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해석과 이해(구조와 에세이)/책 해석과 이해(철학,사상)

'허기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 '노자 도덕경' 읽는 현대 정치와 마음의 철학

유미 와 비안 2025. 5. 9. 11:14

정대철 역 "노자 도덕경"에서 주목한 ‘허기심’의 개념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현실을 노자의 시선으로 해석 합니다.

감성과 구조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철학적 독서.

 

노자 도덕경 - 정대철 역 /허기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노자는 알고 있었다 . 지금, 우리가 무엇에 굶주리는지를


'도덕경'은 종종 “말하지 않는 철학”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이 말 없는 문장들은, 오늘날 우리 삶의 본질을 너무도 정확히 꿰뚫습니다.
정대철 역의 '노자 도덕경 역모'는 현대 감각의 언어로 노자의 말을 되살리며, 그 속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한 단어에 주목하게 합니다.
“허기심(虛饑心)”
비어 있음에 대한 갈망, 채우고 싶은 욕망, 그러나 더 채울수록 더 허기지는 마음.
오늘 우리는 이 ‘허기심’을 중심으로 노자의 통찰을 따라가며,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굶주림과 개인의 내면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유미의 감성적 해석  “그 많던 욕망은 어디로 갔을까”


노자는 말합니다.
“허한 마음이 있어야 도가 깃든다.”
그러나 우리는 텅 빈 마음을 두려워합니다. 공허함은 곧 무능함처럼 여겨지고, 침묵은 낙오의 신호로 해석되니까요.
나는 요즘 SNS 속 타인의 성취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마르고, 비교의 늪에 빠지는 내 안의 허기심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노자는 말하죠. “도가 있는 자는 욕망하지 않기에 풍족하고, 도가 없는 자는 욕망하기에 메말라 있다.”
이 문장을 보고 잠시 멈추어, 내 안의 허기를 조용히 마주해봤습니다. 그 허기는 사실 외부가 아닌 ‘내면과의 단절’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노자의 말은 따뜻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깊습니다. 마치 어두운 숲 속, 달빛 같은 문장입니다.

 

허기심(노자 도덕경 3장) - 마음의 철학

 

비안의 구조적 해석

 

철학적 해석

노자“허”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했습니다. ‘무위자연’은 채우는 철학이 아니라 비우는 철학입니다.
‘허기심’은 단순한 배고픔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탐욕, 세상에 대한 오해, 지위와 권위에 대한 갈망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정대철의 번역은 그 ‘허기’를 정념(情念)으로 풀어내며, 삶을 도道와 다시 연결하려 합니다.
허기심은 곧 존재론적 갈증입니다.
그 갈증은 채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비워야 할 집착’이라는 점에서 노자의 철학은 인간 존재의 뿌리를 다시 묻는 해석학입니다.

 

정치적 해석 (현대 한국 사회)

노자는 '도덕경' 제3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이 지혜로우면 나라가 혼란해지고, 백성이 순박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이 문장에서 허기심은 ‘지식 권력’과 ‘정치적 선전’이 만들어낸 욕망의 도구로 보입니다.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도 허기심은 선거 전략으로 활용됩니다.
민생, 공정, 기회의 언어가 사실은 유권자의 허기심을 건드리는 ‘마케팅’으로 전락한 현실.
지도자는 백성을 채우기보다 “허기지게 만들어야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정치의 이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노자의 경고는 단호합니다.
“국가는 비움으로 다스려야 한다.”
비우는 정치는 단순함, 느림, 기다림, 고요함의 미덕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정제되지 않은 정치담론의 홍수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사회, 경제적 해석

오늘의 한국은 만성적 ‘심리적 허기심’에 시달리는 사회입니다.
부동산, 스펙, 일자리, 주식, 소비, 외모… 채워도 채워도 불안한 이 허기는 사회 구조가 유발한 집단적 결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대철의 해석은 특히 경제 성장 논리 속에서 인간이 상품화되고, 소비가 정체성이 된 현대인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노자는 “만족을 알면 치욕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만족을 모르고 경쟁에 익숙해졌습니다.
이 구조는 정치적 무력감, 정서적 피로,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지며, '허기'는 곧 ‘통제 수단’이 되어버립니다.

 

문화 인류학적 해석

허기심은 문화적으로도 훈련됩니다.
노자는 ‘자연’에 따르라고 했지만, 우리는 ‘속도’에 따릅니다.
마을이 해체되고, 유행이 ‘필수’가 되었으며, 소비를 통해 나를 설명해야 하는 시대 _ 이것이 바로 허기심이 문화로 고착된 현실입니다.
도덕경은 이러한 인위(人爲)의 문화를 경계합니다.
“크게 꾸미면 그르친다.”
정대철의 주석은 이러한 문장들을 통해 ‘간결한 삶의 미학’을 되살리며, 물신주의를 넘어선 공동체의 회복을 묵묵히 제안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 노자의 도덕경 – 김용옥
노자 철학의 일상적 언어화를 시도한 대표적 해석서. ‘도’와 ‘무위’의 의미를 현실에서 풀어냅니다.
. 진리의 발견 – 에리히 프롬
“소유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허기심의 본질을 심리학적으로 파고듭니다.
.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 – 박상훈
노자의 ‘비움 정치’를 오늘 한국 정치 구조 속에 적용해볼 수 있는 현실적 문제의식.

 

오늘의 질문


“당신은 무엇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나요?”
혹시 그 허기가, 애초에 채워지지 않아야 했던 욕망은 아니었나요?
노자가 말합니다. “비움은 비로소 존재의 진짜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