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완벽을 지향하는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창의성과 감정, 관계, 사유의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실패를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해석하며, 어떻게 다음의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Homo Nexus) 실패, 순환적 대응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호모 넥서스'
Part 6. 비선형 사고의 실천과 인간다움
6.3 실패의 미학: 실험적 사고, 학습 조직, 순환적 대응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도 흔하게 들리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실패를 무능으로, 낙오로, 끝의 징후로 간주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실패를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이 사고방식의 바탕에는 ‘선형적 사고’가 놓여 있습니다. 선형적 사고는 ‘계획 → 실행 → 성과’라는 뚜렷한 방향성과 시간 순서를 전제로 합니다. 그 사이 어긋나는 것은 곧 ‘실패’이며, 실패는 다음 단계를 차단하는 결함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복잡한 세상에서 이러한 일직선의 방식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비선형적 사회에서는 오히려 실패야말로 ‘탐색의 연료’입니다. 실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조직하고, 학습하고, 순환하는 구조 속에 통합시켜야 합니다.
직진보다 회귀 – ‘문제 해결’에서 ‘문제 순환’으로
고전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A라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책 B를 내놓고, 다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문제나 조직 내 갈등, 인간관계의 단절 같은 이슈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직진하는 해결책이 아니라, 회귀하고 되짚으며 반복하는 순환적 대응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생태계가 오염 → 복원 → 진화의 사이클을 거치듯, 인간 사고도 실패 → 반성 → 전환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패를 '닫힌 문'이 아니라 '방향 전환의 신호'로 읽는 것, 그것이 바로 비선형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실험하는 조직 – 위계보다 적응력이 중요하다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직은 문제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유기체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애자일(Agile) 조직,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방식은 모두 ‘한 번의 완벽한 성공’보다 ‘빠른 실패-학습-전환’을 반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예: 아마존은 전자책 리더기 ‘킨들’ 이전에도 수차례 실패한 디지털 독서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이 모두 다음 모델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고, 결국 세계 최대 전자책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는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인간 삶의 선형적 환상 – 언제까지 “실패 없는 인생”을 꿈꿀 것인가?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커리큘럼으로 짜인 삶을 요구받습니다. 학교, 직장, 결혼, 자녀, 은퇴… 이 구조 안에서는 어느 하나라도 벗어나면, 그것이 곧 실패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전쟁, 기후위기, 기술 변화 등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실패 없는 계획”이 아니라 “유연하게 재조정 가능한 삶”이 더 중요합니다. 삶은 기찻길이 아니라, 파도와 같은 흐름입니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흘렀다가 돌아오고, 때로는 멈추고, 다시 방향을 바꾸는 ‘순환’이죠.
순환적 대응 –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진화할 뿐이다
조직이든 사회든, 문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재등장’합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살아가는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갖추는 것입니다.
실패를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
실패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완벽을 지향하는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창의성과 감정, 관계, 사유의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실패를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해석하며, 어떻게 다음의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거미인간은 실패를 ‘지나간 일’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로 여깁니다. 그는 실패를 배제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며, 그 감정과 맥락과 교훈을 촘촘하게 연결합니다. 그가 만드는 거미줄은 실패로 짜인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가 결국 우리를 더 지혜롭고 단단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용어 주석
. 실험적 사고 (Experimental Thinking) - 계획된 정답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가능한 방향을 탐색하고, 실패를 통해 배움을 축적하는 사고 방식.
. 학습 조직 (Learning Organization) - 조직이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는 구조. ‘피터 센게’가 이론화함.
. 순환적 대응 (Cyclical Response) - 일회성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반복과 피드백을 반영한 유기적 대응 전략.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시스템적 대처 방식.
. 레질리언스 (Resilience) - 충격과 위기를 받아들이고, 회복하고, 이전보다 더 유연하게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능력.
참고문헌
. 피터 센게, / 학습하는 조직 / 에듀컨텐츠휴피 / 2014
. 에릭 리스, / 린 스타트업 / 인사이트 / 2012
. 팀 브라운, / 디자인 씽킹 / 와이즈베리 / 2010
. 박용삼, / 실패를 리셋하다 / 더봄 / 2021
. 김찬호, / 생각의 싸움 / 휴머니스트 / 2022
. 김경일, / 지혜의 심리학 / 진성북스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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