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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신이 되려는 인류, 그리고 '거미인간'

유미 와 비안 2025. 5. 25. 22:45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가 그리는 인류의 신적인 미래! AI, 생명공학이 인간을 '신'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시킬 것인가? 데이터교 시대에 '거미인간'으로 살아갈 우리의 역할과 의미를 깊이 탐구합니다.

 

[유발 노아 하라리 -호모 데우스]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 신이 되려는 인류 와 거미인간

 

 

유발 하라리의 전작 '사피엔스'가 인류의 과거를 해부했다면, 그의 두 번째 역작, '호모 데우스'는 우리의 시선을 아득한 미래로 향하게 합니다. 과연 인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이 거대한 여정의 끝은 무엇일까요?
하라리는 인류가 수천 년간 시달려온 기아, 역병, 전쟁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이제 거의 해결했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고통에서 해방된 현대 인류가 새롭게 추구하는 거대한 의제를 제시합니다. 

 

바로 불멸(Immortality), 행복(Happiness), 그리고 신성(Divinity)으로의 탐구입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생존을 넘어,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히 행복하며, 심지어 신처럼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초월하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허구'로만 만족할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마저 넘어서려는 인간의 원대한 욕망이 빚어낸 새로운 '그물'의 방향성입니다. 마치 '거미인간'이 스스로의 몸에서 새로운 실을 뽑아내어 더욱 견고하고 광대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본능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실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지, 아니면 알 수 없는 심연으로 추락시킬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유발하라리 (호모 데우스) 신이되려는 인류, 거미인간


기술철학적 관점 - 데이터교의 부상과 인간 주체의 해체


이러한 신적인 존재로의 탐구는 주로 과학 기술, 특히 인공지능(AI)과 생명 공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라리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그는 ‘데이터교(Dataism)’라는 새로운 세계관에서 찾습니다.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조현욱 역, 김영사, 2017, pp. 490-500 참조).

데이터교에 따르면, 우주 전체는 거대한 데이터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존재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환원됩니다. 인간 역시 복잡한 생체 알고리즘에 불과하며, 데이터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됩니다.

 

우리의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온라인 활동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전송하며, 이 데이터는 거대한 알고리즘 속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급기야는 우리의 자유의지마저 알고리즘의 예측 가능한 산물로 해석될 수 있는 섬뜩한 미래가 펼쳐집니다. 이 시나리오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관적 경험, 감정, 심지어 자유의지마저 데이터의 한 조각으로 해체되고,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됩니다. 우리의 내면조차 데이터로 치환되어 외부의 거대한 그물에 연결되는 셈입니다. '거미인간'은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을 감지하고, 그 속에서 인간 본연의 '감각'과 '의미'를 어떻게 보존하고 확장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신'의 그물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그 속에서 인간 본연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거미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윤리학적/사회학적 통찰 - 신체와 정신의 재설계, 그리고 새로운 불평등


인류의 신적인 존재로의 진화는 단순히 사상의 변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생명 공학 기술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직접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질병을 없애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며, 심지어 감정까지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업그레이드된 인간'과 '기존의 인간'이라는 새로운 계급으로 분화될 수 있으며, 기술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될 경우, '신'과 '쓸모없는 대중'이라는 극심한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질문이 발생합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인간의 몸과 정신을 조작할 수 있는가? 완벽한 행복을 위해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인가?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소외된 이들을 더욱 소외시키고, 사회의 그물망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거미인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진보가 사회 전체의 '연결망'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감각'해야 합니다. 기술의 힘으로 자신의 그물을 무한히 확장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그물에 갇히거나 소외되는 존재의 '진동'을 감지하고 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이 '거미인간'에게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유발하라리 (호모 데우스) 신체와 정신의 재설계 - 신성

 

심리학적 관점 - '자유의지'의 환상과 경험의 조작


'호모 데우스'는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믿음 중 하나인 '자유의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던집니다. 하라리는 뇌 과학과 신경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의사결정이 사실은 예측 가능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결과에 불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믿는 모든 결정들이, 사실은 우리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데이터 처리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죠.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조현욱 역, 김영사, 2017, pp. 380-400 참조).
더 나아가, 미래에는 기업이나 정부가 우리의 감정이나 경험 자체를 조작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그리고 뇌와 직접 연결되는 신경 자극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외부에서 '디자인된' 경험을 진짜처럼 느끼고 소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나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의 산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거미인간'은 이러한 내면의 그물마저 해킹당할 수 있는 시대에, 진정한 '자유'와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외부의 조작된 경험이나 정보의 흐름이 아닌, 스스로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각'과 '진동'을 통해 본연의 자아를 지켜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의 그물을 짜 나가는 것이 '거미인간'의 생존 방식이 될 것입니다.

 

'거미인간', 인간의 마지막 실타래를 직조하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는 인류가 신적인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여정을 그립니다. 죽음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며,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신'이 되려는 인간의 욕망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라는 거대한 동력을 얻어 실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재론적 위기, 즉 '인간 자체의 소멸' 또는 '인간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새로운 종의 탄생'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이라는 종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입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 속에서 '거미인간'은 단순히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거나 소비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는 기술의 방향과 인간 본연의 가치를 연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과 '의미'를 찾아내고, 새로운 시대의 윤리적 실타래를 엮어나가는 것이 바로 '거미인간'의 과제입니다.
미래는 기술적 진보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어떤 의미의 그물을 짜 나갈지에 달려 있습니다. '호모 데우스'는 우리에게 강력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신이 되려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잃지는 않을 것인가? '거미인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는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감각하며, 인간의 마지막 실타래가 될 의미의 그물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직조해 나갈 것입니다. 미래는 정답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