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와 비안 2025. 5. 19. 21:56

'거미인간' (호모넥서스 - Homo Nexus) 비선형구조의 사고, 관계와 연결로 사고 하는 인간

거미인간(호모넥서스) - 관계를 짓는 인간

 

Part 1.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1. 시대의 전환점 인식 – 변화는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켜고, 몇 초도 되지 않아 수많은 정보의 파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침 뉴스의 헤드라인은 이미 알고리즘이 골라준 것이고, 친구와의 대화는 메신저의 이모티콘과 짧은 '밈'으로 대신되며, 나의 감정조차 ‘좋아요’ 하나로 포장되어 흘러갑니다.
이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언뜻 보기에는 기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변화는 단지 ‘기계’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사고 방식’, 다시 말해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20세기 후반까지 우리는 '선형적 세계'에 살았습니다. 학교는 기초에서 고급으로, 연도별로 지식을 쌓았고, 회사는 입사부터 퇴직까지 계단을 오르듯 구조화된 삶을 요구했습니다. 언어는 단어와 문장을 통해 순차적으로 의미를 전달했고, 역사도 원인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연대기 속에서 해석되었습니다. 시간은 직선처럼 앞으로 흘렀고, 우리는 인과와 논리를 따라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직선 위에서 중심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 수백 개의 피드, 수천 개의 콘텐츠와 접속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정보는 순서 없이 뒤섞이며, 수많은 관점과 감정이 동시적으로 펼쳐집니다. 과거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중요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고 방식의 전환’입니다. 선형적 사고에서 비선형적 사고로, 직선의 언어에서 연결의 언어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이 전환은 기술, 사회, 문화, 정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정체성, 존재 방식, 관계 맺는 법,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이른바 '거미인간', 혹은 '호모 넥서스(Homo Nexus)'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인간 유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정보를 수집하는 존재가 아니라, 연결하고 해석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구성해가는 존재입니다. 그는 다차원적이고 비선형적인 구조 안에서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전 세계는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를 분석하려고 기존의 선형적 예측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사람 간의 이동, 정책 반응, 지역별 민감도 등 다양한 변수 앞에서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반면, 네트워크 이론이나 시스템 사고를 활용한 예측은 보다 정밀하게 확산 패턴을 그려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형성과 비선형성의 차이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전통적인 교실 중심 교육은 ‘진도표’라는 이름의 선형 경로를 따릅니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유튜브나 챗봇,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들은 한 개념에서 다른 개념으로 ‘점프’하고, 문장보다는 이미지와 감정에 반응합니다. 정보 소비의 방식은 점차 ‘기찻길’에서 ‘거미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어쩌면 그런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질적인 정보의 흐름, 복잡한 현실에 대한 피로감,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감각. 이러한 혼란의 정체는 결국 ‘사고의 틀’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틀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려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 우리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이 복잡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이제, 선형성과 비선형성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단순한 이론적 사유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도구가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지금, 직선에서 거미줄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주석 및 참고문헌: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김영사, 2017.
.  김대식, 당신은 생각보다 더 생각하지 않는다, 인플루엔셜, 2019.
.  최재붕, CHANGE 9: 인류 문명의 대전환, 북스톤, 2021.
.  윤태진, 미디어 인류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동아시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