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쇼펜하우어 인가? - 욕망과 고통의 철학이 위로가 되는 이유”
새뮤얼 이녹 스텀프와 제임스 피저의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한국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철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철학, 감성, 구조, 트렌드를 담아 풀어 보겠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고통을 견디는 일입니다.” 욕망과 결핍, 좌절과 피로 속에서 사람들은 왜 다시 쇼펜하우어를 찾는 걸까요? 오늘날 불확실성과 상실의 시대에,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어떻게 새로운 위로가 되는가? 염세주의, 동양 사상, 무의식의 탄생까지… 쇼펜하우어는 지금 우리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1. 쇼펜하우어 철학과 현대 문화, 미래 트렌드에 미친 영향
우리는 지금 과잉 정보, 과잉 선택, 과잉 성과의 시대를 살아갑니다. 행복하라고 부추기지만, 행복은커녕 피로만 쌓이는 시대. 그 속에서 쇼펜하우어는 조용히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욕망의 노예이며, 그 욕망은 끊임없는 고통을 만든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고통의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감정을 마주하게 하고, 소유와 성취 너머의 삶을 묻습니다. ‘열심히 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통념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그는 ‘포기하고 관조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철학은 미니멀리즘, 명상, 번아웃 회복 담론, ‘비혼’, ‘퇴사’, ‘가지지 않는 삶’, ‘욕망 절제’ 같은 트렌드와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쇼펜하우어적 질문을 다시 꺼내고 있는 겁니다. “욕망 없는 삶은 가능한가?”, “고통을 받아들이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자유일까?”
2. 유미의 감성적 에세이 – 슬픔과 가까워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내가 무너졌을 때, 주변은 너무 시끄러웠어요. “힘내라”, “지금이 기회야”, “너는 더 잘할 수 있어.”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어요.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부재다. 고통만이 현실이다.” 너무 냉정한 말인데, 묘하게 따뜻했어요. 고통을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내 안의 부서진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거든요. 그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관조했어요. 그래서 삶이 덜 아팠던 것 같아요.
가끔은 ‘무언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어요. 쇼펜하우어는 그런 말을 아무 말 없이 건네주는 사람 같아요. 이 밤에도 누군가는 무언가 되지 못한 자기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 마음 위에, 작은 고요가 내려앉길 바라요. 나처럼, 그렇게 숨 쉬며 살아가길 바라요.
3. 비안의 구조적 해석 – 철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경제로 본 쇼펜하우어
① 철학적 해석
쇼펜하우어는 칸트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철저히 ‘의지’의 철학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이성이나 도덕이 아닌, 맹목적인 생의 의지(Wille)로 보았고, 이 의지가 우리를 끊임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염세주의 철학의 정수를 이루며, “살고자 하는 의지가 곧 고통의 원인”이라는 인식을 통해 고전적 형이상학을 뒤흔들었습니다.
② 심리학적 의미
쇼펜하우어는 프로이트 이전에 무의식의 세계를 선취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무의식적인 욕망의 노예라는 인식은 훗날 심리분석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억압, 반복강박, 충동의 개념은 모두 쇼펜하우어의 그림자 아래 있습니다.
③ 문화 인류학적 해석
그는 동양 사상, 특히 불교의 고(苦) 개념과 매우 유사한 세계관을 제시했습니다. 존재는 고통이며, 욕망의 소멸을 통해 해탈에 이른다는 관점은 서구적 구원론과는 다른 ‘수용의 미학’을 제시합니다. 이는 오늘날 명상, 요가, 선(禪) 같은 동양적 실천이 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④ 사회경제적 해석
쇼펜하우어는 물질적 풍요와 성취를 추구하는 근대 자본주의에 근본적인 회의를 던졌습니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결핍도 커진다”는 역설은 소비주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21세기형 ‘탈소비’, ‘자발적 가난’, ‘노머니 운동’, ‘디클러터링’은 모두 쇼펜하우어 철학과 깊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⑤ 미래 트렌드 전망
미래 사회는 감정의 회복, 존재의 성찰, 삶의 속도 조절로 나아갈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지능의 기능을 대체해도, 고통과 감정의 문제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인간 존재의 내면을 직시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AI 시대의 ‘사유하는 인간’을 위한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쇼펜하우어 / 인간 존재와 고통의 본질을 다룬 그의 철학적 정수
. 인생의 고통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 / 염세주의 철학을 감성적 언어로 풀어낸 명료한 에세이
. 무기력의 심리학 – 황상민 / 욕망과 우울, 무의식의 구조를 심리학적으로 해석
. 행복의 기원 – 다니엘 네틀 /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진화적 조건
오늘의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욕망을 쫓고 있나요? 그 욕망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나요, 아니면 더 고통스럽게 하나요?
마무리하며
쇼펜하우어는 행복하라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고통을 마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 큰 위로가 됩니다. 그는 잔인한 말로 부드러운 구원을 건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사람들은 그가 말한 고통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다시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