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인간' (호모넥서스 - Homo Nexus)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어가 우리를 어떻게 사고하게 만들지를 경험하는 존재다.”
프롤로그 - 왜 거미인간 인가?
거미인간의 첫 질문들: 언어, 시간, 그리고 문명의 패러다임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학이란 결국 “사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었다. 그렇다면 ‘언어’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존재를 조직하는 방식에서 어떻게 작동해왔는가? 그것은 단지 사고의 도구였는가, 아니면 사고의 틀 자체였는가?
이 질문은 나에게 다음의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1.
영화 컨택트(Arrival , 2016)에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헵타포드라 불리는 외계 종족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은 인간처럼 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장을 직선적으로 배열하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는 원형이고, 구조는 시간의 방향에서 벗어나 있다. 그들은 문장을 동시에 '전체로' 이해하고, '미래'를 알면서도 행동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비선형 언어다.
만약 우리가 그런 언어를 처음부터 썼다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지금처럼 직선으로 인식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과거’에 묶이지도 않고, ‘미래’에 불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예측’과 ‘통제’라는 욕망 대신 ‘관계’와 ‘공명’으로 사고했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질문은 이 글의 시작이 되었다.
[첫 번째 질문]
만약 인류가 처음부터 비선형 언어로 진화했다면,
‘과거 – 현재 – 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개념은 무의미했을까?
2.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에서 소녀 머피의 방은 단지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다차원의 기억 창고이며, 사랑의 파동이 중력을 넘어서 전달되는 중첩된 시간의 교차점이다. 미래의 머피는 과거의 자신에게 신호를 보낸다. 책장이 흔들리고, 시계가 뒤틀린다. 그 메시지는 직선적 전달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패턴화된 신호의 조합이다. 선형적 명령체로는 번역할 수 없다.
선형적 언어와 사고가 구축한 세계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무자비했다. 직선적 경쟁은 계급과 불평등을 낳았고, 자원의 직선적 소비는 환경 위기를 초래했다. 원인과 결과, 책임과 수익은 언제나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만약 문명 자체가 비선형 언어와 사고를 기반으로 했더라면, 경쟁과 위계는 어떻게 작동했을까? 관계는 평면이 아니라 망이고, 피드백은 단절이 아니라 순환이며, 말은 통제보다 공명을 지향하는 시대였다면 말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 글의 동기를 제공했다.
[두 번째 질문]
선형적 언어와 사고가 만들어낸 부조리한 권력, 계급 경쟁, 환경 위기, 성장 지상주의는
비선형 문명에서는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
3.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하나의 전환점 위에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세계를 동시에 접속하며 자란 세대는 직선보다는 피드, 피라미드보다는 네트워크에 익숙하다. 정보는 더 이상 문단이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다중화면으로 구성된다. 지식은 축적이 아니라 조합이며, 삶은 계획보다 피드백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인류는 선형적 언어와 사고를 여전히 사용하면서도, 비선형적 감각과 연결로 살아가고 있다. Z세대, 알파세대는 과거와 미래의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복잡한 자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새로운 존재,
‘거미인간’은 더 이상 직선 위를 걷지 않는다. 그는 연결하고, 짓고, 반복하고, 반응하며 존재한다.
세 번째 질문은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비전이다.
[세 번째 질문]
현 세대가 선형사고와 비선형사고를 동시에 사용하는 존재로 진화한다면,
그들의 문명은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인가?
4.
이 글은 위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글 전체에 걸쳐 조각조각 제시된다.
‘거미인간’은 단지 상징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인간이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존재이며, 이제 막 태어난 사고의 형상이며, 비선형 언어의 문명에서 살아가는 첫 번째 인간이다.
이 글은 미래에 대한 예측서가 아니다.
이 글은 존재에 대한 서사이며, 언어에 대한 문명론이며, 한 시대가 끝나고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사유의 단서이다.
우리는, 더 이상 직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멈춘 자리(구조와 에세이) > 거미인간 - 연결과 확산 언어의 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Part 1-4 (6) | 2025.05.20 |
---|---|
'거미인간' (호모 넥서스) Part 1-3 (0) | 2025.05.20 |
거미인간 (호모 넥서스) - Part 1-2 (0) | 2025.05.19 |
거미인간 (호모 넥서스) - Part 1-1 (2) | 2025.05.19 |
'거미인간'(호모넥서스) - 우리는 더 이상 직선으로 살아갈 수 없다. (0) | 2025.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