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울프'의 『프루스트와 오징어』 - 인류의 '읽는 뇌'가 어떻게 진화했고 디지털 시대에 어떤 도전에 직면했는가 에 대한탐구. 깊은 읽기의 중요성과 미래 독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지 신경 과학 필독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우리는 이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 수많은 글을 읽고 정보를 습득합니다. 뉴스 기사부터 SNS 피드, 업무 문서까지, 온종일 화면에서 텍스트를 소비하죠.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스캔하고 넘기는 디지털 독서 방식이 수천 년간 인류의 사고를 지배해 온 '깊은 읽기(Deep Reading)'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인지 신경 과학자 메리앤 울프(Maryanne Wolf)의 『프루스트와 오징어: 읽는 뇌의 이야기와 과학』(이희수 옮김, 어크로스, 2024)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심오하고 매혹적인 답변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읽는 뇌'를 형성해 온 경이로운 역사적, 신경 과학적 여정을 추적하며,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잃을지도 모르는 '깊은 읽기'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단순한 독서법을 넘어, 읽기가 어떻게 인간의 사고, 공감, 지혜를 형성해왔는지를 통찰하는 이 책은 급변하는 정보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독자'로 살아갈 것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인류의 뇌가 어떻게 '읽는 뇌(Reading Brain)'로 진화하고 재구성되었는지에 대한 방대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메리앤 울프는 문학, 역사, 신경 과학, 인지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문자의 발명과 읽기 능력이 인간의 사고방식, 지식 축적, 그리고 문명 발전에 미친 혁명적인 영향을 조명합니다.
1. 읽는 뇌의 탄생: 진화적, 역사적 여정:
● 인간의 뇌는 원래 읽기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닙니다. 울프는 읽기가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과정이며, 뇌의 여러 기존 영역(시각, 언어, 인지 등)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고 재배선(rewiring)되면서 '읽는 뇌'가 형성된다는 신경 과학적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 수메르 문자의 발명부터 고대 그리스의 알파벳, 중세의 수도원 필사,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혁명에 이르기까지, 읽기의 역사는 인류의 사고와 문화 발전을 이끈 주요 동력이었습니다.
2. '깊은 읽기'의 가치:
●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해독하는 것을 넘어, 몰입(immersion), 공감(empathy), 추론(inference),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등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울프는 이러한 '깊은 읽기'가 인간의 지혜와 통찰력을 키우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 특히 문학 작품을 깊이 읽는 과정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고, 복잡한 서사를 통해 추론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운다고 설명합니다.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러한 깊은 읽기를 상징합니다.)
3. 디지털 시대의 도전과 변화:
● 디지털 기기의 발달은 읽기 방식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하이퍼링크, 멀티태스킹, 스캔 중심의 독서는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지만, 동시에 '깊은 읽기'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 디지털 환경은 우리의 뇌를 '효율적인 정보 탐색'에 최적화시키지만, 동시에 인내심, 주의력, 그리고 복잡한 사유 능력 등 '깊은 읽기'가 요구하는 덕목들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4. 읽는 뇌의 미래와 이중언어 독자:
● 울프는 디지털 시대에도 '깊은 읽기'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되며, 스크린 독서와 인쇄물 독서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이중언어 독자(Bi-literate Reader)'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즉, 효율적인 정보 습득과 깊이 있는 사유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독서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 궁극적으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어떤 '독자'가 될 것인지,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읽는 뇌'를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읽기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합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 구조적 해석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뇌과학, 인지 심리학, 교육학, 문학, 언어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통찰을 융합하여 '읽기'라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인지 활동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 인지 신경 과학적 관점: '읽는 뇌'의 형성 과정과 신경 가소성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학문적 기반은 인지 신경 과학입니다. 울프는 읽기가 인간의 뇌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된 능력이 아니라, 뇌의 기존 영역(시각 피질, 언어 영역 등)이 새롭게 연결되고 재배선되는 후천적인 과정임을 밝힙니다. 이러한 뇌의 '가소성(plasticity)' 덕분에 우리는 문자를 해독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복잡한 능력을 습득할 수 있게 됩니다.
"읽는 뇌는 하나의 단일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각, 언어, 인지 등 여러 기존 영역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형성된 회로이며, 이는 인간 뇌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 울프는 문자 해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구 운동, 음운 인식, 의미 처리 등 구체적인 뇌 활동을 설명하며, 읽기가 단순히 글자를 보는 것을 넘어 뇌 전체가 참여하는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임을 증명합니다.
● 교육학적 관점: 독서 교육의 중요성과 학습 장애
울프는 읽는 뇌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아동이 읽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설명하며, 난독증(dyslexia)과 같은 읽기 학습 장애가 발생하는 신경 과학적 원인과 그 극복 방안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난독증은 뇌의 특정 회로가 읽기 학습에 효율적으로 재배선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개입을 통해 뇌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 수 있다." - 교육 과정에서 읽기가 단순히 기술 습득을 넘어, 뇌의 발달과 인지 능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 문학/철학적 관점: 깊은 읽기와 공감, 지혜의 형성
이 책의 철학적 깊이는 '깊은 읽기'가 어떻게 인간의 지혜, 공감 능력, 비판적 사고력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성찰에서 나옵니다. 울프는 문학 작품을 읽는 행위가 타인의 감정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고, 복잡한 서사 속에서 추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인간 정신의 성숙에 기여하는 '읽기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깊은 읽기는 우리를 타인의 세계로 데려가 그들의 신발을 신고 걷게 함으로써, 공감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키운다. 이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복잡한 문장이 요구하는 인지적 노력은 바로 이러한 깊은 사고와 공감을 상징하며, 인간 의식의 성장을 위한 읽기의 역할을 철학적으로 조명합니다.
● 사회학적/미디어 이론적 관점: 디지털 시대의 읽기 변화와 그 함의
울프는 디지털 미디어가 읽기 방식에 가져온 변화에 주목합니다. 하이퍼텍스트, 멀티태스킹, 스캔 위주의 독서는 빠른 정보 처리와 접근성을 제공하지만, '깊은 읽기'가 요구하는 주의력, 인내심, 성찰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독서 습관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집단적 사고 능력과 공감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회학적 함의를 가집니다.
"디지털 스크린은 우리 뇌를 '정보 탐색'에 최적화시키고 있지만, '깊은 이해'와 '성찰'이라는 능력을 희생시킬 위험이 있다. 우리는 효율성과 깊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부하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지혜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미디어 이론적, 사회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거미인간(호모 넥서스)의 적용 해석
메리앤 울프의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인류의 뇌가 어떻게 '선형적' 텍스트를 처리하는 '읽는 뇌'로 재배선되었는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이 '선형성'이 다시금 '비선형적' 정보의 '그물'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거미인간(호모 넥서스)' 가 제시하는 "직선의 끝에서 스스로의 실로 의미를 엮는 존재"라는 현대인의 모습과 깊은 통찰로 연결됩니다.
'선형적' 읽는 뇌와 '그물' 같은 디지털 정보:
울프는 인쇄된 텍스트가 우리의 뇌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게끔 훈련시켰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하이퍼링크, 멀티미디어, 비선형적 정보 흐름은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파편화된 형태를 띱니다. '거미인간'은 이러한 비선형적 정보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며, 정보를 '직선적'으로 깊이 파고들기보다, 빠르게 '스캔'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고하도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 뇌의 '가소성'을 통해 일어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며, '거미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바탕을 제공합니다.
'감각의 흔들림'과 '깊은 읽기'의 위기:
디지털 시대의 읽기는 빠른 정보 소비와 멀티태스킹을 유도하며, '깊은 읽기'가 요구하는 인내심과 몰입을 방해합니다. 울프는 이러한 변화가 '깊이 사유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거미인간'에게 닥친 '감각의 흔들림'이 단순히 새로운 인지 방식의 습득을 넘어, 인간 정신의 중요한 부분을 잃을 수 있는 위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거미인간'은 빠르고 얕은 정보 소비 속에서, 어떻게 깊이 있는 '감각'과 '성찰'을 유지하며 '의미의 그물'을 풍요롭게 짤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미래를 '직조'하는 '거미인간'의 '이중언어 독자'로서의 역할:
'거미인간'은 디지털 환경의 빠른 정보 처리 능력과 '연결의 감각'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인쇄된 책을 통해 길러지는 '깊은 읽기'의 능력, 즉 '몰입'과 '공감', '성찰'을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거미인간'은 단순히 정보의 '그물' 속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물'을 '깊은 사유'와 '윤리적 감각'이라는 '실'로 풍부하게 '직조'함으로써, 더욱 지혜롭고 인간적인 '결'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거미인간'이 이러한 이중적인 독서 능력을 통해 더욱 충만한 '의미의 그물'을 짜는 데 필요한 지식과 통찰을 제공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 『다시, 책으로』 (메리앤 울프 저,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2019): 『프루스트와 오징어』의 후속작으로, 디지털 시대에 '깊은 읽기'가 왜 더 중요해졌는지, 그리고 이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울프의 사상을 이어가고 싶은 독자에게 필수적입니다.
•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저, 최지향 옮김, 청림출판, 2010): 인터넷 사용이 우리의 뇌 구조와 인지 방식, 특히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경고합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와 함께 디지털 시대의 읽기와 사고력 변화에 대한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 『미디어의 이해』 (마샬 맥루한 저, 김성기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매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로 유명한 미디어 이론의 고전입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다룬 미디어(문자)의 영향력을 맥루한의 관점에서 더욱 확장하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월터 J. 옹 저, 임명진 옮김, 문예출판사, 2018): 인류의 사고방식이 '말'에서 '글'로 이행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다룬 기념비적인 연구서입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읽는 뇌'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언어 매체의 변화가 가져온 더 큰 인류 심성의 변화를 다룹니다.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5): 인류의 역사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며, 언어와 상상력이 어떻게 인간 문명을 형성하고 지식과 정보의 공유 방식을 바꾸었는지 이해하는 데 넓은 시야를 제공합니다.
• 『초연결 사회: 새로운 문명의 설계』 (최재붕 저, 다산북스, 2020): 스마트폰으로 인한 '초연결' 시대가 새로운 인류(포노 사피엔스)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과 그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거미인간' 초고가 시사하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상과도 연결됩니다.
• 『지혜의 심리학』 (김경일 저, 진성북스, 2023):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다루며,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지혜를 얻기 위한 사고 과정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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