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인간 ( 호모 넥서스 Homo Nexus)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 '호모 넥서스'
Part 2. 사고의 기원 – 언어와 도구가 인간을 설계했다
2.4 언어+도구의 결합이 만든 선형 질서의 시스템
문명은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개의 도구가 그 문장을 고정시켰다. 인류가 언어를 통해 의미를 조직하고, 도구를 통해 세상을 가공하면서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생존의 기술을 넘어, 사고 그 자체를 ‘선형의 질서’ 속에 묶어버린 강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절에서는 ‘언어’와 ‘도구’라는 두 가지 인지적 힘이 어떻게 결합되어 인류의 사고, 조직, 사회 시스템, 그리고 문명의 작동 원리 전체를 선형 구조로 만들어왔는지를 살펴 봅니다.
언어가 사고를 구성하고, 도구가 행동을 배열하다
앞선 장에서 언어가 인간 사고를 선형적으로 배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면, 도구는 그 사고를 물리적인 ‘절차’로 구현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건축 설계도면은 선형 언어로 구성된 명령(길이, 각도, 재료, 절차)을 바탕으로 실제 세계에서 단계적 공정을 수행하도록 만듭니다. 즉, 언어는 사고의 흐름을 구조화하고, 도구는 그 구조를 재현 가능한 행동으로 변환시키는 매개체였습니다. 이 둘이 결합되면서, 인간은 단지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계획하고 실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법률 시스템입니다. 법은 문장(언어)으로 만들어진 추상적인 규칙이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모든 과정(재판, 형 집행, 행정 등)은 도구화된 절차로 작동합니다. 사법 행위는 단지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의미를 실행 가능한 행동으로 ‘도구화’하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종교와 관료제 - 언어와 도구가 통치 기제가 된 사례
기원전 2천년경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축은 단지 돌을 쌓는 공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언어로 계획되고(사제의 설계), 도구로 집행된(노동자와 수레, 기하학적 도구) 조직적 행동이었습니다. 문자의 발명(상형문자)은 통치자의 뜻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었고, 천문 도구와 치수 계산법은 피라미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중국의 진나라 시대는 세계 최초의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제도화했습니다. 법가의 이론(한비자)은 언어를 통해 규칙과 상벌의 체계를 설계했고, 인장, 도량형, 문서 시스템은 그것을 구현한 도구였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은 ‘표준화된 사회 운영 시스템’ 즉, 질서화된 권력의 형태였습니다.
이처럼 언어와 도구가 결합할 때, 사회는 복잡한 사고를 현실 세계에서 구동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무엇보다 복제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그 복제는 언제나 ‘선형의 궤도’를 전제했습니다.
학교와 공장 - 선형 시스템의 현대적 재현
근대 이후, 공장과 학교는 가장 대표적인 선형적 사회 시스템으로 작동해왔고. 학교에서는 커리큘럼이라는 언어적 설계 구조에 따라 교재, 시간표, 시험이라는 도구가 도입되었으며, 학생은 시간순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따라 성적과 자격을 얻으며, 다음 단계로 ‘이동’하게 됩니다. 공장은 더 노골적인 시스템입니다. ‘조립 순서’와 ‘작업 매뉴얼’이라는 언어 체계가 있고, 기계, 벨트, 설비라는 도구 체계가 있으며, 노동자는 선형적으로 배치되어 행동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한 가지 핵심 가정을 전제로 합니다.
즉, 세계는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선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언어+도구 시스템의 장점과 한계
이러한 결합이 만들어낸 문명의 구조는 분명 인류를 지금까지 진보시켜온 강력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예측 가능성 - 절차를 통하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확장 가능성 - 시스템을 복제해 교육, 행정, 군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효율성 - 작업을 세분화하고, 오류를 줄이며,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현실 앞에서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유연성 부족 - 예상 밖의 변수에 취약하다.
맥락 부재 - 정량적, 문장적 판단에 의존하면서 상황 전체를 고려하지 못한다.
인간 소외 - 감정, 직관, 공감 같은 비선형적 요소가 배제된다.
이제 우리는 점점 더 자주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왜 시스템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왜 규칙은 복잡성을 단순화해서 문제를 왜곡하는가?”
“왜 나는 이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나를 분해하고 있는가?”
그 질문의 이면에는, ‘언어와 도구’가 결합하여 만든 사고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깃들어 있습니다.
용어 주석
선형 시스템(Linear system) - 순차적, 인과적, 예측 가능한 단계로 구성된 조직 구조. 공장, 학교, 행정 시스템 등이 대표적 예.
표준화(Standardization) - 다양한 요소나 절차를 통일된 기준에 맞춰 조정하여 일관성과 반복성을 확보하는 과정.
실행 가능한 행동(Executable Action) - 언어적 명령이나 규칙이 도구나 절차를 통해 현실에서 실제로 수행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되는 것.
복제 가능성(Replicability) - 동일한 체계를 반복하여 다른 시간과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
구조화된 사고(Structured thinking) - 문제나 행동을 미리 짜여진 틀과 순서에 따라 분석하고 해결하는 사고 방식.
참고문헌
한비자 /한비자 / 홍익출판사 / 2013
프리드리히 키틀러 / 문자와 기술의 계보학 / 문학과지성사 / 2014
유발 하라리 / 호모 데우스 / 김영사 / 2017
장 지글러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갈라파고스 / 2019
김누리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해냄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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