기보다 흐름을 읽습니다. 

 

‘판단’ 중심 사고의 피로 “어떤 대답이 더 옳은가?” “이 주장이 맞는가, 틀린가?” “누구의 잘못인가?”이러한 질문은 분명 우리 사회를 견고하게 해왔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에 ‘피로’를 느낍니다. 이는 단순한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정보과잉 시대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알고리즘은 매초마다 새로운 의견을 제시합니다. 뉴스는 사건보다 ‘입장’을 쏟아냅니다. 교육은 여전히 하나의 정답을 가르치지만, 사회는 수많은 모순과 예외로 가득합니다. 그 결과, 판단하려 할수록 불안해지고, 더 알아갈수록 ‘확신’이 아니라 ‘혼란’이 생깁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판단력’이 아니라 ‘감지력’입니다.

거미인간 (호모 넥서스) 흐름, 감지, 인지적 공명

 

거미는 판단하지 않는다, 감지한다


거미는 먹잇감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미줄에 전해지는 떨림으로 그 대상의 크기, 위치, 움직임, 성질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 감지력은 정지된 지식이나 분석된 판단이 아니라, ‘흐름 속의 반응’에 기초합니다. 거미인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단일한 기준이나 고정된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상황의 변화, 관계의 미묘한 신호, 정보의 조합과 연쇄 반응을 통해 맥락을 ‘감지’합니다. 이 감각은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다중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의 결을 읽는 일종의 ‘인지적 공명(共鳴, cognitive resonance)’입니다.

 

지식은 더 이상 고정되지 않는다 – 흐름 중심 인지


전통적 인식은 ‘축적된 지식’을 중심으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식이 흘러가는 방향’, ‘정보 간의 연쇄’, ‘변화의 패턴’을 읽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 뉴스 한 줄보다 그 뉴스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어떤 반응과 댓글을 불러왔으며, 어떤 커뮤니티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는지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흐름 읽기(flow sensing)’입니다. 거미인간은 이 흐름을 글과 숫자, 논리적 설명보다 이미지, 밈, 소리, 키워드, 감정의 떨림 등을 통해 더 빠르고 넓게 인식합니다. 즉, ‘지식’은 이제 더 이상 책 속에 있지 않습니다. 지식은 플랫폼, 관계, 감정의 지형도 속에서 유동적으로 살아 있습니다. 흐름은 분석이 아니라 감응으로 읽힌다. 이제 중요한 것은 ‘논리적으로 아는 것’보다 ‘전체적 결을 감각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이슈는 뭔가 달라 보인다. 수치로는 차이가 없지만, 지금 분위기는 위험하다고 느껴진다. 그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이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이런 감각은 판단이 아니라 감지이며, 논리적 인과가 아니라 연결된 흐름과 맥락 속에서 작동합니다. 프로이트의 꿈 해석이나, 칼 융의 상징 분석, 동양철학에서의 ‘기(氣)’ 개념은 모두 이러한 흐름 감각의 철학적, 심리학적 기반입니다. 거미인간은 감지한다, 반응하고 흐름에 올라탄다 거미인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지금 여기서 어떤 연결이 형성되고 있는가? 이 흐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떤 신호가 패턴의 변화를 예고하는가?
이 질문은 이성적 분석이라기보다 패턴 인식, 미세한 징후 탐지, 감정적 공감의 결과입니다. AI 시대에는 분석은 기계가 합니다. 인간은 흐름을 감지하고, 의미를 조율하며, 관계의 반응성을 관리해야 합니다. 거미인간은 바로 이런 ‘인지적 공명자’이며, 앞으로의 시대에는 이 감지력과 흐름 읽기 능력이 새로운 형태의 지능, 즉 ‘네트워크형 지능’이 될 것입니다.

 

용어 주석


흐름 읽기(flow sensing) - 고정된 정보가 아닌, 관계와 맥락 속에서 변하는 패턴과 감각의 조합을 감지하는 사고 방식.
인지적 공명(cognitive resonance) - 감정과 맥락을 기반으로 빠르고 직관적으로 의미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인지 메커니즘.
판단 중심 사고(judgment-based thinking) - A냐 B냐를 명확히 구분하여 해석하는 선형적 사고 방식.
감지 중심 사고(sensing-based thinking) - 맥락과 변화에 기반하여, 명확하지 않은 의미를 반응적으로 파악하는 방식.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배럿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심심 / 2020
하워드 가드너 / 다중지능 / 김영사 / 2000
질 들뢰즈 / 감각의 논리 / 문학과지성사 / 2003
조한혜정 / 사이보그가 되다 / 문학과지성사 / 2006
프란츠 카프카 / 꿈과 해석 / 문학동네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