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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경제,전략)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기아는 운명이 아니라 살인이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다국적기업이 만든 굶주림의 세계

by 유미 와 비안 2025. 8. 17.

전 UN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의 대표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굶주림이 식량 부족이 아닌, 신자유주의와 금융 자본이 만든 구조적 살인임을 통렬하게 고발하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입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기아는 살인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기아는 살인이라는 고발
"오늘날 지구는 12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한다. 그런데도 10초에 한 명의 아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8억 5천만 명이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운명인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전 UN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대화 형식으로 쓰인 이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L'Empire de la honte)'를 통해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기아는 살인이다." 이 책은 굶주림이 결코 자연 현상이나 식량 부족의 문제가 아님을 폭로합니다. 그것은 부유한 국가, 거대 농업 기업, 그리고 금융 자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구조적인 '인재(人災)'이자, 조직화된 범죄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굶주림의 참혹한 현실 뒤에 숨겨진 차가운 자본의 논리를 고발하고, 우리 모두에게 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분노와 연대를 촉구하는 강력한 고발장입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신자유주의 , 시장과자본의논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아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파헤치고, 마지막으로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식량 접근권의 불평등

• 1부 기아의 현실과 거짓된 신화 (1장~9장)

지글러는 먼저 5세 미만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시력을 잃고 죽어가는 '일상풍경이 된 굶주림'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 문제가 얼마나 거대한 규모(8억 5천만 명)인지 각인시킵니다. 그리고 곧바로 "기아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첫 번째 거짓말을 깨뜨립니다. 그는 현재 지구의 식량 생산량이 전 인구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며, 굶주림의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에 대한 '접근권'의 불평등 때문임을 명확히 합니다. 또한, 국제기구의 '긴급구호'가 당장의 생명을 살릴 수는 있지만, 기아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함을 지적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금융투기의 대상 식량

• 2부 누가 기아를 만드는가: 시장과 자본의 논리 (10장~17장)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이 끔찍한 현실을 만들어내는가? 지글러는 그 주범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괴물들을 지목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


10~12장 바이오 연료와 금융 투기: 그는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고발합니다. 가난한 나라의 농경지는 사람을 위한 식량이 아닌, 부자 나라의 자동차를 위한 바이오 연료(옥수수, 사탕수수 등)를 재배하는 데 사용됩니다. 또한, 거대 금융 자본은 쌀, 옥수수, 밀과 같은 주요 곡물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금융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 식량 가격을 폭등시킵니다. 이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바로 어제까지 살 수 있었던 식량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거대 다국적 농업기업들


14~17장 전쟁, 부채, 그리고 다국적 기업: 기아는 강력한 '무기'로 변질됩니다. 분쟁 지역에서는 식량 공급을 차단하여 민간인을 학살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가난한 나라들은 부자 나라에 진 막대한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을 위한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농업을 수출 작물 위주로 재편할 것을 강요받습니다. 카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 같은 소수의 거대 다국적 농업 기업들은 전 세계 곡물 유통을 독점하고 가격을 조종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는 반면, 가난한 나라의 농부들은 파산으로 내몰립니다.


• 3부 구조적 원인과 희망의 씨앗 (18장~28장)

지글러는 기아의 더 깊은 역사적, 구조적 뿌리를 파헤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자급자족 농업 기반의 파괴, 사막화


18~23장 환경 파괴와 식민주의의 상흔: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삼림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한 사막화는 농업 기반 자체를 파괴하며 수많은 '환경 난민'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과거 식민지배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급자족 농업 시스템을 파괴하고, 오직 서구 시장을 위한 단일 작물 재배 경제로 바꿔놓았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식민지배가 끝난 후에도 '신식민주의'의 형태로 계속해서 그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토마스 상카라의 짧은 혁명


24~28장 토마스 상카라와 진정한 활로: 이 모든 절망 속에서 지글러는 한 줄기 희망을 제시합니다. 바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젊은 혁명가였던 토마스 상카라의 이야기입니다. 상카라는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대신, 농지 개혁을 통해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고, 부정부패를 없애며 국민들의 존엄성을 되찾아 주려 했던 용기 있는 지도자였습니다. 비록 그는 서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에 의해 암살당했지만, 그의 짧은 혁명은 기아 문제가 결코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정치적 의지와 구조 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지글러는 결국 진정한 해결책이 자선이나 원조가 아니라, 불의한 세계 경제 질서에 맞서 싸우고, 모든 인간이 식량에 대한 기본권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임을 역설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불의한 세계경제, 공정한 식량 기본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구조적 해석

이 책은 대중을 위한 교양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분석은 여러 학문 분야의 핵심적인 통찰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 정치경제학 및 비판적 세계화 연구 관점: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분석 틀입니다. 지글러는 기아 문제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로 봅니다. 그는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어떻게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여, 가난한 나라들에게 불리한 무역 질서를 강요하고 농업을 파괴하는지 그 과정을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기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워싱턴과 제네바의 회의실에서 결정된 정책의 '보이는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 후기식민주의(Postcolonial) 이론적 관점:

지글러는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이 겪는 기아의 뿌리가 식민주의의 유산에 깊이 박혀 있음을 강조합니다. 식민 종주국들은 식민지의 자급자족 농업을 파괴하고, 오직 본국을 위한 커피, 카카오, 목화 등 단일 경작 시스템을 이식했습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독립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이들 국가가 국제 시장의 가격 변동에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고 식량 주권을 상실하게 된 근본 원인이 되었습니다.


• 사회학(사회고발)적 관점:

이 책은 기아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고발하는 사회고발 텍스트의 성격을 강하게 띱니다. 지글러는 단순히 통계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UN 조사관으로서 직접 만났던 굶주리는 아이들과 부패한 관료, 그리고 이윤에 눈먼 기업가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문제의 비인간성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독자에게 지적인 이해를 넘어, 강렬한 도덕적, 감정적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 심리학적 관점: '합리화된 무관심'

지글러는 기아 문제에 대한 선진국 시민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이는 일종의 '합리화된 무관심(rationalized indifference)'이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기아의 참상을 미디어를 통해 접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다"거나 "그들의 정부가 부패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고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인지부조화를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입니다. 지글러의 책은 바로 이 편안한 무관심의 벽을 깨뜨리려는 시도입니다. - "우리는 굶주리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잠시 슬퍼한 뒤, 채널을 돌리고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이 끔찍한 단절이야말로 기아를 유지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감지하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거미줄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대칭적으로 짜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지도입니다. 거미인간은 지글러의 눈을 통해, 뉴욕과 런던의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곡물 투기)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한 아이의 생명의 실을 끊어버리는지 그 치명적인 '연결'을 감지합니다. 이 그물에서, 어떤 이들(다국적 기업, 금융 자본)은 다른 이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비대하게 몸집을 불립니다. 지글러가 보여주는 토마스 상카라의 이야기는, 이 기생적인 그물을 끊어내고 '식량 주권'이라는 자신만의 독립적인 그물을 직조하려 했던 한 용감한 거미인간의 투쟁 기록입니다. 이 책은 거미인간에게, 진정한 연대란 단순히 옆에 있는 존재를 느끼는 것을 넘어, 가장 멀고 약하게 떨리는 그물의 진동에까지 응답하고, 그 불의한 연결 자체를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것임을 가르쳐줍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비판과 근거 (논리적 검증)

장 지글러의 주장은 매우 강력하고 대의명분이 뚜렷하지만, 그의 접근 방식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 논의가 제기됩니다.


• 단순화된 이분법적 세계관: 

지글러는 세상을 '탐욕스러운 북반구의 약탈자'와 '무고한 남반구의 희생자'라는 다소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로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남반구 국가들 내부에 존재하는 부패한 독재 정권의 책임이나 복잡한 내전의 양상을 다소 부차적인 문제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시장 경제에 대한 전면적 비판: 

그는 기아의 거의 모든 원인을 자유 시장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돌립니다. 하지만 비판가들은 시장 경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출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며, 문제는 시장 자체가 아니라 '규제되지 않은' 시장과 '부패한' 정치라고 지적합니다. 그의 전면적인 반(反) 자본주의적 시각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 감정에 호소하는 수사학: 

지글러의 글은 매우 열정적이고 분노에 차 있으며, 독자의 감정적인 공감을 강하게 이끌어냅니다. 이는 대중의 행동을 촉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때로는 학문적인 객관성이나 냉철한 분석보다는 수사학적인 과장이 앞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 일부 사실 관계와 통계의 정확성 문제: 

지글러는 UN의 보고서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인용하지만, 일부 비판가들은 그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통계를 다소 선택적으로 사용하거나, 복잡한 통계의 맥락을 단순화하여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모든 사회고발 서적이 마주하는 비판이기도 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저, 김원기 옮김, 갈라파고스, 2013) 기근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아 센의 대표작입니다. 지글러가 기아의 '원인'을 외부의 구조적 폭력에서 찾는다면, 센은 기아의 '해결책'을 내부의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서 찾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기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센의 유명한 주장은 지글러의 분석에 중요한 보완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쇼크 독트린』 (나오미 클라인 저, 김소희, 이수영 옮김, 살림돌, 2008) 지글러가 '기아'라는 현상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고발한다면, 나오미 클라인은 전쟁, 쿠데타, 자연재해 등 모든 종류의 '재난'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약탈의 기회로 활용되는지 그 거대한 메커니즘을 폭로합니다. 두 책은 '재난 자본주의'라는 동일한 괴물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저, 최완규 옮김, 시공사, 2012) 지글러가 비판하는 부패하고 무능한 제3세계 정부가 왜 탄생하고 유지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도'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지글러가 외부의 착취를 강조한다면, 이 책은 국가 내부의 '착취적 제도'가 어떻게 빈곤과 기아를 낳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보여줍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저,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지글러처럼,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이 부자가 될 때 사용했던 방법(보호무역, 국가 개입)은 숨긴 채, 가난한 나라들에게만 무자비한 '자유 무역'을 강요하는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책입니다. 세계 경제 질서의 불공정함을 더 쉽고 명쾌한 논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