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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니코마코스 윤리학 - 8권] '아리스토텔레스' 왜 좋은 친구 없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가? 우정의 세 종류와 진정한 관계

by 유미 와 비안 2025. 10. 15.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8권. 

'우애(philia)'를 유용성, 쾌락, 그리고 훌륭함(덕)에 기반한 세 종류로 나누어 분석하고, 오직 '훌륭함에 기반한 우애'만이 좋은 삶의 필수 조건임을 논증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8권: 아리스토텔레스, 좋은 삶의 완성은 어떻게 친구를 얻는가


"아무도 친구 없이 살기를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좋은 것들을 다 가졌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개인의 내면적 탁월함(미덕)과 행복의 문제를 탐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제8권과 제9권에서 그의 윤리학의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그는 이제 '우애(philia)'¹, 즉 우정이야말로 행복한 삶에 "가장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제8권 "우애Ⅰ"은, 우리가 왜 친구를 필요로 하는지, 진정한 우정은 무엇이며 가짜 우정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 우정이 어떻게 정치 공동체(폴리스)를 하나로 묶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되는지를 탐색하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전체에서 가장 따뜻하고도 심오한 부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우애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좋은 삶의 필수 조건이자, 정의로운 사회의 토대이며, 우리 자신을 비추는 가장 완벽한 거울입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 제8권 : 우애 1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제8권은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우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1장), 그 핵심인 '세 종류의 우애'를 상세히 분석하며(2-6장), 마지막으로 우애가 현실의 다양한 인간관계와 정치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7-14장)를 보여줍니다.


• 1장~4장 우애의 세 종류:


o 1장 우애는 필요불가결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먼저 우애가 왜 삶에 필수적인지 역설합니다. 젊은이에게는 실수를 막아주고, 노인에게는 보살핌을 주며, 부유한 자에게는 선행을 베풀 기회를, 가난한 자에게는 유일한 피난처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우애는 국가를 결속시키는 가장 큰 힘이며, 친구가 있다면 정의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까지 말합니다.


o 2장~4장 우애의 세 종류²: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분석입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지에 따라, 우애를 세 종류로 나눕니다.
1. 유용성에 기반한 우애: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사업 파트너나 거래처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이익이 사라지면 우애도 쉽게 해체되므로, '우연적'이고 일시적입니다.
2. 쾌락에 기반한 우애: 함께 있을 때 '즐겁기' 때문에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주로 감정이 풍부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흔하며, 함께 운동하거나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 관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쾌락의 원인이 사라지면 우애도 쉽게 사라집니다.
3. 훌륭함(덕)에 기반한 우애: 가장 완전하고 진정한 의미의 우애입니다. 이는 두 사람이 서로의 '유용성'이나 '쾌락'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가진 '훌륭한 성품(덕)' 그 자체를 사랑하고,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이 우애는 훌륭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며,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되고, 가장 지속적입니다.


• 5장~8장 진정한 우애의 조건:


o 마음가짐과 함께하는 삶: 진정한 우애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가짐(성품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우애는 반드시 '함께 살고' 활동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완성됩니다. 떨어져 있으면 호의는 유지될 수 있지만, 우애의 '활동'은 멈추게 됩니다.
o 사랑하는 것 vs. 사랑받는 것: 그는 우애의 본질이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에 더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처럼, 우리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행위 그 자체에서 우애의 기쁨을 느낍니다.


• 9장~14장 우애와 공동체, 그리고 관계의 역학:


o 9장~11장 우애와 정치: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공동체(koinōnia)³가 어떤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형성되며, 그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우애'라고 봅니다. 그는 국가(정체, politeia) 역시 가장 큰 공동체이며, 각 정치 체제(왕정, 귀족정, 민주정 등)의 형태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우애와 정의의 형태가 나타난다고 분석합니다.
o 12장~14장 다양한 관계 속의 우애: 그는 가족 관계(부모와 자식, 형제, 부부) 속의 우애를 분석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우애(예: 쾌락의 우애와 유용성의 우애)가 섞여 있는 관계에서 어떤 갈등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처럼 동등하지 않은 자들 사이의 우애에서는 각자의 가치에 '비례하여' 사랑과 존경을 주고받아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조언합니다.

 

 

주석 (용어 해설)


¹ 우애(Philia, 필리아):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핵심 개념. 단순히 '친구 사이의 우정(friendship)'만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이 아니다. 가족 간의 사랑, 동료 시민 간의 연대감, 연인 간의 애정을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인간적인 '사랑'과 '호의', '친밀함'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² 우애의 세 종류: 우애를 그 목적인 '사랑의 대상(the lovable)'에 따라 나눈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구분. ① 유용한 것(the useful), ② 즐거운 것(the pleasant), ③ 훌륭한 것(the good, 즉 덕).
³ 공동체(Koinōnia, 코이노니아): 공동의 목적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모든 종류의 인간 집단. 가족, 친구 모임, 사업 조합,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폴리스)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 구조적 해석


• 정치철학(공동체주의)적 관점: 

제8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의 시조로 불리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는 우애를 개인적인 심리의 문제를 넘어, 정치 공동체(폴리스)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원리로 봅니다"우애는 법보다 더 강력하게 도시를 결속시킨다."는 그의 통찰은, 사회가 단순히 개인들의 계약적 합의가 아니라, 시민들 간의 정서적 유대와 신뢰를 통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근대 자유주의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 사회학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론은 현대 사회학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이론의 고전적 원형입니다. 그가 말하는 우애, 특히 시민들 간의 연대감은,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을 촉진하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무형의 자산입니다. 또한, 그의 세 종류의 우애 분석은, 사회적 관계망이 어떻게 다른 동기(도구적, 정서적, 가치적)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정교한 관계 사회학적 모델을 제시합니다.


• 심리학(발달/성격 심리학)적 관점: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인간의 행복이 수동적으로 애정을 받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보살피는 행위에서 더 크게 비롯된다는 현대 긍정 심리학의 발견과 일치합니다. 또한, 진정한 우애가 '훌륭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은,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 곧 성숙한 인격의 지표임을 보여주는 성격 심리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8권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그물이 단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물을 이루는 '실(연결)'의 종류와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종류의 우애는, 그물의 실이 가진 세 가지 다른 속성입니다. 유용성의 실과 쾌락의 실은 필요할 때는 유용하지만, 약하고 쉽게 끊어집니다. 이 실들만으로 이루어진 그물은 불안정하고 오래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훌륭함(덕)의 실은, 두 개의 점(친구)이 서로의 본질 그 자체를 존중하며 잣는, 가장 강하고 탄력 있으며 영속적인 연결입니다. 훌륭한 그물(좋은 삶/좋은 공동체)은 바로 이 황금빛 실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연결의 기쁨은 다른 실로부터 진동을 '받는' 것보다, 내가 먼저 다른 실을 향해 따뜻한 진동을 '보내는' 행위, 즉 '사랑하는 것'에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8권 - 비판과 논쟁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론은 매우 심오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몇 가지 중요한 비판에 직면합니다.


• 극단적인 엘리트주의: '훌륭함에 기반한 우애'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가장 엘리트주의적입니다. 이 우애는 오직 '훌륭한 성품(덕)'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명시적으로 말합니다. 이는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깊고 진실한 우정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 남성 중심적, 시민 중심적 한계: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 모델은 명백히 아테네의 자유민 남성 시민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축되었습니다. 그가 묘사하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적인 활동을 공유하는 우애는, 여성, 노예, 이방인 등 폴리스의 공적 생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여성 간의 우정이나, 다른 성별, 다른 계급 간의 우정의 복잡한 측면을 충분히 다루지 못합니다.


• '자아의 확장'으로서의 우정에 대한 비판: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나 자신(another self)'입니다. 이는 우정의 깊은 일체감을 잘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정이 결국 자기애의 확장판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습니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자의 고유성을 존중하기보다, 나와 '같은'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종의 세련된 이기주의라는 것입니다.


• 현대 사회에의 적용 가능성: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평생에 걸쳐 관계를 맺는 안정적인 공동체(폴리스)를 전제로 합니다. 이동성이 높고, 관계가 유동적이며,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약한 유대를 맺는 현대 사회에 그의 이상적인 우애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우정에 관하여』 (키케로 저, 허승일 옮김, 서광사, 2011)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론을 이어받아,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쓴 우정론의 고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분석에, 로마적인 실천과 정치적 함의를 더한 글을 통해 사상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2006)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했다면, 20세기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고 훈련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애론을 현대 심리학의 언어로 재해석한 듯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의론』 (존 롤스 저, 황경식 옮김, 이학사, 2003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애'가 국가를 결속시키는 힘이라고 본 반면, 롤스는 현대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시민들 간의 뜨거운 '우애'가 아니라, 공정한 '정의'의 원칙이야말로 사회 통합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 사상을 비교하면 고대와 현대의 정치철학적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