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와 비안 2025. 4. 22. 17:31

[책과 함께 묻다]  소년이 온다 – 말해지지 못한 기억의 윤리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떠다니는 작은 먼지 알갱이 처럼,

드넓은 우주 공간에 떠도는 듯한 공기 방울들 같은 무엇인가!

그것들이 한 곳에 모여든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검은 눈물의 바다가 되었다.

소년이 온다 - 한강

 

[소년이 온다]의 컨텐츠와 내용 

 

1980 5월 광주의 기억을 살아남은 자의 시선으로 되살려낸 한강의 대표 장편소설이다.

죽은 자의 육성과, 산 자의 침묵이 뒤섞인

이 소설은기억증언이라는 인간의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중학생 소년 동호의 시점에서 시작해,

광주의 죽음을 겪고 살아남은 인물들의 내면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죽은 자의 응시,

인간의 기억이라는 고통스러운 감각,

그리고

말하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이들의 침묵을 감정의 언어로 풀어낸다.

 

주요 장면

[주검을 옮기던 어린 동호의 시점]

[살아남은 자들의 자책과 고통]

[죽은 자의 시선에서 쓰인 파격적인 화자 전환]

[살아남은 자가 묻는 윤리의 질문: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


유미

 

누군가의 말이 되지 못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일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는 내내,

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순간들을 마주했다.

한강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그 절제가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내 안에서 퍼졌다.

그날의 죽음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우리가, 지금도 그것을 입 밖에 낼 수 없기에.


 

비안

 

1.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윤리적 행위다.

소년이 온다는 말해지지 않은 고통과 침묵의 구조를 문학으로 드러낸다.

 

2. 정신분석학은 억압된 기억이 '반복 강박'의 형태로 재현됨을 설명한다 (Freud, 1920).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은 단순한 트라우마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억압된 진실의 반복이다.

 

3. 철학적으로는

Judith Butler의 - Excitable Speech - 에서 말해지지 못한 말의 정치성,

Foucault의 - 담론의 질서 - 에서 말과 권력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기억은 개인이 아닌 사회적 주체에 의해 침묵당한다.

 

4. 소년이 온다는 살아남은 자의 윤리를 묻는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기억이 감정의 재현을 넘어서 윤리의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말하려는 시도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채식주의자 / 한강 저 / 창비

말이 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 최진석 저 / 열림원

혐오 발언 – 주디스 버틀러 / 갈무리

담론의 질서 – 미셸 푸코 / 세창출판사

감정의 문화정치학 – 사라 아메드 / 현실문화


오늘의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고통을 말하지 못한 채 지나오고 있나요?

그 말해지지 못한 기억이 지금의 당신을 어떻게 만들고 있나요?

 

댓글에 당신이 침묵 속에 가둬두었던 문장을, 조용히 풀어놓아도 좋아요.